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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만 오디션? 이젠 배우 오디션도 나온다

배우양성 프로그램 SBS <기적의 오디션> 서울 예심 현장 공개

11.05.25 18:00최종업데이트11.08.1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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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꿈을 캐스팅하겠습니다" 6월 방송을 앞두고 있는 배우양성 오디션 프로그램 SBS <기적의 오디션>이 25일 서울 마지막 예심 현장을 공개했다. ⓒ SBS


"다음 참가자 들어 오세요."

심사위원 이범수의 말이 떨어지자, 정적과 긴장감이 내려앉은 무대에 20대 청년이 들어섰다. 형형한 눈빛으로 앞을 응시하면서 독백을 하다가 울먹이는 대사에서는 눈물이 차올랐다. 다른 연기를 보여 달라고 하자, 눈물을 닦고 금세 카메라를 노려보며 사극 톤으로 연산군을 연기하는데 곽경택 감독의 지적이 날아와 꽂힌다.

"너무 착하다. 세종대왕이 아니잖아요. 조롱 섞인 미소로 압도해야지요."

이어 이범수가 즉석에서 '철없는 말썽쟁이 막내아들' 연기를 주문했다. 참가자는 입고 있던 무거운 재킷을 벗어 던지고 허공을 향해 가상의 엄마에게 "용돈 좀 달라"며 능청스럽게 웃어본다. 다시 곽경택 감독이 참가자의 대리운전 경력을 보고 "제일 꼴불견이었던 손님을 흉내 내보라"고 요구했다. 단 한 명의 참가자 안에 갇힌 잠재력을 확인하는 과정은 이렇게나 치밀하고 끈질기다.

배우부터 60대 주부, 외국인까지...100:1 경쟁률 뚫은 참가자들

25일 SBS의 배우양성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의 마지막 서울 예심 현장이 공개됐다. 서울 지원자 1만1000여 명 중 1차 예심을 통과한 100여 명의 참가자들은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2차 오디션에 참가했다. 현직 배우부터 62세 최고령 참가자,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까지 서울지역에서만 다양한 배경의 남녀노소가 모였다.

<기적의 오디션> 촬영현장 대기실에는 40여 명의 참가자들이 오디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부터 교복을 입고 온 학생, 메이크업과 의상을 완벽하게 준비한 젊은 남녀, 나이가 지긋한 중년 지원자까지. 함께 온 가족,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이어폰을 꽂은 채 초조한 표정으로 혼자 시간을 갖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있어서인지 연기 연습을 하는 지원자는 없었다.

이날은 현장 공개 외에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심사과정의 에피소드와 심사기준 등에 대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연출자인 김태형 PD와 심사위원인 곽경택 감독, 배우 김갑수, 이범수, 김정은이 참석했다.

<기적의 오디션>의 연출을 맡은 김태형 PD는 2001년 <박진영의 영재육성프로젝트, 99%의 도전>에서 2AM의 조권과 원더걸스의 선예 등을 발굴한 경력이 있다. 김 PD는 "방송 3사의 공채 탤런트 시험이 없어진 이후 공개적인 경쟁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전 세계 최초의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참가자들의 열정과 가능성을 실현시켜 보고 싶다"고 기획취지를 설명했다.

사람 자체의 매력, 노래만 심사하는 오디션과 차별성 둔다

▲ "화이팅!" 25일 <기적의 오디션> 기자회견에 참석한 심사위원단 (왼쪽부터 이범수, 김정은, 김갑수, 곽경택) ⓒ SBS


심사위원 제의를 받고 3~4주간 고민했다는 이범수는 "20년 전 무명시절의 나 또한 많은 오디션에 참가하고 떨어져봤기 때문에 선배로서 안내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범수는 "프로그램 취지가 땀과 노력으로 기적을 일궈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부족하더라도 잠재력이 있는지 보겠다"고 심사 포인트를 설명했다. 한편 타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본 적 없다는 이범수는 "'독설'이라는 설정은 유치하다"며 "직언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심사에 임한다"고 강조했다.

김갑수는 진실성을 중요한 심사기준으로 뽑았다. 그는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시청자들이 연기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감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한테 걸리면 일단 선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좋은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하니까 눌러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해 실질적인 독설 캐릭터임을 알렸다.

김정은은 "누구를 떨어뜨리느냐보다 '미라클스쿨'이라는 캠프에 애정이 있다"며 "나 또한 연기를 시작할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길 바랐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특히 김정은은 "혼자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배우, 스탭과 함께 일하기 위해 배려가 필요하다, 먼저 인간이 되어야 연기를 잘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친구>의 연출자로 이름을 알린 곽경택 감독은 "연기자 심사위원과 달리 감독으로서 연기자의 가능성을 봐야 하는 입장"이라며 "평소 TV 출연을 자제하는 편이지만 좋은 신인들을 찾아보고자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곽 감독은 "처음에 연기자 오디션이 대중의 취향에 맞는 코믹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능할까 싶었다"고 털어놨지만 "오히려 심사위원들이 굉장히 진지해서 다른 방송과 경쟁이 될까 걱정이 될 정도"라며 웃었다. 특히 곽 감독은 "예선을 거치면서 각 출연자들의 애틋한 개인사를 알게 되는데, 안 보고 (심사를) 하자니 살아온 길을 모르겠고, 보고 하자니 냉정해지지 못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에 김태형 PD는 "참가자들의 연기를 1분 정도 보고 있으면 빠져들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절절하게 감정을 연기로 토해내는 리얼리티와 심사위원의 진정성의 합이 충분한 재미를 담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노래만을 심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사람의 개성과 성격, 삶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모습을 차별성으로 갖고 가겠다는 취지다.

지난 3월부터 전국 5개 도시와 미국 LA 심사를 마친 SBS <기적의 오디션>은 6월 24일 첫 방송을 예정하고 있다.

기적의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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