<시와 함께- 17> 토끼

등록 2011.01.01 10:35수정 2011.01.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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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토끼가 오물오물 풀을 먹고 있다
하느님이 저 토끼를 만들었다
저 토끼를 만들고
하늘에 흰구름을 두둥실 띄워놓고
나무에서 노래하는 산새를 만든 다음
아담의 갈비뼈를 하나 뽑아 이브를 만들었다
지금 오물오물 밥을 먹고 있는 저 토끼는
하느님이 만든 조상 토끼의 후손
나는 우리 가문 시조 할아버지로부터 24대 손인데
저 토끼는 몇 대 손인가
하느님이 처음 만든 조상 토끼로부터
파가 갈리고 갈리고 갈려
유럽 토끼로 아프리카 토끼로 다시 아시아 토끼로 갈려
한국 토끼가 되고 다시 거기서
저 토끼의 시조 할아버지 토끼가 된 토끼의  몇 대 손인가 저 토끼는
저 토끼는 그럼
천지(天池)가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단 말인가
토끼가 나를 처다보며 맛있게 밥을 먹고 있다
나는 풀 한 움큼을 토끼에게 준다
정말 오래 대를 이어왔구나
쫑긋한 귀
짧은 앞 다리
새빨간 눈동자
입 옆으로 길게 뻗은 수염
저 토끼는 에덴동산 깡충깡충 뛰어다니던 토끼의 후손
그렇게 오래 살아온 토끼와 함께
한반도에 살고 있던
반달곰은 벌써 멸종되었는데
늑대도, 이쁜 여우도 멸종되었는데
저 토끼는 멸종되지 않고
지금 내 앞에서 맛있게 오물오물 밥을 먹고 있다
                                             - 최일화
#토끼 #신묘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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