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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야구부가 전하는 '찐한 감동'

[리뷰] 사실적이고 따뜻한 이야기 담은 강우석 감독 <글러브>

11.01.19 11:40최종업데이트11.01.1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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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러브 스틸컷 ⓒ 시네마서비스

<글러브>는 강우석 감독이 <이끼>를 마친 후 바로 촬영에 들어간 스포츠 영화이다. 이 작품엔 <이끼>에서 주연을 맡았던 정재영과 유선이 출연한다. 웬만해서 전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을 똑같이 기용해 바로 다음 작품 주연으로 쓰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둘을 캐스팅 한 것은 정재영과 유선이 준 믿음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작품은 강우석 감독이 얼마나 상업적인 감각이 뛰어난지 다시 한 번 각인 시켜준 영화다.

 

강우석 감독은 웹툰만화를 영화로 옮기면 모두 실패한단 징크스마저도 <이끼>를 통해 뛰어 넘었다. 전국 330만 명이 넘는 관객몰이를 하면서 웹툰만화를 영화로 옮긴 작품 중 처음으로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렇게 <이끼>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웹툰만화를 100% 그대로 옮기기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구성으로 방향을 비틀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상업적인 시선이 빛을 발한 부분이다.


<글러브> 역시 이런 강우석 감독의 특색이 잘 나타나고 있다. 영화 연출은 평범하지만 관객들의 감성에는 잘 맞는다. 스포츠영화 틀에 인간 냄새가 묻어나는 휴머니즘을 잘 살렸다. 상업적인 성향이 강한 감독 그리고 위험한 모험을 하지 않는 평범한 연출을 선호하는 감독이라고 해서 그것이 꼭 단점이라고만 할 수만은 없다. 다른 면에서 보자면 강우석 감독 영화는 일반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글러브> 또한 이런 범주에 속한다. 이 작품에 모티브가 된 것은 충주 성심학교 청각장애인 야구부이다.

 

김상남(정재영)은 한국 최고의 투수다. 그는 대부분의 투수 부문 기록을 가지고 있는 인물. 하지만 인간성은 최고가 되지 못했다. 음주·폭행으로 계속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문제를 만든다. 이대로 가다간 사회에서 완전 매장 당할 것 같은 분위기에서 매니저 철수(조진웅)는 한 가지 방안을 모색한다. 바로 충주 성심학교 장애인 야구부의 코치로 가는 것.

 

하지만 인간성에 문제가 있는 상남이 아이들의 희망을 이루어주기란 쉽지 않다. 한국 최고의 투수가 코치로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희망에 들떠 있던 야구부원들의 기대는 오래지 않아 무너진다. 유일하게 아이들이 전국대회 1승을 할 것이라 믿는 나 선생(유선)은 계속해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한다. 그리고 상남 역시 아이들과 나 선생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고 변하기 시작한다.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잘 아는 강우석 감독

 

▲ 글러브 스틸컷 ⓒ 시네마서비스

아무리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영화라도 관객들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심미안을 가진 관객들이나 평론가들에겐 그런 영화들이 좋은 평가를 받겠지만, 일반 관객들에게까지 그런 심미안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이유는 영화란 것 자체가 대중오락적인 요소가 포함된 상업성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강우석 감독은 관객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알고 있다.

 

<글러브>의 가장 큰 감동은 제대로 된 야구를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어가는 인물들을 통해 전달된다.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성심 야구부는 전국대회 우승이 목표가 아니다. 그들의 꿈은 소박하게도 전국대회 1승이다. 웬만한 하위 전력이라도 몇 십년 동안 전국대회 1승을 못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성심 야구부의 1승은 그만큼 간절한 소망인 동시에 희망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 결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 영화가 144분 간 상영되면서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는 것은 이런 1승에 대한 열망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잘 구성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영화로 야구가 중심이 되지만 실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작품에 나온 모든 인물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영화에서는 야구부에서 열심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과 코치 그리고 선생님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인물들이 144분 동안 만들어낸 인간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는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감동을 주기에 무리가 없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야구부원과 상남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양념 같은 조미료 역할을 한 배우들이다. 바로 나 선생역의 유선과 매니저를 맡은 조진웅이다. 두 사람은 야구부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에 색다른 흥미를 주는 중요한 포인트 역할을 하고 있다. 야구부와 갈등이 있을 때 상남과 야구부원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나 선생 유선은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매니저의 조선웅은 상남과 함께 진한 우정을 만들어가는 인물이다. 영화 속 또 다른 작은 이야기를 만드는 훌륭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글러브>는 감동적인 드라마 영화로 충분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준 주된 이야기와 곁가지 이야기들이 서로 상호보완하면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우석 감독이 얼마나 상업영화 연출에 능한지 <글러브>를 통해 다시 느껴볼 수 있었다. 특히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전혀 무리가 없기 때문에 다가오는 설까지 그 힘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2011년 1월 20일 개봉.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1.19 11:40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2011년 1월 20일 개봉.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글러브 강우석 정재영 유선 무비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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