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여류시인, 고은의 시를 읽고 시를 쓰다

[책과 작가와의 만남 2] 김천혜의 <한국문학의 세계화>

등록 2011.01.26 20:30수정 2011.01.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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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한국문학의 세계화의 길을 요약해 보자. 가장 좋은 길은 외국에 나가 한국인들이 그 나라 말로 작품을 발표하거나 번역된 작품을 많이 보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대학의 한국학 전공학과를 지원하고 낭독회와 같은 문학행사를 많이 개최하여 한국문학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나아가 노벨상을 받음으로써 한국문학의 대외적 위상을 높이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의 근저에 존재하는 조건은 좋은 작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수준의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야말로 세계화의 지름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전통문화에 기반을 둔 한국적인 작품이어서는 안된다. 범세계적인 안목에 맞는 보편적인 인간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한국문학의 세계화>중 -김천혜


최근 부산대 김천혜 명예교수(독문학)가 <한국문학의 세계화> 문학평론집을 펴냈다. 무려 13년만에 발간한 책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은 읽기 부담스럽지 않는 시와 재미나는 소설책과 달리 문학평론책은 사실 딱딱하다는 선입관을 갖는다.

그러나 김천혜 교수의 <한국문학의 세계화> 평론집은 문학평론집과 달리 흥미롭고 읽을수록 재미 있다. 제 1장에는 시 속의 성, 시 속의 비속어, 남북분단에 대한 시, 박목월의 사물시, 영어가 한국문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적나라하게 분석 평가하고 있다.

제 2장은 '흥미로운 소설 세계로'- 소설의 시제, 성은 문학의 영원한 소재, 2인칭 소설, 지식소설의 가능성, 소설의 행간 띄우기, 3장은 '문학 일반에 관하여', 4장은 '문학과 외국', 5장은 '문학속의 바다와 항구 도시 부산'으로 엮고 있다.

 김천혜
김천혜 세종출판사
기자는 정년퇴임 후, 부산대학교 정문 근처 '김천혜 문학연구실'을 가지고 있는 김천혜 교수를 지난 20일 찾았다. 아래는 인터뷰 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오마이 뉴스(이하 오): 최근에 나온 <한국문학의 세계화>의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 책은 아주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이 무어라 생각하시는지요 ? 


김: 무엇보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국문학작품에 대한 다른 나라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공통의 공감대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문학을 한국 사람만 읽고 즐길 게 아니라 세계인들이 함께 읽고 즐기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이 노벨문학상을 타지 못하는 것은 여느나라의 문학과 한국문학의 수준 차이가 나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한국인의 토속적 정한과 정서가 세계인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고 봅니다. 해서 보편적인 공감대를 갖춘 작품의 번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 김교수님께서는 한국문학 평론가이면서, 독문학자이신데 특별히 독문학을 전공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
김: 인생이란 것이 그렇듯이 우연한 생각이 진로를 결정한다고 할까요. 저는 당시 고등학교에서 자연과학을 하고 싶었는데 독문학을 접하면서 독문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습니다. 그 충동 때문에 문학을 벗하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독문학을 해서 후회는 없었습니다. 이 말은 만족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저가 젊은 시절만 해도 한국문학이란 것이 양으로도 질적으로도 좋은 작품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외국문학 가운데 저의 취향에 맞는 독문학을 택했습니다. 독문학은 당시 연구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남이 적게 택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헤세의 작품에 자극을 받았습니다. '크눌프'에게 매력을 느껴서이랄까요.(웃음) 독일의 여러 작가를 만나면서 한국문학보다 더 나은 게 뭔가 참 많이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카프카의 소설을 좋아했습니다. <심판>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카프카의 작품에서 많은 정신적 영향을 받았습니다.

독일유학에서 돌아와서 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했습니다. 그랬더니 뜻밖에도 당선됐습니다. 독일 유학 중 문학도 한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거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문학도 학문이라는 생각으로 이론을 정리한 것을 신춘문예 투고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됩니다. (웃음) 당선 후 느낀 것인데, 한국에서 등단이란 것이 꼭 필요한 절차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문학은 자기 서재에서의 고독한 작업이라고 흔히 말들을 합니다. 문학 단체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 하는 회의를 갖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괴테와 쉴러는 친구였습니다. 괴테는 숼러의 교수직을 알선해 주었습니다. 두 사람의 우정을 나누면서 그들 문학에 정신적인 자극과 영향을 서로 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인의 교류란 필요할 것입니다. 문학단체가 문학인에게 필요치 않다, 필요하다고 흑백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 독문학이 우리 문학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면 합니다.
김: (사이) 그런 주제로 쓴 책이 나와 있습니다.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독문학자 이재선, 김학동씨가 쓴 책인데 독일 문학의 수용사를 정리한 책이 있습니다. 국내 널리 보급되고 있는 괴테, 하이네, 숼러 등의 책들은, 개화기 일본 사람들이 취사 선택해서 보급된 책이 거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김춘수 시인도 문득 어느 서점에서 릴케 시집을 읽어보는 동안에 빨려들어 시인이 되었다고 고백한바 있습니다. 릴케가 한국의 김춘수 시인을 만들었다는 사실도 하나의 영향일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다 아는 이야기지만 헤세의 작품 <데미안>은 엄청나게 팔렸습니다.

<데미안>은 성장 소설인데 교양소설이란 말과 함께 쓰입니다. 사실 성장 소설은 독일문학의 본거지입니다. 한 개인의 성장을 다룬 문학 작품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것이 독일 소설 문학의 전통입니다.

이 영향이 한국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문열의 <그해 겨울>이란 단편집이 있습니다. 그 책의 후기에 헤세에 심취했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독일문학이 한국 문학에 준 영향은 상당하다고 봅니다.

 김천혜 문학평론가
김천혜 문학평론가 김천혜
오: 대표 저서를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면 합니다.
김: 90년대에 낸 <소설구조의 이론(문학과 지성사)와 번역서 <솔로몬왕의 반지(문장)>,<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끈다(문학과 지성사) 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팔리고 있으니 그런대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학이 사회에 봉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기능만 추구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문학이 정치의 도구가 되는 것은 더욱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이) 예를 들면 음악은 사회에 대한 판단력을 길러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음악은 인간의 인성이나 심성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도 음악과 같습니다. 문학은 구체적인 상황을 서술하는 언어를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사회문제에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예술성과 동시에 사회 역사성을 갖는 것이 문학일 것입니다.

문학이란 매력 있는 세계에 드나드는 동안 그냥 한평생이 흘러갔습니다. 문학비평은 일반독자에게 크게 인기가 없는 장르입니다. 그러나 문학을 위해서는 없어서 아니 될 중요한 분야라는 것은 인식하고 살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명감을 가지고 비평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문학에 대한 비평활동은 나에게는 홀로 하는 외로운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서양문학이론을 도입하여 한국문학에 적용해 보는 것이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오: 이렇게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우리도 하루라도 빨리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고은 시인의 경우는 벌써 몇 차례 노벨상 후보에 오른 바 있습니다. 어떻게하면 이 상을 한국문인도 많이 받을 수 있을까요 ?

슬픔에는 거짓이 없다 어찌 삶으로 울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
오래오래 우리나라 여자야말로 울음이었다 스스로 달래어 온 울음이었다
자작나무는 저희들끼리건만 찾아든 나까지 하나가 된다
누구나 다 여기 오지 못해도 여기에 온 것이나 다름없이
자작나무는 오지 못한 사람 하나하나와도 함께 인양 아름답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일부-고은

며칠 전부터 고은을 읽고 있다.
오래도록 아직 끝내지 못하고 있다.
다시 눈이 오기 시작하면 어쩜 다 읽게 될거야 어쩜.

나는 우리 시대에 정직성을 고취시키기 위해*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를,
혹은 채워진 허기와 연관지어 「들밥」을,
혹은 너희들이 그걸 결국 깨닫도록 「오도송」을 추천하노라.

40 마르크 가격에 81 페이지
그리고 다시 태어나고 싶은 욕망.
<고은 읽기>-독일의 여류시인 엘리자베트 보르혀스(Elisabeth Borchers)

김: 전 머지않아 우리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위의 시는 독일어로 번역된 고은 시인의 시집을 읽고 독일의 여류시인 엘리자베트 보르혀스가 쓴 시입니다. 이렇게 외국시인이 한국 시인의 시를 읽고 감동하여 한편의 시까지 썼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닙니다. 한국시도 외국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인이 읽을 수 있도록 영어나 독일어, 불어와 같은 서구어로 번역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작품이 우수하고 작가가 뛰어나다고 해서 노벨상이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명한 러시아 소설가 레오 톨스토이는 노벨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톨스토이를 능가하는 소설가가 있는가 ? 없다는 대답이 적절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노벨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의 생전에 노벨상이 없었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노벨상은 1901년에 시작되었고 그는 1910년에 죽었기 때문에 적어도 아홉번의 수상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왜 그가 받지 못했는가 ? 1905년경을 전후해서 두번이나 그가 후보로 추천되었으나 심사위원장이 그를 싫어하여 거부했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후보로 올라오지 않았고, 그러다 그가 죽었던 것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하나 있습니다. 1953년도 노벨문학상은, 2차 대전 회고록이 잘 씌어졌다는 이유로 영국 수상 원스턴 처칠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이런 것으로 봐서, 노벨상은 문학성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문학평론가 김천혜
서울대 독문학과 졸업. 독일 뭔헨대 독문학과 수료. 경북대 대학원 문학박사.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독일 부퍼탈대 교환교수 역임. 오스트리아 빈대 객원교수 역임. 부산대 교수로 33년 근무. 현재 부산대 명예교수. 저서 평론집 <오늘의 문학론>,<소설구조의 이론>,<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끈다>,<현실인식의 문학><미안한 세상>,<독일문학 속의 한국상과 한국문학 속의 독일상> 역서<콘라트 로렌츠<솔로몬의 반지>, 이주홍문학연구상,부산시문화상(문학부문>,대한민국향토문학상

그리고 문학성이 크게 없는 작가도 상을 받는 경우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이)한국인이 이 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 우선 좋은 작품을 써서 국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그것이 서구어로 번역되어야 합니다.

번역되지 않으면, 노벨상 위원회나 작가나 작품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번역이 되더라도 그 작품이 고인의 시처럼 서구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문학의 본질은 서구와 한국에서의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서구인들의 감각에 맞는 작품을 써야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번역가가 있어 작품이 서구에서 번역 출판되어야 합니다.

서구 출판사는 사업성이 없는 그런 책을 자체 기획으로는 출판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문학관련 기관 등에서 한국작품을 번역사업으로 담당해서 널리 보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길만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길임을 우리는 명심하고 그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한국의 국력도 높아졌고 경제력도 향상되었습니다. 지금 쯤 노벨문학상 하나 쯤 우리가 타야 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가지고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 - 김천혜 문학 평론집

김천혜 지음,
세종출판사, 2010


#김천혜 #노벨문학상 #독문학 #한국문학 #한국문학의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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