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KBS로부터 고소당한 방송인 김미화씨가 2010년 7월 19일 오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소연
김흥국의 퇴출 이유는 지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특정정당, 즉 한나라당 후보 지지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MBC 경영진은 "일신상의 이유로 김흥국씨가 자진사퇴했다"고 둘러댔지만, 김씨의 1인 시위와 삭발항의로 MBC 경영진의 주장은 길거리의 웃음거리가 되었을 뿐이다.
김씨가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는, 결코 김씨의 방송 퇴출 이유가 될 수 없다. 김미화가 '진보적'이라는 이유로 퇴출되어서는 안 되듯이, 김흥국이 보수적인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퇴출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정치적 공정성과 관련하여 방송진행자의 적법한 퇴출 기준은 무엇일까? "방송에서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등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김흥국의 항변에 해답이 있다. MBC 방송강령과 MBC 선거방송 준칙에도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다.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방송을 진행하여 방송의 기본적인 공정성을 훼손했을 때만이 퇴출 대상이 되는 것이다.
MBC 방송강령은 "방송내용을 통하여 공직 선거의 특정후보자나 정당을 지지, 반대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옳은 얘기다. MBC 선거방송 준칙은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 선거운동원 등을 출연시켜 후보자의 이미지를 조작하는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얘기는 '방송진행자가 방송을 통해서 선거운동을 하거나 사실상 선거운동에 다름없는 편파적인 방송을 하지 말라'는 뜻이지,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정치적 의사표현을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길 경우 무조건 퇴출이라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
MBC가 김흥국을 선거방송 준칙 위반을 들어 방송 퇴출을 결정했다면, 이 준칙의 내용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만약 이 준칙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연예인은 누구라도 방송진행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면, 이 준칙은 그 자체로 위헌이며 반민주적 조항으로 폐지되어야 한다. 헌법상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고,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되고, 김흥국·김미화는 왜 안 되나?연예인도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말하는 자유'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는 오바마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도 멀쩡하게 방송을 진행한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를 보라. 김미화 김흥국을 방송에서 내쫓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끄러운 사회인가.
오프라 윈프리는 지난 2007~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에 대한 단순한 지지선언을 넘어,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모임을 열어 정치자금을 전달하고, 직접 선거유세에 나서 오바마 지지연설까지 했다.
그렇다고 윈프리가 토크쇼 진행을 그만 두거나, 윈프리가 진행하는 토크쇼가 폐지되지도 않았다. 방송 그 자체를 이용해 특정한 정치적 편파성을 드러내지 않는 한, 연예인 혹은 방송인도 자연인으로서 방송 이외의 장에서 자신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맘껏 보장받아야 한다.
MBC 노조는 이런 점에서 애초부터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MBC 노조는 '한나라당 선거운동원 김흥국'과 김미화와 김종배 사례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면서, 사실상 김흥국의 사퇴를 촉구했다.
MBC 노조의 본래 의도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고정출연해 온 시사평론가 김종배에 대한 퇴출의 부당성을 알리고 그들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퇴출자 명단에 김흥국 한 사람 더 추가시킴으로써, MBC 경영진의 부당한 김미화, 김종배 퇴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 되었다.
내가 MBC 노조원이었다면, '우리는 연예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존중해 한나라당 선거운동을 한 김흥국의 방송진행을 찬성하듯이, 정치적 이유로 쫓겨난 김미화도 방송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진보적 연예인이든 보수적 연예인이든 그들에 대한 단순한 형평성 문제보다, 더 근원적이고 가치 있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김흥국을 살려야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이 산다

▲ 14일 저녁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라이브 홀에서 열린 '꿈꾸는 소년 - YB의 미국 워프트 투어 이야기'(사진 윤도현·글 이현주) 책 출간 기념 북 콘서트에서 YB의 윤도현과 방송인 김제동이 공연을 보러 온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나는 김흥국씨의 정치적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MBC의 잘못된 처사에 슬그머니 뒤로 꽁무니를 빼지 않고 당당하게 1인 시위와 삭발투쟁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김흥국은 공중파라는 MBC 권력 앞에 결코 비겁하지 않았다. 연예인이 방송사 권력에 얼마나 위축될 수밖에 없는지는 굳이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민주적 가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완성하는 것이다.
MBC 노조도 이제는 김미화, 김종배뿐만 아니라 나아가 김흥국의 방송 복귀를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김흥국에 관한 문제제기는 김흥국을 방송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며, 김흥국과 김미화, 김종배 등 MBC에서 정치적 이유로 퇴출된 모든 인사들에 대한 방송복귀를 찬성한다'는 뜻을 노조는 분명히 해야 한다. 김미화와 김흥국의 공멸을 가져오는 투쟁이 아니라, 김미화와 김흥국의 공생을 가져오는 투쟁을 해야 한다.
김미화가 방송에서 쫓겨날 때, 김흥국이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 섭섭해 하지 말자. 독일 나치 정권 시절 "내가 공산당원이 아니어서, 유대인이 아니어서, 노동조합원이 아니어서, 가톨릭교도가 아니어서 침묵을 지켰더니, 어느새 나를 잡으러 왔다"는 마틴 뇌묄러 목사의 말처럼, 김미화를 살리기 위해 김흥국을 먼저 살리자.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민주주의 후퇴라는 쓰나미 재앙에서 더이상 희생되는 연예인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살리고 민주적 가치를 지킨다는 측면에서 보면, 지금은 '김흥국이 김미화고, 김미화가 김흥국'인 것이다. MBC에서 쫓겨난 김흥국을 살려야 김미화, 김종배가 산다. 그래야 KBS에서 정치적 이유로 쫓겨난 김제동, 윤도현도 방송에 복귀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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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세상을 바라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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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창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모질다.
세상을 보는 창,즉 시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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