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차등 성과금 '균등분배' 하면 위법이라고?

[주장] 아무리 '미친 세상' 이라지만... 교원 성과 상여금 제도 과연 정당한가

등록 2011.04.29 09:03수정 2011.04.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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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8일) 새벽 4시, 핸드폰 알람 소리에 번쩍 잠이 깼다. 어젯밤 11시 반경 고1년생 딸아이가 야간 자습을 하고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침대로 쓰러지면서 '내일 일찍 깨워줘요, 아빠'하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고교 첫 중간고사가 임박한 것이다. 그러나 겨우겨우 일어난 아이는 한 시간 만에 다시 잠에 떨어졌고, 나는 혼자 한동안 책을 뒤적이다 책상 위에 놓인 오디오 플레이어의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이 흘러나왔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 넌 행복해야해. 이 미친 세상에~~"

흐린 꼭두새벽, 나는 이 노래를 반복으로 나오게 해 놓고서는 책도 보고,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그리고는 아침상에 차려진 현미밥을 꼭꼭 씹어 먹었다. 나는 중얼거렸다. 그래, 정말이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여하튼 '미친 세상'이고 말고……!

이유가 없을 수 없다. 대한민국 교사인 나는 어제(27일) 부산시 교육청으로부터 학교로 날아온 공문 하나를 뒤늦게 발견해 읽다가 나도 모르게 소리친 바 되었다.

"아무리 '미친 세상'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미친 세상'이라서 교과부도 덩달아 점점?

하지만 미리 당부 드리지만 독자님들께서는 너무 긴장하시지 않았으면 한다. 그 공문의 내용은 생각에 따라선 별 것 아닌, 이 정부 들어서고서 교육과학기술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연출해내는 여러 기괴한 언행의 하나였을 뿐이니까.


(여기에서 '기괴'하다는 것은 우선 내 '상식'과 한참 어긋날 뿐 아니라 우리나라 헌법 정신까지도 짓밟는 그런 짓을 형용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2008년 교과부는 일제고사의 학부모 선택권을 알려준 서울과 강원의 교사들을 막무가내 해임시켰는데 올해 법원은 그것이 부당하다며 복직 판결을 내리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교과부 장관을 위시한 그 어떤 책임자도 피해 교사들에게 한마디라도 사과하는 걸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이 '기괴'에는 '후안무치'도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내가 본 공문의 제목은 이랬다.


2011년 교원 성과상여금 관련 지도 감독 강화 및 학교 성과 상여금 Q&A송부

아, 교원 성과 상여금 제도에 관한 한 대다수 교사들과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이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여론은 다르다는 것을 내가 모르는 바 아니다.

차별 성과금, 그 '돈이란 당근'으로 교사와 교육의 질을 높인다?

교사들이라 해서 경쟁의 무풍지대에 있을 수 있는가? 교사들도 점수를 매겨서 잘 한 자에게는 상(많은 돈)을, 못한 자에게는 벌(적은 돈 혹은 이른바 '부적격' 교사의 경우 퇴출이라는 중벌까지)을 줌으로써 교육 혹은 교사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 또한 민주주주의 사회에서는 한 의견으로 존중되어 마땅하다고 나는 생각해왔다.

아이들의 영혼의 성장과 지적 발달을 두루 도모하고자 하는 교육의 '성과'란 것을 1년마다 점수화하고 그 점수에 따른 '돈이라는 당근'(다른 말로는 '돈의 박탈이라는 채찍')을 행사한다고 해서 교육 내지 교사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교과부가 주요한 교원정책의 하나로 채택한 '차등성과금제'를 학교 현장에 정착시키고자 하고 이를 우려하고 반대하는 교사들이나 교원단체(전교조)에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도 입장 바꿔 생각하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와 관련한 공문 한 장에 '미친 세상' 타령을 하게 된 걸까?

계속되는 교과부의 무례, 몰상식, 초법적 사고와 행동

까닭은 딴 데 있지 않다. 내가 묵과할 수 없는 것은 그것과 관련하여 보여준 교과부의 무례하고 몰상식하며 거의 초법적인 사고와 행동이다.

'공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a 부산시 교육청 공문의 <관련 법령 및 지침> 부분 아래를 보면 "성과 상여금을 정상 지급 받은 후 협의(모의)하여 재분배하거나 재분배 받는 행위"도 처벌함을 명시하고 있다.

부산시 교육청 공문의 <관련 법령 및 지침> 부분 아래를 보면 "성과 상여금을 정상 지급 받은 후 협의(모의)하여 재분배하거나 재분배 받는 행위"도 처벌함을 명시하고 있다. ⓒ 윤지형


1) 교사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원 성과 상여금제에 대해 어떤 이의도 달지 말며 어떤 반대 행동도 하지 말라.
2) 만약 그리하면 법에 따라 불이익도 주고 필요하면 중징계도 하겠다.
3) 그 법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와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3조(근무기강확립)을 말한다.
4) 다음의 행위를 하는 교사는 성과상여금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다음 년도에 지급을 하지 아니한다.
(다음) : 성과상여금을 정상 지급 받은 후 협의(모의)하여 재분배하거나 재분배 받는 행위.

일단, 이것을 읽는 동안 내 머리 속으로 떠돈 질문 몇 개를 꺼내놓자. 

교사로서 '성실 의무'는 권력 아닌 국민을 향한 의무

1) 공무원(교사)은 인간도 아니고 민주사회의 시민도 아닌가? 정부 정책에 왜 반대(행위)를 할 수 없단 말인가?
2) 이른바 '성실 의무'는 정부의 부당한 지시 내지 초법적인 명령에도 준수해야만 하는가? 누구를 위해? 정치권력을 위해? 공무원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공복'이 아닌가? 교사들로 하여금 성실의무를 지키지 못하게 하는 장본인은 도무지 성실하게는 지킬 수 없는 명령을 남발하는 바로 교과부가 아닌가?
3) '성과상여금을 정상 지급 받은 후 협의(모의)하여 재분배하거나 재분배 받는 행위'는 처벌 받는다니? 대체 이런 망발도 다 있나? 내(가 받은) 돈 내가 다른 사람과 나눠 갖겠다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될 있단 말인가? 이건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전체주의적 발상 아닌가? 범법 행위임을 암시하기 하기 위해 아예 '모의'라는 말까지 써가며 이렇게 교사들을 능멸해도 좋단 말인가?

어제, 이런 요지의 질문을 부산시 교육청 담당 장학사에게 전화로 하면서 나는 또한 물어보았다.

아이들에게 빵을 1개 2개 3개 차등지급하고 꼭같이 나눠먹으면 처벌한다고 하면?

"제가 우리 반 아이들의 '지각이나 결석 유무, 청소 성실 정도, 복장 상태, 성적' 등을 모두 점수화해서 A등급에게는 빵 3개를, B 등급은 2개, C등급에게는 1개를 주었다 칩시다. 그런 다음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모의'해서 똑같이 갈라 먹으면 징계를 하겠다! 어떻습니까? 이게 지금 교과부에서 하고 있는 작태와 다를 게 있다고 보십니까?"

담당 장학사는 부산시 교육청에서 보낸 '문제의 공문'(내가 보기에 '문제'라는 것인데)은 교과부에서 '이첩'된 공문이며 이를 그대로 일선학교로 하달했음을 내게 상기시켰다. 하기야, 담당 장학사가 무슨 잘못이 있으랴. 문제는 그 상부의, 상부의, 상부에 있는 것을!  

그래서 나는 그 공문에서 적시한 바, '최근 전교조는 언론 보도를 통해 성과급 반납 운동 및 투쟁 자금 활용 발표 등 학교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고 한 대목에 대해서는 '정작 학교 현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주범은 다름 아닌 교과부'라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많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일단 항의성 질의의 말을 끝냈다. 

'약육강식'하면 자유민주주의고,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나눠가지면 체제 부정?

이 '미친 세상'에는 '사이좋게 나눠 먹자'고 말하는 사람을 좌파니 공산주의자니 하며 어떤 딱지를 붙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는 모양이다. 또한 '약육강식' 해야만 '자유 민주주의'가 된다고 굳게 믿는 분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자유'롭게 '민주'적으로 '사이좋게 나눠먹는' 사람은 자유민주주의자일까 공산주의자일까, 반문하고픈 마음도 있지 없지 않지만 어쨌거나 생각은 자유다. 그러나 그분들에게 교사로서 한 가지는 묻고 싶다.

만약 당신이 교사라면, 눈 맑은 아이들 앞에 선 교사라면 아이들이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살기를 바랄 것인가, 아니면 '사이좋게 나눠 먹는' 사회에서 살기를 바랄 것인가?

물론 이건 우문에 불과하다. 비록 우리 사회가 무한 경쟁 시장 지상주의로 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 해도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기를 바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나 '설마'가 사람을 마구 배반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이 '흘러간 옛 노래'가 되는 날을 소망하며

그래서 나는 오늘 소망한다. 학교가 시장 논리와 경쟁의 아귀다툼의 장이 아니라 '인간'과 '교육'이 그 생명을 얻는 공동체이기를 무망하게도(!) 소망한다. 그래서 우리 딸아이에게도, 또한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도 '브로콜리 너마저'가 부른 <졸업>, 그러니까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넌 행복해야 해"라는 노래가 아주 흘러간 옛 노래가 되어버리는 시대가 어서 빨리 오기를……!
#전교조 #성과상여금 #교과부 #해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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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오랫동안 고교 교사로 일했다. <교사를 위한 변명-전교조 스무해의 비망록>, <윤지형의 교사탐구 시리즈>, <선생님과 함께 읽는 이상>, <인간의 교사로 살다> 등 몇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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