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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을 리모델링 했습니다... 한번 보실래요?

사회인 야구 마이더스 손 박요한 팀장 "글러브 수리 잘됐을 때 뿌듯"

11.04.08 10:02최종업데이트11.04.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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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한쪽에 진열된 새 글러브. 내 글러브도 저렇게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 박상익


야구인에게 글러브는 애인이다

사회인 야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글러브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잘 안다. 애인, 여자친구, 심지어 마누라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인야구 12년차인 내 보물 1호도 당연히 글러브다.

야구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들어간 사회인 야구단. 다른 것은 다 빌릴 수 있어도 글러브를 빌릴 수 없는 일. 10만 원이 넘는 글러브 값을 어떻게 마련할까 고민하다 점심 급식 석 달을 굶고 용돈을 보태 샀던 것이 내 첫 글러브와의 만남이었다.

10년이 넘는 사회인야구 생활을 하며 여러 글러브가 내 손을 거쳤지만 이것만큼은 버릴 수가 없었다. 글러브를 본 팀원들은 박물관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놀렸지만 어느 것보다 내 손에 잘 맞는 글러브는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세월에 많이도 낡았다. 점점 가죽이 갈라지고 퍽퍽해지더니 찢어지고 터진 곳까지 생겼다. 이제 은퇴를 시켜줘야 하나 고민하던 중 글러브 리모델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낡은 글러브를 새 글러브처럼 바꿔준단다. 귀가 솔깃해지는 정보다.

서울 송파동에 위치한 글러브 전문 판매점을 찾았다. 이곳은 기성품이 아닌 맞춤형 오더 글러브를 판매하는 곳이다. 기성품보다 비싼 값이지만 현역 프로 선수들은 물론, 엘리트 아마추어 선수나 사회인 야구 선수들도 나만의 글러브를 위해 많이 찾는 편이라 한다.

"글러브가 많이 낡았네요. 얼마나 쓰셨어요?" 명가 글러브 수리팀의 박요한 팀장(32)이 글러브를 만지며 묻는다. 10년이 넘었다고 하자 오래 썼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긴 주변에서도 이런 글러브를 쓰는 사람은 나도 본 적이 없으니.

글러브를 천천히 둘러보고 글러브 바닥 보강과 가죽 세정, 찢어진 부분의 수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일주일 뒤에 찾아오라는 답을 들었다. 새롭게 바뀔 내 글러브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의 글러브. 오랜 세월에 낡고 힘없이 쓰러진다. ⓒ 박상익


새로이 바뀐 내 글러브를 보니 환생이란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도 2~3년은 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 박상익


정말 이게 내 글러브?

일주일 뒤 글러브를 찾으러 갔다. 박요한 팀장이 진열대에 걸려있는 붉은색 글러브를 꺼내 보여줬다. 순간 웬 글러브를 주는가 싶었는데 일주일 전에 맡긴 내 글러브다. 글러브에 써진 내 이름까지 확인하고 나니 더욱 믿을 수가 없다. 글러브 수리라는 분야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이 정도 수준인 줄은 몰랐다.

가죽의 색이 살아나고 단단하게 힘도 생겼다. 수리를 마친 다른 글러브들도 환골탈태 한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호기심이 생겼다. 어떻게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걸까?

보통 글러브를 잘못 다루는 유형은 손바닥 부분을 접히게 만들거나, 젖은 글러브를 방치하여 가죽이 상하는 경우다. 게다가 다른 가죽 제품과 달리 야외에서 격하게 쓰이기 때문에 수명도 짧다.

박 팀장에 따르면, 이런 글러브들은 그 속을 열어 바닥에 새로운 가죽을 덧대주고, 유분을 잃은 가죽 표면에 오일을 발라 탄력과 윤기를 살려낸다. 글러브를 만져본 사람은 끈 하나 제대로 묶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안다. 또한 잘못 만졌을 때 모양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다루기도 쉽지 않다.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글러브들이 하루에도 몇 개씩 들어온다. 주로 바닥 한가운데가 약해진 글러브나, 손가락 부분의 심 보강, 세정 및 광택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박 팀장은 글러브 수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한 것이 1년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고친 글러브만 해도 6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글러브 바닥 보강은 3만 원대, 세정은 1만 원대의 수리비가 든다.

박요한 팀장이 가장 주의 깊게 조언하는 부분은 글러브의 각 유지다. 글러브를 사용할 때도 손바닥보다 손가락 끝마디를 이용해 잡아야 글러브의 각이 무너지지 않는다. 사용한 뒤에는 공 두 개 정도를 넣어 눌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글러브 전문가가 된 신학생

글러브 수리를 위해 해체한 글러브의 모습. 이 글러브도 내것 못지 않게 낡았다. 이 글러브도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 박상익



사회인야구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하는 박요한 팀장은 원래 신학을 전공하는 착실한 대학생이었다. 그런 와중 자신이 배우던 공부에 대한 걱정과 진로 문제로 고민하다 아르바이트 삼아 했던 야구용품점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글러브에 가장 관심이 많아 일하다보니 글러브 수리의 전문가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사실 글러브 판매도 아니고 수리 영업이라는 것이 잘 될까 걱정 했어요. 하지만 많은 손님들의 입소문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안정적 수요가 나오고 있습니다. 글러브라는 것이 쓰시던 분들의 애정이 듬뿍 담긴 물건이라 수리가 잘 됐을 때 정말 뿌듯합니다."

프로야구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야구 동호인의 숫자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래서 글러브 판매와 수리 수요 모두 상승하고 있다는 것. 새것이 된 글러브를 들고 돌아오니 뿌듯하다. 새 글러브를 사려는 와중에 금전적인 부담도 덜어 마음도 한결 가볍다. 오랫동안 방치해 사자니 아깝고 쓰자니 찜찜한 글러브가 있다면 글러브 리모델링의 문을 두드려보길 권한다.

덧붙이는 글 글러브 전문 수리점

-명가 베이스볼 (http://cafe.daum.net/myunggamania)
-글러브팩토리 (http://www.glovefactory.co.kr/)
-야구글러브수리 (http://cafe.daum.net/oldglove/)
프로야구 야구 글러브 글러브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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