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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너무 추워서 못 가지만 날씨가 풀리면 곧잘 가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대전의 보물산으로도 불리는 보문산이죠. 대전 시내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가 정상까지 오르는 데도 1시간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마치 중독된 사람처럼 만날 보문산을 찾는 사람도 많지요.
한데 이 산을 오르자면 초입에 단골손님처럼 나타나 앉아 있는 이가 하나 둘 눈에 띕니다. 이른바 점을 보라거나 아님 토정비결(土亭祕訣)을 보라는 사람이죠. 주지하듯 토정비결은 조선 명종 때에 토정 이지함이 지었다고 하는 일종의 도참서입니다. 저는 점은 물론이고 토정비결 또한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직 한 번도 이런 이들에게서 저의 앞일을 알아본다거나 따위는 하지 않았지요.
왜냐면 저도 제 앞가림을 못 하는 판인데 어찌 생면부지의 사람이 저의 앞날을 훤히(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알 수 있단 말입니까? 여하튼 이밖에도 보문산 일원에는 무속인과 무속인들의 어떤 전매특허인 굿과 굿판이 무시로 일어나기도 하지요. '굿'은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거나 신명 나는 구경거리를 이릅니다.
하지만 더욱 본질적인 의미는 무속의 종교 제의(祭儀)로써 무당이 음식을 차려 놓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귀신에게 인간의 길흉화복을 조절하여 달라고 비는 의식입니다. 한데 이 또한 의아스럽고 믿을 수 없는 건 사람이 어찌 향후의 길흉화복을 조절할 수 있느냔 것이죠. 여하튼 굿판을 벌이려고 170여억 원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공금을 횡령하여 무속인에 갖다 바친 소위 나사 빠진 사람이 검거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이 사람은 모 대형병원의 경리과 직원이었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병원이기에, 또한 직원관리를 어찌 하였기에 그렇게나 많은 돈이 터진 수도관에서 물이 새듯 빠져 나갔음에도 몰랐을까요! 그렇게 꼬드겨 거액을 챙긴 무속인은 이렇게 가로챈 돈으로 서울과 부산에 유흥주점을 두 곳이나 운영했는가 하면 가사도우미와 운전사 등 6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특급호텔 숙박비로 1억 6천만 원을 쓰는 등 그야말로 호화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쯤 되면 이 자는 무속인이 아니라 철저한 사기꾼이었던 셈이네요. 사람은 누구라도 근심과 걱정을 끈처럼 달고 사는 동물입니다. 오죽했으면 시인 정호승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서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까지 했을까요. 하지만 이를 억지로 바꾸자고 굿을 한다든가 아님 인위적으로 조장(助長)하는 건 매우 바람직하지 못 한 것이죠. 날이 풀리면 보문산에 다시 가겠지만 앞으로도 제가 무속인을 만나고 점과 함께 토정비결을 보는 일은 역시도 결코 없을 것입니다.
| 2011.01.29 14:30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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