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떴'이 뭐냐

이명박을 '박'아 그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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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모(smlihm)등록 2011.01.28 18:41
줄여 쓰기 조어 남발의 폐해

'패떴' '우결' '볼애' '남격' '일밤'
이런 해괴한 단어들이 뭔 말인지 아는 사람? 모르긴 왜 몰라. 하나는 [패밀리가 떴다]이고 우결은 [우리 결혼해요]고, 뽈애는 [볼수록 애교만점]이고 남격은 [남자의 자격]이고 일밤은 [일요일 밤 일요일 밤]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이잖아. 참 구시대 사람이네, 여태 그런 것도 모르고 사나보네.

그래 잘 모른다. 쓴 웃음이 나온다. 텔레비전 연예프로 시청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은 영원히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 아닌 용어다. 아니 TV 방송을 열심히 시청하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방송 프로그램 예고편 같은데서 아나운서가 일상적으로 패떴이니 우결이니 그렇게 말하는 것도 아니잖은가. 말한다 해도 그 원말을 풀어서 전해주는 경우는 내 경우 못 봤다. 혹시 프로그램을 말하는 연예 토크타임에서라도 정선희 같은 저명한 인물이 나와 그렇게 말해준다면 모를까.

그 같은 용어는 인터넷을 열어보고 자주 접하게 되는데 솔직히 그런 식의 단어가 뭔 말인지 모르고 여러 해를 보냈다. 결국엔 우리 집 아이에게 물어서 그 뜻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같은 용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형편이어서 늘 모르는 줄임말 용어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줄임말이라는 것은 쓰이고 있는 이름이나 용어가 장황하여 생활의 필요상 줄여 쓰는 것이겠다. 이를테면 대한민국은 '대한' 또는 '한국' 이렇게 한다. 여기서 그 줄임말의 기준이 모호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 중에서 어느 것을 줄임말로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한은 앞에 두 글자를, 또 하나는 두 번째 글자와 맨 뒷자를 써서 한국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의 국호여서 어떻게 불려왔던 간에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형편이지만 새로운 줄임말을 만들어낼 경우엔 거기에 상당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럴 때에 일반인이 대강의 공식을 파악해내어 써먹을 수 있을 거라는 게 내 판단이다.

사람의 이름을 줄여 부르는 경우도 많다. 직장인이라면 보통 '이' '박' '김', 이렇게 성만 호칭할 수 있다. 거기에 이름자를 부르는 게 얄미워 보인다면 '이선생' '박선생' 할 수도 있겠고, 이군 박군, 김군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부장, 박차장, 하고 직함을 부르겠다. 하지만 이는 줄임말이라 할 수 없다.

다음으로는 이름의 끝자만 부를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렸을 때는 그 부모나 형제들이 얘야 '박'아,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끝자로 불렸다면 그랬지 않았겠는가. 그건 박씨라는 성씨가 연상되어 '이'라는 성을 가진 이명박 씨를 '박'아 하기엔 거북한 표현이었을 것 같다. 물론 그의 부인 김윤옥 씨에 대하여는 일반적으로 다른 가정에서도 편하게 '옥'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문제는 국호도 성씨도, 사람 이름도 아닌 데서 발생한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에 민주화 단체들이 난립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줄임말 단체 이름이 생산되었다. 지금은 알던 이름도 까먹었지만 숫제 모르고 넘어간 이름이 더 많다. '민민투' '삼민투' '전민련' '전공노' '전교조' '전사모' 등등이다.

이 대여섯 개의 줄임말 단체 이름에서 줄이기 전의 본 이름이 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나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은 언론에서 자주 회자되는 이름이어서 비교적 많이 알고 있겠지만 다른 이름은 아무래도 생소하다. 이 중 '전사모'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약자인 '노사모'를 본뜬 것 같으므로 추상하여 알아낼 수 있는 이름 같다. 아마도 '전두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닐까 싶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경우 총 9글자인데 그 중 첫 글자와 세 번째 글자, 그리고 8번째 글자를 줄임말로 선택해놓았다. 우리나라 전체를 아우르는 뜻에서 전국의 '전'자를, 전국의 교사집체라는 뜻으로 '교'자를, 그리고 노동조합이라는 모임의 성격에서 '조'자를 넣었다. 글자 숫자를 반분하거나 삼등분하여 그 갈라진 첫 글자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 아홉 글자 중 삼등분된 첫 글자를 쓰기로 했다면 '전 직 동'이라고 해야 맞는다.

그러니까 이 경우엔 전체 글자를 균등 분할하여 그 첫 글자를 이름으로 쓰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라의 의미와 직업의 의미와 모임의 성격으로 구분하여 줄인 것이다. 반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보자. 여기에선 나라의 의미로 '전'자와 직업의 의미로 '공'자까지는 전교조와 같지만 모임의 성격에선 전교조와 달리 조합이 아닌 근로자의 개념인 '노'자를 붙여노았다.

'전교조'와 '전공노', 같은 아홉 글자의 공무원 노동조합인데 줄임말의 선택에 있어서는 다르게 표현하도록 돼있다. 여기에서 일반인들의 줄임말 파악이 힘들어지는 대목이다. 따라서 전교조가 무엇인지 전공노가 무엇인지 모르고 지내는 일반인이 많다는 점이다. 알고 있는  사람은 그 모임에 종사하고 있거나 그 모임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거나, 그 모임의 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뿐이다.

이는 그래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정치세력이어서 웬만한 지식수준이 있는 계층민들은 알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앞에서 잠깐 언급한 드라마의 이름이나 연예 프로그램 이름에다 줄임말을 마구 붙여댈 때 그것을 누군가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는 한 알 도리가 없다. 단지 그 드라마나 연예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사람들에 한정된 언어에 불과하다.

아는 사람만 알면 되는 거 아니겠느냐 라고 항변할 진 모르겠으나 가끔씩 눈에 띄는 그런 따위의 알 수 없는 용어를 사전에서도 만나볼 수 없고 보면 그대로 민폐에 불과하다. 거기에다 이제는 단체 이름이나 연예 프로그램에만 활용하지 않고 아예 기다란 문장을 만들고 줄임말을 만들어 써먹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TV 프로그램 이름이지만 '패밀리가 떴다'나 '우리 결혼해요' 같은 경우는 일종의 문장이다. 문장을 줄여서 이름으로 만들다니 좀 심하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되는 거라면 내가 하나 말을 만들어 볼 테니 알아보는 이가 있었으면 반갑겠다. 그래도 필자는 아예 기준 없는 말을 만들어내진 않을 것이다.
*-'병든 자본가 소유의 신문사에서 꼴불견 노릇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값나가는 언론인인 체 으스대는 무리' 있다. 이는 보수 언론을 두고 하는 말인데 한번 각자가 그럴듯하게 줄임말을 만들어보기 바란다. 아마 게임과 같은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이는 아래 주에다 그 말뜻을 밑줄 쳐 놓겠거니와 그렇게 줄임말에 정신들을 쏟을 양이라면 다음 말을 줄여보기 바란다.
'이 쑤시개', 이것의 줄임말은 무엇일까. 나도 적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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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든 자본가 소유의 신문사에서 꼴불견노릇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값나가는 언론인인 체 으스대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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