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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안타' 향한 한화 장성호의 조용한 질주

[프로야구] 끝내기 홈런 장성호, 복귀한 뒤 한화 상승세 이끌어

11.05.12 10:52최종업데이트11.05.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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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장성호는 타격을 할 때 왼 다리를 드는 '외다리 타법'을 쓴다. 이 타법은 변화가 심한 공에는 약점이 있다. ⓒ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내야수 장성호(34)가 오랜만에 이름값을 했다.

장성호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정규시즌 LG 트윈스와의 방문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9회초 레다메스 리즈의 4번째 공을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2점 홈런을 때렸다. 장타로 연결되기 좋은 높은 시속 134km의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은 결과였다. 한화는 장성호의 활약에 힘입어 2-1로 LG를 따돌렸다.

살아나는 한화와 장성호

한화는 이 승리로 시즌 10승1무21패 승률 0.323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꼴찌에 머물러 있다. 7위 롯데 자이언츠와도 4경기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5월 분위기만 놓고 보면 괜찮다. 한화는 5월에 치른 9경기에서 4승5패를 거두며 나름대로 선전했다. 여기엔 7할대 승률을 넘보는 1위 SK 와이번스(승률 0.690)와의 3연전에 진 것도 들어 있다.

한화의 상승세는 장성호의 복귀와도 맥을 같이 한다. 장성호는 4월 24일 1군에 등록된 뒤 중심타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5월에는 두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안타를 때리는 등 3홈런 5타점 7볼넷으로 한대화 한화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덩달아 팀의 간판인 4번 타자 최진행의 방망이도 불을 뿜고 있다. 최진행은 5월에만 벌써 6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9개로 홈런 단독 선두에 올랐다. 같은 기간 11타점을 쓸어 담기도 했다. 한화 타선의 중심이 조금씩 바로 서고 있다.

겹치는 부상과 부진

장성호는 내리막길을 걷는 대표적인 타자다. 지난 4년간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면서 코치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안타 수가 계속 줄어드는 게 눈에 띈다. 장성호는 KIA 타이거즈 시절이던 2002년 165안타를 기록한 이래 매 시즌 안타가 줄고 있다. 지난해는 이에 100개 이상 모자란 58안타에 그치기도 했다.

부상이 불러온 부진이 문제였다. 장성호는 2009년 6월 25일 오른 갈비뼈 골절로 1군 명단에서 제외된 뒤 같은 해 11월 4일 왼 손바닥 인대, 2010년 10월 18일 오른 어깨 수술을 차례로 받았다. 그래서 경기에 나서는 날보다 재활 훈련을 하는 날이 더 많았다. 회복이 늦은 30대 중반의 야구선수에게 두 차례 수술은 위험하다.

해가 가면서 약점도 더 두드러졌다. 장성호는 타격 때 왼 다리를 들었다 놓는 '외다리 타법'을 쓴다. 이 타법은 힘을 모아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움직임이 큰 구종에 대해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더구나 장성호는 자신의 장점이던 방망이 회전 속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한화 장성호(오른쪽)가 3일 SK와의 홈경기에서 4회말 김광현의 7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시즌 2호째 홈런을 때리고 김민재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다시 시동 걸린 2000안타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장성호의 올 시즌 출발은 그럭저럭 괜찮다. 15경기에서 3홈런 8타점 타율 0.296, OPS(출루율+장타율) 0.906으로 선전하고 있다. 비록 수비에 들어가지 않는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지만 이 정도면 타자로서 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할 만하다. 재활 훈련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성호 특유의 장점인 공을 기다리는 능력이 눈에 띈다. 장성호는 삼진을 9번 당했지만 볼넷을 12개나 골랐다. 장성호의 통산 볼넷은 910개로 삼진 수인 708개보다 훨씬 많다. 장성호가 장거리 타자 최진행 앞에서 자주 출루를 하게 되면 한화는 점수를 낼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꿈의 2000안타를 향해서도 순항하고 있다. 장성호는 올 시즌 복귀 경기였던 4월 24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에서 개인 통산 1800안타를 때렸다. 이후 그는 14경기에서 15개 안타를 때려 통산 1815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하나씩 안타가 나오고 있어 올 시즌 막바지까지 정상적으로 뛴다면 세자릿수 안타를 기록할 수 있다. 한화는 10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해 은퇴한 양준혁(현 SBS 해설위원)이 통산 2318안타로 최다안타 기록을 갖고 있다. 장성호는 그동안 "양준혁 선배의 기록을 깨는 게 목표"라고 말해왔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체력과 맞서 싸워야겠지만 아직은 희망이 있다.

당장 목표는 2000안타다. 장성호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실력을 보인다면 내년쯤 2위인 전준호의 2018안타를 넘어설 수도 있다. 신발 끈을 고쳐맨 장성호가 2000안타를 향해 다시 조용한 질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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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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