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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름 달 밝은 밤, 웬 영화가 이리 많을꼬?

때아닌 '대보름 특수'... 한국 영화만도 다섯 편

11.02.17 16:35최종업데이트11.02.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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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끝나고 2월 중순으로 넘어왔다. 여러 대작들이 나왔던 설 극장가는 연기 변신에 성공한 김명민을 앞세운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완승으로 막이 내렸다. 같은 날 개봉한 이준익의 <평양성>과 한 주 먼저 개봉한 강우석의 <글러브>가 뒤를 제대로 받치면서 설 연휴는 한국영화의 독식으로 막을 내렸다.

반면 외화는 <걸리버 여행기>가 선전했지만 기대했던 <그린 호넷>과 <상하이>가 엄청난 부진을 보이면서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설 연휴 직후 한국영화 점유율이 80%로 치솟았지만 그 호황의 기쁨은 최고은 감독의 비극적인 죽음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품'으로 변하고 말았다. 한국영화의 흥행 뒤에 이름없는 영화인들의 배고픔이 있었다는 것은 많은 영화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설 분위기가 가라앉고 곧 봄방학이 시작되는 2월 중순이다. 그런데 2월 중순, 정확히 말하면 정월 대보름인 2월 17일 극장가가 심상찮다. 명절도 아닌데, 여름도 겨울도 아닌데 화제작들이 줄줄이 2월 17일에 극장에 붙는다. '대보름 특수'라고 불러야할 정도로 성수기 극장가 뺨친다.

엄청난 대작은 아니지만 제작 때부터 화제를 모은 영화, 스타들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 올해 아카데미에 도전장을 내민 영화, 지난해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독립영화, TV를 통해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극장판, 거기에 다큐멘터리까지. 그야말로 입맛대로 다양한 영화를 골라서 볼 수 있는 시기가 왔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멀티플렉스들이 장사속을 잠시 접고 이들 영화들을 골고루 잘 상영해야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작은 영화관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안겨 줄 수 있는 영화들이 포진해 있으니 약간의 수고는 감내를 해도 될 것이다.

한국 영화만도 다섯 편이나!

현빈과 탕웨이를 앞세운 김태용 감독의 <만추> ⓒ CJ엔터테인먼트


먼저 이번 주에는 한국영화가 무려 다섯 편이나 소개가 된다. 일단 주목을 끄는 것은  <만추>다. 이 영화는 이미 이만희 감독과 김수용 감독이 만들어 모두 한국영화 역사에 길이 남는 작품이 됐고 이것을 바탕으로 만든 김기영 감독의 <육체의 약속> 또한 명작으로 인정받았다. 이 영화를 <가족의 탄생>을 만든 김태용 감독이 리메이크해서 이번에 선을 보인다.

김태용판 <만추>는 배경을 미국의 시애틀로 바꾸고 <색,계>로 월드스타가 된 탕웨이를 여주인공으로 기용해 '글로벌 프로젝트'로 만들었다. 여기에 남자 주인공은 얼마 전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완전히 뜬' 현빈이다. 현빈의 인기만으로도 <만추>는 흥행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였지만 개봉이 늦춰졌던 <만추>가 과연 '현빈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이전에 나온 <만추>와 어떻게 비교가 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규만 감독의 <아이들...>도 주목할 만 하다. 1991년 3월 대구에서 벌어진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극화한 이 작품은 실종사건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파헤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특종을 잡으려는 다큐멘터리 PD와 아이들이 살해됐다고 믿는 교수, 그리고 끝까지 범인을 잡으려는 형사와 아이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가 영화에 펼쳐진다. 박용우, 류승룡, 성동일, 성지루, 김여진 등 배우의 조합이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가하면 강풀의 인기 연재만화이자 대학로에서 인기를 모은 연극이었던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개봉한다. 노인들의 사랑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그린 이 영화는 원작과 연극의 인기를 바탕으로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가 기대를 갖게 한다. 원작의 감동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 영화의 감독은 <마파도>, <사랑을 놓치다>를 만든 추창민 감독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올해의 기대작으로 불렸던 민용근 감독의 <혜화,동> 또한 이번 주에 개봉한다. 민용근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주인공을 맡은 배우 유다인의 연기가 돋보였던 이 영화는 영화제 수상과 평단의 호평을 발판으로 독립영화의 '작은 반란'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달인' 김병만을 앞세운 <서유기 리턴즈>도 봄방학을 맞은 어린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손오공으로 분한 김병만의 개그와 무술을 앞세우고 여기에 저팔계 류담, 사오정 한민관의 코믹 연기가 뒤를 받친다. '어린이 영화는 유치하다'라는 선입견을 어떻게 깨드릴지가 관건이다. 감독을 맡은 신동엽은 2004년 <내사랑 싸가지>를 만든 감독이다.

아카데미 후보작, 스릴러, 다큐... 지나치긴 아깝지?

아카데미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127시간> ⓒ 폭스 서치라이트


외화 중에는 대니 보일 감독의 <127시간>과 리암 니슨 주연의 <언노운>이 관심을 끈다. <127시간>은 암벽등반 도중 암벽에 팔을 짓눌린 채 127시간을 버티다 끝내 자신의 팔을 자르고 살아남은 산악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제임스 프랑코) 등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왔다. 이 영화를 필두로 <킹스 스피치>, <블랙스완>, <더 브레이브> 등 아카데미 후보작들이 줄줄이 개봉할 예정이다.

리암 니슨 주연의 <언노운>은 사고를 당한 남자가 사라져버린 72시간을 찾는다는 내용의 스릴러 영화로 2008년 <테이큰>의 흥행을 이어간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 영화의 결말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배급사가 개봉 전 신경을 쓴 모습도 보여줬다.

TV를 통해 친숙해진 두 편의 작품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SBS에서 방영되어 높은 시청률과 많은 화제를 모은 <최후의 툰드라>가 극장판으로 나왔다. 시베리아 툰드라의 자연과 유목민들의 삶을 보여주며 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던 다큐로 미공개 영상을 포함해 101분의 다큐멘터리로 편집했다. TV와 마찬가지로 탤런트 고현정이 나레이션을 맡았다.

케이블TV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애니메이션 <아따맘마>도 이번에 극장판으로 선을 보인다. 전형적인 '아줌마'인 엄마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으로 극장판에서는 엄마와 딸의 몸이 서로 바뀌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영화가 개봉한 시즌이 있었던가??

작은 영화의 돌풍을 기대하는 민용근 감독의 <혜화,동> ⓒ 인디스토리


이번 개봉작들은 일단 상영작 수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고 많은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소개된다는 점이 관심을 모으며 상영작마다 자신만의 강점을 가진, 그렇기에 어느 작품이라도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어떤 시즌도 이번 '대보름 특수'만큼 다양한 영화가 한꺼번에 나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다양한 영화들이 나왔다는 것은 분명 영화팬들에게는 축복이지만 이 영화들을 골고루 볼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이런 축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휘영청 달 밝은 밤, 좋은 영화에 심취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만추 아이들 127시간 혜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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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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