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한우의 숫자가 더 많은 오지 증산면을 찾아가다

구제역 유입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 곳

등록 2011.01.27 19:28수정 2011.01.2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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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그늘이 드리워진 곳에는 아직까지도 눈덩이가 뽀얗게 남아있는 김천의 최남단 오지 증산면, 무흘구곡을 한 곁에 두고 진행하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도로에 생석회를 뿌리고 있는 마을 주민이었다.


a 구제역 예방활동 도로에 생석회를 살포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구제역 예방활동 도로에 생석회를 살포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 장동언


조심조심 증산의 내부로 진입하지만 깊이에 빠져 들수록 점점이 커져오는 현수막 글씨, 그것에 시야를 집중하노라면 왜인지 형언할 수 없는 무거운 기운이 가슴 한 곳을 내리 누른다.

a 현수막 도로가에 게첨되어 있는 구제역 예방 현수막

현수막 도로가에 게첨되어 있는 구제역 예방 현수막 ⓒ 장동언


증산면에는 현재 600가구 1,230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고, 이중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는 152농가, 두수는 2,228두에 이른다. 따라서 농가의 25%정도가 한우사육에 종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어느 농촌이나 산촌지역이 그러하듯 고령인 분들이 많아 힘든 농사일보다는 조금 손쉬운 가축사육으로 전환하지 않았나 짐작된다.

하여 오늘날 전국이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고 있음에 따라 혹 우리 지역에도 구제역이 발생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늙은 촌부들은 경로당에 모일 때마다 뱉아내는 인사가 '오늘 너희 우사의 소는 괜찮으냐?'는 것이다.

a 축사소득 구제역 예방을 위해 소독에 임하고 있는 농가주

축사소득 구제역 예방을 위해 소독에 임하고 있는 농가주 ⓒ 장동언


구제역 유입차단의 긴장으로 시달리는 증산면, 이 곳은 김천시의 구제역 예방대책에 따라 지난 1월 17일과 22일 2회에 걸쳐 관내에 사육되는 모든 한우에 대해 백신접종을 모두 마쳤다. 그러나 항체가 생기려면 적어도 보름정도는 소요되기에 그간에 혹 구제역이 유입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차단방역대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실정이다.

a 백신접종 한우 농가주가 구제역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백신접종 한우 농가주가 구제역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 장동언


내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구제역 유입방지를 위해서는 민·관이 따로 있을 수 없었다. 하여 면사무소에서는 매일 오전, 오후 면차량을 이용해 관내 구석구석을 돌며 구제역과 관련한 홍보방송을 실시하고 있고, 리동별 담당자들 마다 아침부터 전언예찰에 임하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a 사각깃발 청암사 입구에 게첨되어 있는 수도산 등산로 폐쇄를 알리는 사각깃발

사각깃발 청암사 입구에 게첨되어 있는 수도산 등산로 폐쇄를 알리는 사각깃발 ⓒ 장동언


그리고 구제역 유입에 대한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일찍이 수많은 등산객이 찾는 수도산 등산로 또한 폐쇄했다. 하여 지금은 국민관광지인 수도계곡과 모티길, 수도암, 청암사 등에는 찾는 이의 발길이 뚝 끊어져 썰렁한 분위기만 연출하고 있다.

a 식당 구제역 예방을 위해 예약을 받지 않는 식당의 내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없어 조용하기만 하다.

식당 구제역 예방을 위해 예약을 받지 않는 식당의 내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없어 조용하기만 하다. ⓒ 장동언


하면 주민들은 어떤 방법으로 예방대책에 임하고 있을까. 관내 양축농가에서는 매일매일 농장과 그 주변을 소독하고 있고, 식당에서는 일체 예약을 받지 않고 있으며, 김천옛날솜씨마을 또한 기 체험예약자들에게 구제역 유입방지를 위해 부득이 체험을 할 수 없다며 체험료를 반환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모두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하루속히 구제역 상황이 끝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a 안내판 김천옛날솜씨마을 안내판, 현재 안내판에 표시되어 있는 체험관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체험을 하지 않고 있다.

안내판 김천옛날솜씨마을 안내판, 현재 안내판에 표시되어 있는 체험관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체험을 하지 않고 있다. ⓒ 장동언


또한 행자부장관과 농림수산부장관의 담화문과 김천시 반상회보에서 밝힌 것처럼 설 명절 가족들이 찾아와도 축산농가의 방문은 자제하라는 내용에 늙은 노모들은 혹 귀향하는 아들딸들이 동네의 걱정꾸러미로 작용할까 싶어 아예 자식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려오지 말기를 권유하고 있다.

a 전화 증산의 한 노모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자식들에게 설 명절에도 고향에 오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다.

전화 증산의 한 노모가 구제역 예방을 위해 자식들에게 설 명절에도 고향에 오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다. ⓒ 장동언


따라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이번 설 명절은 아마도 한적하고도 썰렁한 분위기로 보내야 할 것 같다. 하여 어느 리동 이장께서는 설날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주민들을 회관으로 모두 모이게 하여 함께 떡국을 끓여 먹는 방안도 구상중이라 한다.

a 반상회보 김천시에서 발행한 구제역 예방과 관련한 반상회를 들여다 보고 있는 평촌마을 주민들

반상회보 김천시에서 발행한 구제역 예방과 관련한 반상회를 들여다 보고 있는 평촌마을 주민들 ⓒ 장동언


그러고 보면 구제역 예방상황을 2개월 가까이 끌고 온 지금, 공무원과 지역주민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함께 힘을 합친다면 극복하지 못할 것도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하루 속히 구제역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원해 본다.
#증산면 #구제역 #증산면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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