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기자실 개혁, 경남서 비롯됐다"

[인터뷰] 10년간 언론개혁 이끈 강창덕 경남민언련 전 대표

등록 2011.02.28 18:59수정 2011.02.2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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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는 관언유착이 심하다. 계도지는 관언유착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전국에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는 계도지가 사라졌다. 그러나 계도지가 사라지자 지자체에 기댄 각종 행사 후원이 상당히 늘어난 것도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경남에서 언론개혁운동을 이끌어왔던 강창덕 전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가 한 말이다. 강 전 대표는 김애리 전 대표와 함께 10년간 경남민언련을 이끌어 왔다. 경남민언련은 지난 17일 정기총회를 열고 박종훈(전 경남도교육위원)·이건혁(창원대 교수)·김송자 공동대표를 선임했다.

 

지난 10년간 경남민언련은 '계도지'를 폐지하고 기자실을 개방형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시민의 세금으로 사서 돌리는 홍보용 신문'인 계도지를 없애자는 운동은 다른 지역보다 경남에서 먼저 일어났다. 또 경남민언련은 경남도청과 시·군청의 기자들을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바꾸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강창덕 전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강창덕 전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윤성효
강창덕 전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 윤성효

지역 언론감시운동에 대해, 강창덕 전 대표는 "언론이 가지는 영향력이 크다"며 "언론이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감시 운동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역 언론은 관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걱정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경남지역신문발전조례'를 만들었는데, 경남민언련이 중심이 되어 추진했던 것이다. 이 조례와 비슷한 조례가 전국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비슷한 조례는 경남에서 출발해 충남, 부산, 전남, 충북 등 다른 지역으로 번졌다.

 

10년간 언론감시운동을 벌여온 강창덕 전 대표는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는 소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지난 25일 강창덕 전 대표와 나눈 대화 전문이다.

 

"계도지 폐지와 기자실 개방이 가장 기억에 남아"

 

-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임기를 마쳤는데, 소감은?

"10년을 넘게 대표로 활동한 곳에 대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 심정이다."

 

- 경남민언련 대표를 해오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그동안 언론운동권의 지형구조나 추진 방식이 하향식 구조였다. 다시 말해서 서울에서 결정한 사안을 지역에 내려 보내주면 여론화 작업을 하고 사업을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경남민언련의 경우 이러한 방식에서 탈피해서 지역에서 아이템과 의제를 설정하고 서울로 올려 보내는 방식의 운동을 지향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계도지 폐지 운동이었고, 폐쇄적인 도·시·군청의 기자실을 개방형의 브리핑룸으로 바꾼 것이다."

 

- 좀 더 주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계도지는 과거 권위주의 산물이었고, 전형적인 관언유착의  잘못된 관습이었다.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신문 구독료를 지원해 주는 계도지는 언론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전국 최초로 계도지를 폐지하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머물렀던 기자실을 과감하게 혁파하고,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전환시킨 것은 하나의 일대 사건이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경남에서 첫 시도를 하고 전국적으로 파급시킨 대표적인 언론개혁운동이다."

 

- 지역에서 언론감시운동이 왜 필요한가.

"언론이 가지는 영향력이라고 본다. 언론이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감시 운동이 필요 없다."

 

- 아직도 언론은 지역 정치권이나 자치단체, 기업체 등과 유착돼 있는 형태들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관언유착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고리를 끊어 버릴 것인가 하는 질문에 정답은 없다. 관의 의존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지역 언론의 현실이다." 

 

"참여정부 기자실 개혁운동, 경남지역 언론운동에서 비롯"

 

- 최근 들어 지역 신문사와 방송국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중앙 집중화 현상은 수십 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고 모든 정권이 지역을 살리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은 없었다. 참여정부 시절 나름의 권력을 분산화 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긴 했지만 이것 역시 현 정부 들어 무용화 되었다. 권력의 분산화 못지않게 지역언론의 중앙집중화 현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1990년 중반기부터 지역신문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재정상태가 어렵게 된 기간이었다면 지역방송의 사정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본다."

 

- 경남은 다른 지역보다 앞서 도·시·군청의 기자실을 개방형으로 바꾸었고, 경남민언련이 앞장서서 제시하기도 했는데 감회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뭔가.

"폐쇄형의 기자실을 개방형의 기자실로 바꾼 것은 나름의 성과는 있었지만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고 말았다. 가장 먼저 브리핑룸은 기자들이 사무실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를 위해 잠시 머무는 곳으로 변화되어야 하고 고정 출입 시스템의 낡은 취재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브리핑룸의 긍정적인 사례를 담아내기는 어렵다고 본다."

 

- 기자실를 폐지하게 된 것은, <오마이뉴스> 기자가 인천공항에서 취재를 못하게 되면서 촉발된 것 아닌가?

"그렇다. 최경준 기자가 기자단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천공항에서 취재를 못하고 쫓겨난 것이 하나의 기폭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경남에서도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의 반발이 아주 심했다. 특히 경남도청의 경우 지방언론 기자실과 중앙언론기자실을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중앙언론기자들의 반발이 심했던 기억이 난다. 진보매체의 기자들도 기자실을 폐지하는데 동의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을 정도였으니, 일반적인 정서는 말하지 않아도 이해가 갈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정부 차원에서 기자실 개혁운동이 시작되었으니 이것도 따지고 보면 경남지역 언론운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 지금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한때 일었던 계도지 폐지 운동도 경남민언련이 앞장서서 주장했는데, 감회는?

"지역에서는 관언유착이 심하다. 계도지는 관언유착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전국에서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는 계도지가 사라졌다. 그러나 계도지가 사라지자 지자체에 기댄 각종 행사 후원이 상당히 늘어난 것도 또 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 또 기억에 남을 만한 언론운동 사례가 있나.

"2010년 제정된 '경남지역신문발전조례'가 있다. 이 조례는 지역언론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하여 여론을 다원화 시키고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기여 할 수 있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조례 역시 전국 최초로 경남에서 출발했는데, 현재는 충남, 부산, 전남, 충북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 경남지역의 언론개혁운동으로 인해 경남지역언론계에 미친 영향을 꼽아달라.

"지역 언론인들이나 언론계가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3~4년 정도 언론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앞서 있다고 자랑한다. 경남민언련으로 인해 이렇게 되었다기보다는 언론계나 언론인들의 노력에 의해서라고 본다. 경남지역에서는 음성적으로는 몰라도 공식적으로는 촌지가 사라졌다고 본다. 촌지를 받다가 공식적으로 확인이 되면 언론계를 떠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 경남민언련은 언론감시 활동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많은 연대활동을 벌여 왔는데, 감회는?

"시민언론이 전문영역으로 넓어지고, 나름의 뿌리를 내리고는 있지만 연대와 공유를 통해서 함께하는 지역운동으로 가지 않으면 시민단체의 역량으로서 한계가 있다. 지역 현안 문제는 누구누구 단체의 일이 아니라 모두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바꾸겠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공권력과 싸울 때 홍보, 예산, 인원동원 등 모든 면에서 불리한 시민단체는 오로지 도덕성과 명분으로 싸워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의 인력이 투입될 때, 이길 가능성은 적다. 그래서 연대가 필요한 것이다."

 

"MB정부 시절 활동 보고, 시민단체 옥석 가릴 수 있을 것"

 

- 이명박 정부 들어 시민사회진영에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는 지적을 하기도 하는데, 지역 시민운동의 바람직한 방향은?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시절은 시민운동 영역에서 보면 호시절이었다고 본다. 경기가 좋을 때는 경쟁력 있는 기업을 가려내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 그들의 활동을 보고 평가를 해 정상적인 시민단체인지 아닌지 옥석을 구분해 낼 수 있다고 본다. 참여정부 시절이나 이명박 정부 시절 활동 범위나 성과가 같다면 좋은 점수는 몰라도 평균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경남민언련은 앞으로 어떤 체제로 운영되나.

"새로운 3명의 공동대표는 능력 있고 참신한 분들이다. 앞으로 경남민언련의 10년 역사는 새 집행부가 만들어 갈 것이라고 본다. 3명의 공동대표는 각 분야별로 책임성 있게 역할 분담해 활동을 한다. 예전보다 활동력이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 10년간 맡았던 경남민언련 공동대표를 그만두게 되었는데, 앞으로 계획은?

"시민운동을 그만 두는 게 아니라 잠깐 쉬는 것이다. 가장 먼저 호구지책부터 챙겨야 한다."

 

- 경남민언련 공동대표는 아니지만 이사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의 경남민언련은?

"지난 10년간의 경남민언련이 지역에서 진보 언론개혁운동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뿌리는 내리는,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본다."

2011.02.28 18:59ⓒ 2011 OhmyNews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운동 #계도지 폐지 #강창덕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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