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새해 무거운 사자성어·사설들... 왜?

[지역언론 별곡 337] "새해엔 제발 소통 정치·국민 위한 정치 좀 보여줬으면..."

등록 2011.01.02 17:17수정 2011.01.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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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시련', '단합', '서민'...

새해가 밝았지만 아직 새롭지 않다. 신문을 들여다보면 그렇다. 해마다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로 가득했던 신문들의 신년사설이 올해는 밝질 못하다. 신년 화두가 무겁다. 이유가 뭘까. 신묘년이 막 시작되기 직전인 경인년 마지막 날, 정부는 종합편성과 보도채널 사업자 선정결과를 발표하고 청와대는 감사원장 등 장관급 6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데 대한 따가운 비판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장악 결정판", "회전문 인사"란 여론이 시민사회에서 높게 일고 있다. 기어코 방송채널 사업권을 따낸 해당 언론사들은 환영 일색이지만, 진보매체와 지역신문들은 우려와 한숨이 가득하다. 신년호 지면이 전례 없이 어둡고 무거워 보인다. 그 중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신년호 1면, 2면, 3면도 모자라 사설 등에서 보수일색의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에 대해 "미디어 생태계 파괴", "언론을 타락시키는 최악의 결정"이라며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를 담았다. 

<경향>·<한겨레> "미디어 생태계 파괴", "MB 정권 원죄"

<경향>은 "한해 마지막 날 종편 선정과 개각을 단행한 것은 정치적 꼼수"라며 1면과 2면에서 연이어 비판했다. 신문은 특히 '미디어 생태계 파괴'를 우려했다. '거대한 '친정권 보수 미디어군' 방송 장악 완결판'이란 제목의 3면 특집기사에선 한발 더 나아갔다.

기사는 "정권교체 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친여·보수일색의 종편·보도채널까지 선정됨으로써 권력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질식 상태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청와대가 종합편성·보도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언론사에 심사 결과를 미리 귀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내용 등을 전면에 실었다.

'불안 대신 평화, 통치 대신 정치를 원한다'는 신년호 사설에서도 "2011년은 2010년 못지않은 시련과 도전의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우울한 새해 첫 아침 분위기를 전했다. 우울한 메시지들이 신년호를 장식하기는 <한겨레>도 마찬가지. 신문은 '결국 '조중동 종편', 너무 뻔뻔스럽지 않은가'란 제목의 신년사설에서 이렇게 개탄했다.


"정부는 친정부 신문들의 방송 진출을 도움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유지·확대한다는 정치적 고려에만 몰두했다. 과거 군사정권 때나 생각할 수 있었던 행태다. 종편 추진 과정이나 그 결과는 우리 언론을 타락시키는 최악의 결정이자 두고두고 이 정권의 원죄로 남을 것이다." 

<교수신문> '민귀군경' 새해 사자성어 선정...교수들 "국민존중 정치" 강조 


a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해 발표한 '민귀군경'.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해 발표한 '민귀군경'. ⓒ 교수신문


<조·중·동>+<매경>의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에 대해 "여권의 보수정권 지형확대를 위한 미디어 장악의 결과물이자 특혜 성격이 짙다"는 게 진보신문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그래서 그런지 2011년 새해를 맞는 교수사회는 '민귀군경(民貴君輕)'을 새해 사자성어로 택했다.

<교수신문>은 '희망의 사자성어'라며 이를 선정해 발표했지만, 사자성어의의 뜻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망대신 시련과 도전 등 무겁고 우울한 메시지가 더 짙다. '민귀군경'은 <맹자> '진심'편에 '백성이 존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성어다.

'민귀군경'을 희망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철학)는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가 들어선 이래 관권이 인권 위에 군림하고, 부자가 빈자 위에 군림하며, 힘센 자가 힘없는 자를 핍박하는 불행한 사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새해에는 나라의 근본인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가 시행되기를 바란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이 외에도 <교수신문>은 "올해 희망의 사자성어로 화합을 뜻하는 '보합대화(保合大和)'와 '조민유화(兆民有和)'를 추천하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면서 "각각 '한마음을 가지면 큰 의미의 대화합을 이룰 수 있다', '국민의 화합과 나아가 인류의 화합을 지향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대화합'을 바라는 정서를 짐작케 한다"고 의미를 분석했다.

<광주>·<전북> "정부, 말 아닌 실천 보여 달라...,도민 에너지 한데 모아야"     
  
a  <전북일보> 2011년 신년 통사설.

<전북일보> 2011년 신년 통사설. ⓒ 전북일보

지역신문들도 새해를 맞는 신년사설에 어둡고 무거운 메시지를 담았다. 거대언론 눈치보기에 들어간 때문일까. 다가올 미디어 지형변화에 대해선 일제히 침묵했지만, 정치권을 향해 장탄식을 하며 통사설을 내보낸 신문들이 많다. 사설이 주문하며 던진 화두는 주로 '주민단합'과 '반듯한 리더십', '서민정치' 등이 주를 이뤘다.

<광주일보>는 '지역 도약을 위한 대전환의 해로'란 제목의 신년사를 통사설로 내보냈다. 신문은 "지난해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 등을 둘러싼 정파·계급·지역간 갈등과 양극화의 심화는 우리 사회를 시험대에 올려놓은 듯한 양상"이라며 "집권 하반기를 맞아 '관리 단계'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중도실용과 친서민, 공정한 사회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줌으로써 사회의 통합과 화합을 이루는데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문은 이어 "무엇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방과 지방 간 양극화 해소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특정지역 편중이나 배제 정책은 지역간 갈등만 키우는 망국병일 뿐이다. 지역균형발전이야말로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진입하는 지름길임을 새겨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전북일보>는 일찌감치 선거를 들먹였다. '눈을 부릅뜨고 미래로 뛰어가자'란 신년사설에서 "새해를 맞을 때마다 새로운 다짐을 하지만 신묘년 새해를 맞는 심정은 남다르다"면서 "신묘년 새해는 말만 앞세우는 정치인, 일하지 않는 정치인을 퇴출시키는 해로 삼자"고 호소했다.

사설은 이어 "이제 냉철한 이성의 눈으로 정치인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성숙된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도민 모두가 씨줄과 날줄이 돼서 에너지를 한데 모아야 할 때다. 두 눈을 부릅뜨고 미래를 향해 뛸 때 비로소 성과도 나타날 것이다"고 단합을 강조한다.

<국제>·<영남> "총선·대선 올바른 선택을...시·도민 단결된 힘 중요"  

a  <국제신문> 2011년 신년 통사설.

<국제신문> 2011년 신년 통사설. ⓒ 국제신문

<국제신문>은 '분쟁과 분열에서 평화와 화합으로'란 제목의 신년사설에서 "사회적 갈등을 부채질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소통의 부재"라면서 "국민의 뜻을 외면한 채 정파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후진적 정치 행태는 사회통합의 커다란 걸림돌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정치권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총선과 대선을 겨냥했다. "지난해 6·2지방선거의 결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발견한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동안의 성과를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런 학습을 바탕으로 유권자 의식을 성숙시켜야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라고 사설은 반문했다.

<영남일보>는 '대구경북의 저력을 보여주는 한해 되길'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여전히 지속되는 남북 긴장관계가 새해를 가뿐하게 시작해야 할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선과 총선체제로 전환되면서 각계각층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설은 '단결된 힘'을 강조하며 이렇게 주문한다.

"새해는 대구경북의 명운이 걸린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근대화의 본산인 대구경북의 저력으로 봐선 충분히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도민들의 단결된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난관이든 주춤거리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중도>·<충청투데이> "리더십 상실...폭력, 파열음 듣지도 보지도 않았으면"

a  <충청투데이> 신년사설.

<충청투데이> 신년사설. ⓒ 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는 '충청시대를 앞당기자'란 신년사설에서 "국민의 단합이 가장 긴요하다"는 점을 먼저 강조해 둔다. 그러면서 "세종시 수정안에서 촉발됐던 국론 분열이 그러했고, 4대강 논란, 날치기 국회에서 보듯이 절차적 민주주의와 신뢰의 가치도 실종됐다"며 "정치인이 시중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퇴행적인 정치는 결국 정치 혐오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사회갈등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리더십 상실의 시대'라고 지칭할만하다"고 역설했다.

<중도일보>는 '새해 중도일보가 지켜낼 '가치''란 제목의 사설에서 "창간 60주년을 맞는 올 한 해의 슬로건을 '60년의 두드림 미래 향한 큰 울림'으로 정했다"면서 "낡고 그릇된 관행은 다 털어야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 민선 5기 출범 초부터 보였던 지방의회의 파열음을 올해는 더 이상 듣지도 보지도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제주> "구호만 요란한 친서민...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길"

a  <제주일보> 신년사설.

<제주일보> 신년사설. ⓒ 제주일보


<강원일보>는 '서민·중산층 경제 살리는 데 역점 둬야 한다'는 제목의 신년사설을 통해 실효성 없는 친서민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국내 경기는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이라는 위기 요인에도 선전하고 있으나 서민들은 그 효과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며 "경제성장의 동력을 서민경제로 확대하고 열매를 공유해야 한다. 구호만 요란한 친서민 정책은 더 이상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제주일보>는 '자신감을 복원하고 품격을 높이자'란 제목의 신년사설을 통해 "새해는 건전하고 보편타당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길 소망한다"며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공론이 형성되고 이런 공론의 가치가 구현될 때 선진사회는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선진사회의 가장 큰 덕목은 도덕성과 신뢰회복"이라고 강조한 사설은 "이런 과정에 중요한 것은 언론의 역할"이라고 했다.
#신년사설 #사자성어 #민귀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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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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