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사업이 가져올 재앙

이명박 정책은 영원하지 못하다.

검토 완료

임상모(smlihm)등록 2011.01.12 19:00
 마침내 구랍 31일, 그렇게도 우려하던 종합편성 채널(이하 '종편'이라 칭함) 사업자가 선정되었다. 당초 그 전날인 30일 발표한다고 알려졌던 것인데 어쩐 일인지 하루 늦춰 31일 발표했다. 선정 사업자로는 예상했던 대로 조선일보(CS TV) 중앙일보(JTBC) 동아일보(주-채널A) 매일경제(주-매일경제TV) 등4개 언론사가 최종 컨소시엄 사업자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종합편성이란 시사 교양 연예 등의 분야를 말한다. 이 중 매경은 이미 YTN과 더불어 뉴스 중심 채널로 존재했었지만 이번에 위 세 분야를 확대 편성토록 혜택을 받게 되었다. 이들 사업자들은 3월에는 사업승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고 8~9월 쯤 하반기에는 방송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 종편 채널을 선정하기 위하여 이명박 정부는 기존의 언론법을 개정하였다. 지금으로선 3년 전이 된 2008년 12월 3일 한나라당에 의하여 발의되고 다음해인 2009년 7월 22일 통과시켰다. 발의되고 처리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반발 여론과 충돌이 있었지만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애초부터 의도한 바가 있었으므로 이에 개의치 않고 잔인한 마녀의 이빨을 드러내며 전격 강행 처리한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학계 노동계 언론노조 시민단체 및 야당의 사활을 건 투쟁은 처절할 만큼의 안타까운 광경이었다. MBC와 SBS 등을 주축으로 파업을 결정하고 투쟁에 들어가자 EBS와 CBS까지 동참하게 된다. 좀 늦게 참여했지만 최대 국영방송인 KBS 마저 파업에 들어감으로써 이 사안은 국가적 문제로 비화하게 되었다.

애초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을 위한 사전 정비작업부터 개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2008년 2월 26MBC 새 사장으로 뜬금없다싶은 인물이 내정되었다. 청주 MBC 사장인 김재철 씨였다. 알고 보니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며 이명박 씨가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절친한 관계였다고 한다. 그 이전인 8일에 이미 엄기영 사장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회사에서 쫓겨난 뒤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을 위한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조치였다.

그로부터 다섯 달 뒤인 7월 17일 YTN 이사회는 구본홍을 새로운 사장으로 선임했다. 노조의 격렬한 저항 속에 용역깡패의 보호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구본홍은 전 해에 있었던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의 방송 특별보좌역을 맡았던 인물이다.
다시 그로부터 20일 뒤인 8월 8일에는 KBS의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다. (부실 경영의 이유를 들어서다.) 무엇이 두려웠는지 삼엄한 경찰 병력의 경계를 펼치고서였다. 정연주 사장은 한나라당으로부터 친 노무현 인물이라는 비난을 들어온 터다.(후에 정연주 사장은 비리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권력의 간섭을 막기 위한 노조의 피 터지는 노력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입맛대로 방송을 장악한 뒤, 바로 이 언론법 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2008년 12월 3일 한나라당은 신문 방송 겸영을 주요 골자로 한 7대 언론악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그것을 알기 위해 개정 언론법이 어떤 것인지 잠시 살펴보자.
다음은 이명박 정권이 추진한 정보통신 방송법(미디어 법)의 7개 개정안이다.

1. 정보통신망법(사이버 모욕죄 신설)
2. 방송법[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20%, 종합편성 보도 PP(프로그램 공급업체) 49%까지 소유 허용, 외국인은 지상파를 제외한 종합편성 보도PP 20%, 위성방송의 49% 지분 소유 허용 등)
3. 신문법(미디어 법) [신문과 방송의 겸영 금지조항 삭제, 시장 지배적 사업자 규제 폐지, 신문 발전위원회 등 신문 지원 기관의 통, 폐합 후 한국 언론재단 신설, 인터넷 포털을 인터넷 서비스로 분류해 준수사항 신설 등]
4. 언론 중재법
5. 전파법
6. 멀티미디어 통신법
7. .DTV 전환 특별법

위 일곱 개 법안 중 여기서는 그 악법의 핵심인 '신문법'과 '방송법'의 대표발의자와 주요 내용만을 간단히 기술하고자 한다.

->방송법 :
발의자-(한나라당 나경원). '대기업과 신문사, 뉴스통신사의 지상파 지분 소유를 20%까지 허용'하고, '보도․종합편성채널은 49%까지 지분을 소유토록 허용.'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MBC, SBS등 지상파 방송사의 지분 20%를 소유'할 수 있고 '조중동과 같은 대규모의 신문사가 20%를 소유할 수 있다.' 또 '종합편성채널(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 등)과 보도채널 등의 지분을 49%까지를 대기업과 조중동이 소유'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의 20%와 종합편성 보도 프로그램 및 공급업체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우리의 방송은 대기업과 외국 자본의 손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산 규모 10조원 미만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 지분을 49%까지 확대해놓음으로서 사실상 운영 주도권을 갖게 하였다. 재벌이 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삼성과 중앙일보에 기회가 주어지면 이들은 98%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 신문법
발의자-(한나라당 강승규). '현행 신문․방송간 겸영 금지 조항 삭제.' '신문시장 점유율 60%이상인 3개 신문사(조,중,동)를 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 왔던 조항을 삭제. 신문 발행부수와 판매부수, 구독수입과 광고수입을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하기로 했던 '경영자료 신고 의무 조항' 삭제로 신문사들이 투명성 확보 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함.-
기존의 신문 방송 겸영 금지 규정을 삭제하고 신문사들이 투명성 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삭제 이전의 이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한나라당에서 헌재에 법리를 의뢰했던 것인데 막상 헌재로부터는 합헌 결정이 났다. 더구나 한나라당 일부에서조차 '최소한의 제한장치는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던 것이나 청와대가 밀어붙여 개정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독점자본의 언론장악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언론 장악법은 2009년 7월 22일 한나라당에 의해서 날치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이후 대법원에서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대리투표 등 위법은 있었지만 미디어법은 유효하다."는 모순적인 판결이 내려짐으로써 더욱 그 힘을 받게 되었다.-

이 개정안 아닌 개악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던 날의 국회풍경은 가히 전쟁터였다. 우리 헌정사상 국회의 난투 장면은 수없이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이 날의 광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했다. 국회통과를 막기 위해 야당의원들이 의장석을 둘러싸고 농성을 벌이자, 김형오 국회의장은 경호권을 발동하여 야당의원들을 제압하였다.

그리고 법안 심사보고, 제안 설명, 질의 및 토의 절차 등 국회법의 규정을 무시하고 이윤성 부의장을 내세워 날치기로 처리하였다. 더구나 이날 두 번째로 상정된 방송법은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것이었으나 재수정안까지 내며 상정한 뒤 통과시켜 버렸다. 사회 각계와 방송국 종사자들 노동계 시민단체 야당이 반대하는 사안을 합의 절차 없이 이토록 밀어붙인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 법의 개정 취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었다.
'방송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디어 산업 발전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현행법상의 대기업, 신문, 뉴스통신 및 외국 자본의 종합 편성 또는 보도 전문 편성 콘텐츠 사업에 대한 겸영 또는 주식 지분 소유 금지 등의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물론 그 속내까지야 노골적으로 발설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2009년 7월 14일 안상수 원내대표는 KBS의 수신료 인상을 위한 공영방송법 발의와 관련해서 '공영방송의 책임성과 위상을 재정립하고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처럼 독립적이며 세계적인 방송을 지향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대단한 국위 선양적 차원이라도 되는 듯이 자가당착적인 발언을 했다.

거대 재벌과 신문이 방송을 소유할 때, 그 방송은 대기업이나 그 신문사의 사업 도구나 논리 합리화로 이용될 것이어서 그 해악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된 보수 언론 조중동은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60%(80%라는 통계를 말하기도 한다.)를 점유하고 있는 재벌이다. 이 나라 이 사회에 합리와 진보의 비판적 목소리는 사실상 사라지고 권력과 기업을 위한 용비어천가만 가득히 울릴 것이다.

조중동은 사업자가 결정되기 전 이 언론 관계법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강력히 요구해왔었다. 오프라인 신문의 감소 추세를 우려한 대응이란 점도 있었다. 이들은 그간 MBC를 향해 편파보도를 중단하라고 트집 잡아왔다. 그러나 정작 국민 위에 편파보도를 펼쳐온 언론은 그들이었다. 노무현 탄핵, BBK 의혹보도, 광우병 위험 보도 등에 대해 그들이 어떤 보도를 해왔는지는 국민이 알고 있다. 또 김대중 정권의 대 북한 정책을 위협하며 저주를 퍼부어왔지 않은가.

이처럼 종편 방송이 시행될 때 미치는 국민적 폐해는 그들 몇몇 재벌이나 그들과 연관된 기득권 기생충들이 얻는 개별적 이익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방송 수의 증가로 편파 방송이 판을 칠 것이고 연예인들에 대한 여러 방송사들끼리의 출연 섭외경쟁은 당연히 그들의 자질과는 별개로 몸값이 부풀려질 수 있다. 또 킬러 컨텐츠의 남발이 우려된다. 시청률 경쟁이 불붙게 되고 이를 위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의 범람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범연히 넘겨버릴 수 없는 부분이 광고 시장의 혼란이다. 한정되어 있는 광고 시장에서 광고 수주 경쟁은 단가의 하락을 불러오는 대신 기획업자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금지 광고가 난무할 개연성도 높아진다. 그 한 예로 현재 약사법과 방송광고 심의 규정에 의거하여 규제중인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가 허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조중동에서는 그것에 대한 허용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이 같은 대중광고 허용 요구는 이들 종편 사업자에게만 일정기간 허용하라고까지 뻔뻔하게 주장하기에 이른다.

하긴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미리부터 그것에 대한 완화를 시사한 바가 있다. 뿐만 아니고 이들 사업자들에게는 황금채널이라 부리는 한 자릿수의 낮은 번호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도 밝혀졌다. 2010년 10월 19일 국회 문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부겸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답변했다.
이는 이번에 선정된 언론 재벌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간의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는 일반의 예측을 가능케 한다. 권언(權言)유착, 경언(經言)유착의 흐름을 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조선일보 측의 변은 가관이다. 지난 1월 3일의 사설에서 '지상파 3사가 광고시장의 77,3%를 차지하고 있는 광고 기득권 체제 속에서 4개나 되는 종편이 자리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함으로서 오히려 투정을 부리고 있다. 또 기존의 '지상파 방송 3사가 시청 점유율을 71,8%나 차지해 시청자가 다양한 관점의 정보와 질 좋은 프로그램을 폭넓게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한다. 종편 채널에서는 당연히 질 좋고 다양한 관점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다는 어이없는 결과론적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논리인가. 자기네 조중동 언론이 신문 시장의 60~80%에 이르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어서 신문 구독자가 '다양한 정보와 질 좋은 기사를 폭넓게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에 대하여는 반성할 만한 여지가 보이지 않는 주장이다. 조종동이 신문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유율을 가졌다면 광고시장의 점유율 또한 그에 버금갈 것이 아니던가.

그 뿐 아니라 당시 종편 예비사업자였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신문은 종편 일정 의결과정(2010년 11월 10일)에서 야당 측 상임위원들이 불참하고 여당위원들만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이처럼 편향된 시각과 오도된 인식을 지녀온 언론이 과연 선정된 후 '다양한 견해와 질 좋은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면 엄청난 넌센스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마저도 '종편도입과 방송정책 현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종편 사업자들의 방송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하겠다.

그리고 전국에 산재한 지방신문의 시도 지역 신문사들의 모임인 한국 '지방신문협회'라는 곳에서는 지금 종편 사업자 선정에 즈음하여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고 안달이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대기업의 지방신문에 대한 광고 미집행이다. 불어난 방송사로 인해 대기업의 광고 수주와 집행이 취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이들 회원사들은 지역신문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신문법에 대한 개정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여기서 지방 신문의 위기에 관한 논의를 광고 관련 사안에만 중요하게 모아놓고 있다는 점은 국가적 가치가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악법을 만들어내기까지 갖은 악역을 담당해왔던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은 종편 사업자를 선정한 뒤, 그들 사업자를 향해 훈시에 가까운 발언을 하고 있다. '한정된 채널을 쓰는 사업자로서 공익성에 기여해야 한다. 언론 매체로서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제공하여야 한다. 한류를 통해서도 중국 일본 동남아 지역에서 우수한 우리 문화를 알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는데 성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매우 점잖은 말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말이다. 베푼 자가 수혜자에게 하는 말이다. 그들 조중동을 종편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애틋한 마음을 베풀었다는 의미가 짙다.

그러나 그는 지난 3년 동안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못질을 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가 말하고 있는 바와는 다른 엄청나게 다른 가치의 혼돈과 고통을 역사와 국민들에게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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