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미 잃은 석불입상, '나 그래도 문화재야'

국립부여박물관 경내에 선 석조여래입상

등록 2011.01.30 13:37수정 2011.01.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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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석조여래입상 부여군 부여읍 국립부여박물관 경내에 서 있는 충남 문홪자료 제106호 석조여래입상

석조여래입상 부여군 부여읍 국립부여박물관 경내에 서 있는 충남 문홪자료 제106호 석조여래입상 ⓒ 하주성

▲ 석조여래입상 부여군 부여읍 국립부여박물관 경내에 서 있는 충남 문홪자료 제106호 석조여래입상 ⓒ 하주성

지난 8일 찾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국립부여박물관 경내 한편, 눈에 발목이 묻혀있는 석불 한기가 보인다. 날이 추워서인가 박물관을 찾아오는 발길도 뜸한 듯하다. 이런 추운 날 밖에서 저리 서 있는 모습이 더 춥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석불입상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다가 괜히 웃고 만다.

 

석불입상을 보고 웃은 이유는 그 모습이 균형미를 잃어서가 아니다. 그 추운 날 만난 석불입상의 입가에 흘린 엷은 웃음 때문이다. 커다란 얼굴에 야릇한 미소를 띠고 있는 석불입상. 돌에다가 어떻게 저리도 따듯한 미소를 표현할 수 있었는지. 그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 웃음 하나가 세상 온갖 고통을 한꺼번에 녹여버릴 듯하다.

 

a 안면 웃음을  띠우고 있는 석불의 안면

안면 웃음을 띠우고 있는 석불의 안면 ⓒ 하주성

▲ 안면 웃음을 띠우고 있는 석불의 안면 ⓒ 하주성

 

금성산 천왕사 터 부근에서 발견된 석조여래입상

 

현재 충청남도 지정 문화재자료 제106호인 이 석조여래입상은, 1933년 부여군 부여읍 금성산의, 천왕사 터라고 전해지는 곳 인근에서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이 석조여래입상은 고려시대 지방의 장인에 의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시대의 석불이 거대석불인 점을 감안하면, 이 석불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다만 이 석불은 몸체에 비해 머리가 유난히 크다. 전체적인 모습은 굴곡 없이 일직선의 형태로 표현하였다. 어깨와 하체가 일직선으로 다듬어 마치 원통이 곧게 서 있는 모습이다. 목에는 삼도를 표현하였으며, 얼굴은 살이 올라 풍성한 느낌을 준다. 반쯤 감은 눈과 입술 등의 윤곽이 어우러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a 손 손은 크고 투박하게 표현이 되었다

손은 크고 투박하게 표현이 되었다 ⓒ 하주성

▲ 손 손은 크고 투박하게 표현이 되었다 ⓒ 하주성

a 주름 법의는 U자형 주름으로 표현하였다

주름 법의는 U자형 주름으로 표현하였다 ⓒ 하주성

▲ 주름 법의는 U자형 주름으로 표현하였다 ⓒ 하주성

 

밋밋한 장식의 멋스럽지 않은 표현

 

어깨에서부터 흘러내린 법의는 아무런 무늬가 없이 발밑까지 내려져 있다. 법의는 가슴께까지 깊게 파여져 있으며, 어깨부터 팔을 따라 주름으로 표현을 하였다. 이렇게 표현한 주름이 이 석불입상에서 가장 표현을 강하게 한 부분이다. 두 손은 가슴께로 올렸으며, 그 아래편으로 법의가 U자의 주름으로 발목까지 내려가고 있다.

 

손은 투박하고 제 모습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전체적인 비례가 맞지 않는 이유도 몸체에 비해 유난히 큰 머리와 손 때문으로 보인다. 왼손은 위로 올려 손바닥이 밖을 향하게 하였고, 오른손은 아래로 내려트려 손바닥이 보이게 하였다. 그러나 손가락의 표현도 어디인가 부자연스러운 것이 멋스럽지 못하다.

 

a 석조여래입상 받침돌은 눈에 파묻혀 확인을 할 수 없다

석조여래입상 받침돌은 눈에 파묻혀 확인을 할 수 없다 ⓒ 하주성

▲ 석조여래입상 받침돌은 눈에 파묻혀 확인을 할 수 없다 ⓒ 하주성

 

충청도 일원에서 보이는 고려불의 특징

 

이러한 모습은 충청도 일원에서 발견된 고려불의 특징이다. 중앙의 장인들이 아닌, 지방의 장인들에 의해 조성된 석조여래입상으로 보인다. 지방에서 나타나는 고려석불의 특징은 거대불이란 점이다. 그런데 이 석불입상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 석불입상은 전 천왕사 인근의 작은 암자 전각 안에 서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아래 기단부가 눈에 파묻혀 있어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음이 아쉽다. 봄철 눈이 녹으면 다시 한 번 찾아가 받침돌을 확인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균형미는 떨어지는 석불입상이지만, 그 편안한 미소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그런 석조여래입상의 위로 덕분에, 이 추운 날에도 길을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1.30 13:37ⓒ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석조여래입상 #국립부여박물관 경내 #전 천왕사 인근 #문화재자료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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