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인들이여, 늘 그렇게 살아가시길

[포토에세이] 탄도항

등록 2011.02.20 12:21수정 2011.02.21 15:2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탄도항 해가 질 무렵의 탄도항, 바다에서 해넘이를 맞이하고 싶어 달려왔다.

탄도항 해가 질 무렵의 탄도항, 바다에서 해넘이를 맞이하고 싶어 달려왔다. ⓒ 김민수

▲ 탄도항 해가 질 무렵의 탄도항, 바다에서 해넘이를 맞이하고 싶어 달려왔다. ⓒ 김민수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었다.

우음도가 목적지였는데, 들판이 되어버린 바다를 보니 더 바다에 대한 갈증이 났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우음도가 보고 싶어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왔는데, 지척에 바다가 있으니 어찌 마다하랴! 때마침, 해가 질 무렵이니 운이 좋으면 오메가의 해넘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a 탄도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바닷물이 빠지고 있다.

탄도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바닷물이 빠지고 있다. ⓒ 김민수

▲ 탄도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바닷물이 빠지고 있다. ⓒ 김민수

 

탄도항, 그곳을 찾았다.

이곳에서 해넘이를 보고 부지런히 제부도로 달려가면 그곳 바닷길도 열렸을 것이다.

겨우내 추위에 단련된 덕분인지 바닷바람이 그다지 차갑게 느껴지질 않는다. 그래, 살을 에는 것같이 바닷바람이 차가우면 조금은 외로울 것 같다.

 

사람들이 남을 속여서 빼앗아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없는 것일까? 문제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빼앗는 놈, 거짓말 치는 놈... 그 놈이 나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먹고 사는 일의 분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늘 행복에 갈증을 느끼는 것이다.

 

a 탄도항 서서히 드러나는 바다 속에 감춰졌던 길

탄도항 서서히 드러나는 바다 속에 감춰졌던 길 ⓒ 김민수

▲ 탄도항 서서히 드러나는 바다 속에 감춰졌던 길 ⓒ 김민수

 

길이 열린다.

걸어가는 그곳이 곧 길이라고 하더니만, 바람이 걸어간 자리 길이 되었나 싶다.

숨겨두었던 길을 내어놓는 것이 아쉬운 듯 마지막으로 파도가 걸어간다. 걸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먼 바다로 사라지고 파도가 멀어진 만큼 길도 길어진다.

 

오직 한 길, 그래서 좋다.

여러 갈래길 중에서 선택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그 길밖에 없으니까 좋다. 가끔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 시류에 맞춰 살아가고 싶을 때도 있다.

 

a 탄도항 뿌연 안개로 해가 바다와 하나되는 순간은 보지 못했다.

탄도항 뿌연 안개로 해가 바다와 하나되는 순간은 보지 못했다. ⓒ 김민수

▲ 탄도항 뿌연 안개로 해가 바다와 하나되는 순간은 보지 못했다. ⓒ 김민수

 

아주 짧은 순간, 현실을 잠시 박제하는 데 걸리는 시작은 고작 1/250초에 불과했다.

그 시간을 조금 천천히 담았을 때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보이질 않았고, 선명하게 보이던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불현듯,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냐던 '친구'라는 노랫말이 떠오른다.

무엇이 실체고 무엇이 허상인가!

아주 오랫동안 실체를 담기 위해서 뛰어왔는데, 이젠 눈으로 보지 못하던 실체를 찾아나서는 여행길에 섰다.

 

a 탄도항 드러난 그 길을 젊은 연인들이 걷고 있다.

탄도항 드러난 그 길을 젊은 연인들이 걷고 있다. ⓒ 김민수

▲ 탄도항 드러난 그 길을 젊은 연인들이 걷고 있다. ⓒ 김민수

 

바다가 새로 내어놓은 그 길을 젊은 연인이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젊은 연인들이여, 그 사랑 영원하길... 늘 그렇게 살아가길...' 기도했다.

저렇게 둘이 있기만 해도 좋은 시절은 너무도 짧다. 그래서 젊은 연인들이 아름다운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인생도 진저리치게도 아름다운 이유가 짧기 때문이었다.

 

그 짧은 인생을 영원할 것인 양 착각을 하고 온통 소유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살아가다가 사람됨을 잃어버렸다. 그러자 사람됨을 잃어버린 사람들만 고통 속에 신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살던 모든 것들이 함께 흑암에 거하게 되었다.

 

갑자기 붉은 해에 붉게 물든 바다의 한 켠이 침출수인가 싶어 헛구역질이 난다. 아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정화시켜야 하는 바다가 아닌가!

 

a 탄도항 젊은 연인들이여, 지금처럼 늘 행복하시길...

탄도항 젊은 연인들이여, 지금처럼 늘 행복하시길... ⓒ 김민수

▲ 탄도항 젊은 연인들이여, 지금처럼 늘 행복하시길... ⓒ 김민수

 

그렇게 그들은 바다로 난 길을 걸어갔다가 돌아왔다.

바닷바람이 차가웠을까, 내가 먼저 들어와 있었던 포장마차로 들어온다.

 

"추운데 어묵이라도 드시겠어요?"

"감사합니다."

 

수줍게 웃는 젊은 연인들, 나의 그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큰 아이 또래의 연인들인 듯하다. 그래서일까?

 

"행복하세요, 지금처럼."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행복하냐?'고 나에게 물어본다.

2011.02.20 12:21ⓒ 2011 OhmyNews
#우음도 #탄도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4. 4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5. 5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