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이라크에서 마이크의 별명이 '닥'이 된 이유

[할리우드의 심리전](05) 아들 잃은 퇴역미군이 이라크전에 눈뜨는 이야기, <엘라의 계곡>

11.06.21 14:47최종업데이트11.06.21 14:50
원고료로 응원
"수류탄을 던져 사람을 죽이는 게 얼마나 쉬울까?" 작년 9월 보도돼 충격을 줬던 '농담'이다. 지난 2009년 11월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주에 주둔하는 미육군 스트라이커 여단에 전입온 캘빈 기브스 병장(당시 25세)이 이라크전 복무 경험을 자랑하며 했다는 농담이다. 충격을 준 이유는 기브스가 농담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동료병사들과 '킬팀(kill team)'이란 사조직을 만들어 아프간 민간인 최소 3명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지 '재미삼아.' 보도 당시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들이 손가락 등 시신의 일부를 절단해 전리품으로 수집하고 시신 옆에서 사진까지 찍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동료병사가 이들이 대마초의 일종인 '해시시'를 피운다며 상부에 보고해, 군 당국이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발각됐다.(기사, 미군 병사들 "아프간.., 경향신문 2010년 9월 9일자 참고)

2004년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미군들이 이라크인 포로들을 조직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준 이래로 미군에 의한 극악무도한 범죄들은 이라크와 아프간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폴 해기스 감독의 영화 <엘라의 계곡>(2007)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2003년 걱정스러운 일들을 듣게 됐어요. 이라크에서 귀환한 남녀군인들과 이라크의 젊은 군인들에 관한 것이었죠. 그래서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찾아봤어요. 그곳에 있던 군인들의 동영상이나 핸드폰,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것들이었죠. 그것들을 보고 굉장히 힘들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하고 자문했어요. 그 후 귀환한 퇴역군인들을 만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어요."(<엘라의 계곡> 제작 동영상, 폴 해기스 감독 인터뷰, 시네21 사이트)

<엘라의 계곡>은 이라크에 있는 줄만 알고 있던 아들이 미국으로 귀환한 뒤 무단이탈했다는 연락을 받은 아버지 행크 디어필드(토미 리 존스 분)가 아들 마이크의 흔적을 쫓는 이야기다. 주인공 행크는 헌병대 상사로 전역한 퇴역군인. 아들이 쿠웨이트에서 마약을 들여와 지역 갱들에게 넘기는 운반책 노릇을 하다 살해당했을 거라는 군 헌병대의 의심에 반발하며 동료병사들을 만나 이라크에서 아들이 어땠는지 묻는다.

행크(왼쪽)와 마이크의 동료병사였던 오르티에즈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무엘 미디어, 블랙페어 브릿지 필름


"거긴 모든 게 엉망이었죠"
"안 좋은 걸 너무 많이 봤어요. 누구에게라도 얘기하고 싶지 않은 거 있잖아요. 친한 친구에게도요."
"적응은 잘했나?"
"최고의 병사였죠. 마이크를 아시잖아요. 육군을 좋아했어요. 처음에 이라크에 하루라도 빨리 가고 싶어했죠. 선인을 구하고 악인을 벌하러, 그런데 이라크 같은 곳엔 영웅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어요. 거긴 모든 게 엉망이었죠. 거기 가기 전엔 한번도 이런 말 안 했는데, 아버님이 물으시니... 그곳에 핵무기를 써서 모든 게 먼지로 돌아가는 걸 봐야 해요."

불안한 눈빛의 보너는 이라크에서의 마이크의 모습을 떠올리며 횡설수설한다. 행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는 심하게 훼손된 채 시신으로 발견되고 관할지역 브래포드 경찰서 형사인 에밀리 샌더스(샤를리즈 테론 분)와 행크는 마이크의 죽음을 덮으려는 군당국에 맞서 의혹을 파헤친다. 동료병사들은 모두들 이라크에서의 기억을 불안한 눈빛으로 괴롭게 꺼내놓는다.

"아무 것도 안 믿으시겠지만, 거기선 참 힘들었어요. 후진 텐트에서 자고 화장실도, 샤워도 없었어요. 화장지가 없어서 손으로 닦아야 했어요. 한시도 더 못 있겠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2주가 지나니까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에요. 이게 무슨 심보죠?"

어려서부터 동네 문제아로 유명했던 바비 오르티에즈. 14살에 마약밀매 혐의로 처음 체포된 뒤 보석으로 석방되자마자 사라졌다가 마약밀수로 다시 잡혔는데 중죄판결이 없었다는 이유로 육군에 입대할 수 있었던 그는 마이크가 이메일로 보내온 사진을 행크가 보여주자 이라크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사진에는 이라크 어느 마을의 비포장도로 위에 놓여있는 작은 물체가 보인다.

"이게 뭔지 아나? 마이크가 이걸 왜 보냈겠나?"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복무규정이 있습니다. 호송차량 탑승 중엔 누가, 뭐가 앞에 나타나더라도 차를 멈추면 안됩니다. RPG(휴대용대전차로켓)에 몰살당할 염려가 있거든요. 이라크에 간 첫 주였어요. 사정지역을 지나는 중이었죠. 뒤에 여섯이 타고 있었는데 쪼그리고 있어서 앞이 안보였어요. 그런데 닥(마이크)이 뭘 치었어요. 튕겨져 나가는 소릴 들었죠. 차를 멈췄고 밖으로 나갔어요. 그리고 다시 차를 몰았죠. 아무 말없이. 나중에 어떤 녀석이 애를 치었댔어요. 난 안 믿어요. 물으시니 드리는 말인데, 우린 개를 치었어요. 개를 죽였죠. 난 그게 뭔지 몰라요. 전혀 몰라요."

황폐화되어 가는 참전군인과 그 가족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몇 년 전부터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는 용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람이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네이버 의학정보)

이라크 및 아프간 전쟁에 참전한 예비역 군인의 5분의 1가량이 PTSD 증상을 앓는다고 알려져 있다. 2008년 이라크 아프간 참전미군회(IAVA)는 "참전군인 3명 중 1명이 정신적인 장애를 겪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2007년까지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 병사 총 150만명 가운데 50만명 이상이 우울증, 정서불안, 자살 충동 등 정신적 장애를 느끼고 있었다.(기사, 오바마와 아프간.., 시사인 114호, 2009년 11월 21일자 참고)

영화 <엘라의 계곡>에서 감독 폴 해기스는 전쟁에 참전한 뒤 황폐화되어 가는 미군 병사들과 그 가족들의 모습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전쟁이 참전군인들과 그 주변을 중심으로 미국사회를 어떻게 파괴해 나가고 있는지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응시한다.

그럼 PTSD가 주범인가?

실제 전사한 미군보다 자살한 미군이 더 많은 사례까지 있다. 2009년 8월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2008년 미군 자살자는 모두 192명으로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2003년에 비해 2배로 늘어났는데, 이는 미군이 자살자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 30여 년만에 최고수준이다. 2009년에는 7월 중순까지 129명이 자살 혹은 자살로 의심되는 죽음을 맞이했는데 이 기간 전사한 미군보다 자살한 미군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는 덧붙여 "자살자 통계는 축소되기 마련이고, 퇴역한 참전 군인 자살의 경우 신뢰할 만한 통계도 없다"면서 자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위 기사)  

2008년 9월 14일, 이라크 복무 중 부하의 총격으로 사망한 대리스 도슨 하사는 엄마에게 사망하기 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엄마, 난 적들은 두렵지 않은데 같이 주둔하는 젊은 병사들이 걱정돼. 신경과민 상태여서 언제 총을 쏠지 모르거든." 2001년 이라크전이 시작된 이후 사망한 미군병사 중 19%가 군사작전 이외의 이유로 사망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군 당국은 이들의 사망원인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사고나 질병 이외에 자살이나 병사간 총격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기사, 이라크 주둔 미군..., 연합뉴스 2008년 10월 16일자 참고)

영화에서도 미군병사들은 특별한 이유없이 친한 동료병사를 칼로 찌르고, 전역한 또 다른 병사는 자신을 물었다는 이유로 아이가 보는 앞에서 개를 욕조에 익사시키고 또 그 충격에 고통스러워 하던 아내 역시 그 욕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에밀리(왼쪽)와 행크는 마이크의 죽음의 진실에 접근해 간다. ⓒ 사무엘 미디어, 블랙페어 브릿지 필름


한편 미 국방부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2009년 8월 117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140억원)를 들여 감정관리 집중훈련 계획을 2개 기지에서 시작했으며 앞으로 그 대상을 110만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기사, 미군의 진짜 적은 '파병 스트레스', 경향신문 2009년 11월 6일자)

하지만 그해 11월 5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 후드 기지에서 사상 최악의 미군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해 13명이 죽고 30명이 다쳤는데, 총기를 난사한 범인은 '1493 전투스트레스 통제팀' 소속으로 참전장병의 PTSD를 치료하던 정신과의사인 니달 말릭 하산 소령이었다. 하산 소령은 미국 국방부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미군이 급증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범 실시해온 주요기지에서 근무하다 곧 이라크 또는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될 예정이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시사인 위 기사)

폭주하는 미군, 진짜 원인은 뭘까

에밀리 샌더스 형사와 행크 디어필드가 처음 만나는 장면. 격무에 시달리는 에밀리가 군인 실종건이니 헌병대로 가라 하자 가는 곳마다 외면당한 행크는 감정이 복받쳐 소리친다.

"내 아들은 지난 18개월 동안 거지같은 그 곳에 민주주의를 심고 이 나라를 위해 봉사했소. 대접이 이보단 나아야겠죠."

몰래 빼내온 아들 마이크의 핸드폰 속 동영상을 하나씩 복구해 확인할 때마다 아버지 행크는 아들과 동료병사들이 이라크에서 벌였던 행적에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동료들과 어느 건물 내로 진입한 뒤 마이크가 찍은 동영상에서 새까맣게 타죽은 이라크인들의 시신을 보는 아들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옷은 안 탄거 보셨죠. 이상해요, 아빠." 동영상은 한 시신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데 마이크는 얼굴에 빨간색 스티커를 붙인다. 아들의 이상한 행동에 당황하는 행크. 하지만 마이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시작에 불과하다. 또 다른 동영상은 "누구에게라도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에 관한 것이었다. 지켜보는 행크는 고통스러워한다. 동영상에서 부상당한 이라크인의 상처를 찌르는 미군이 보이는데, 다름아닌 마이크다.

"우리가 좋은 미국병원에 데려다 줄게. 어디가 아픈거야? 여기야?" 이라크인 포로들의 비명소리가 찢어진다.

영화의 후반부, 행크는 자신이 본 마이크의 동영상에 대해 친한 동료였던 페닝에게 묻는다.

"마이크가 찍은 비디오를 봤지. 험비 뒤에 타고 있더군. 포로를 고문하는 것 같았어."
"부상당한 남자 몇 명을 체포했었죠. 차를 타고 가던 중이었는데 마이크가 위생병인척 했어요. 손가락으로 상처를 찌르면서 말했죠. 여기 아파? 그럼 소리를 지르죠."

페닝은 피식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그럼 마이크가 똑같은 곳을 찌르면서, 아파? 정말 웃겼어요. 그게 마이크의 특기가 됐어요. 그래서 별명이 '닥'(닥터)이 됐죠. 견디는 방법일 뿐이었어요. 다들 말도 안되는 짓들을 했죠."

자신의 핸드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에서 이라크인 포로들을 고문하며 즐거워하는 '닥'(마이크) ⓒ 사무엘 미디어, 블랙페어 브릿지 필름


영화 <엘라의 계곡>에서 폴 해기스는 이라크전쟁이 자신의 조국인 미국의 젊은이들을 어느 지경으로 망쳐놨는지를 극중 행크 디어필드처럼 담담하게 지켜본다.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나서도 극도로 분노를 절제하며 질문을 던지는 행크처럼 말이다. 폴 해기스는 영화화를 처음 추진했던 2004년초의 미국내 분위기가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도 높고 많은 제작자들이 자신의 구상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제작 동영상을 통해 고백한다. 2006년 본인이 감독한 <크래쉬>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한 할리우드 주류감독으로서 <엘라의 계곡>의 영화화가 쉽지 않았음을 솔직히 털어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선택은 병사들이 황폐화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줄 뿐 진짜 원인을 드러내지 못한다. 여기 폴 해기스가 말해주지 않은 폭주의 진짜 원인을 보여주는 적절한 대화가 있어 소개한다.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주 리틀톤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사건을 소재로 그 원인을 추적했던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2002)의 한 장면. 역시 리틀톤에 있는 "세계 최고의 무기제조상 록히드마틴사"를 찾은 마이클 무어가 회사 대외홍보 담당 간부와 대화를 주고 받는다.

"직원중 상당수가 리틀톤 주민이고 직원이 오천명 정도 되지요. 모두 이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자녀들 대부분이 콜럼바인고등학교에 다녀요. 콜럼바인 참사는 세계적 재난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죠."
"오다가 보니 광고문구(We Are Columbine)가 보이던데 콜럼바인 정신을 대표한단 뜻입니까? 리틀톤에서 가장 큰 회사, 가장 큰 무기제조상, 우리가 콜럼바인이다?"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상부상조하자는 정신을 담고 있죠."

"록히드의 간부 및 주민들은 아직도 그 참사를 이해못한다고 했다"는 마이클 무어의 나레이션이 흐른 뒤 다시 간부가 말을 잇는다.

"왜 그랬을까요? 뭔가에 대해 화가 난 거겠죠. 사건 후 우린 분노관리프로그램을 각 학교에 도입할 수 있도록 10만불을 기부했죠. 교사 학생 모두 분노를 해소하는 다양한 방법을 배워야 돼요."
"애들이 이런 생각 안할까요? 아버지가 공장에서 만드는 미사일은 대참사를 일으키는데 미사일 참사와 콜럼바인 참사가 뭐가 다르단 말인가?"
"둘을 연관지을 순 없다고 봐요. 미사일은 적이 우릴 공격할 경우 방어 목적으로 사용되는 거죠. 사회 국가 정부가 우릴 화나게 하죠. 우린 화를 다룰 줄 알아야 해요. 적절한 방법으로 분노를 관리한다면 단지 열받는단 이유로 누굴 쏘고 폭격하고 미사일을 날리진 않겠죠."

마이클 무어는 미국이 "단지 열받는단 이유로 누굴 쏘고 폭격하고 미사일을 날"려온 더러운 전쟁의 역사를 이어서 보여준다. PTSD가 미군 폭주의 주범이 아니라, 진짜 주범은 바로 미국이 걸어온 역사 그 자체인 것이다.

한계점과 긍정성이 모두 명확한 영화

2007년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엘라의 계곡>은 당장 이라크전을 멈추라고 소리치지 않으며 이라크전 이전의 전쟁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듯한 면도 없지 않다. 반전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소심함을 보인다. 또한 이라크전의 전장을 구약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다윗과 팔레스타인의 골리앗이 싸움을 벌이는 '엘라의 계곡'에 빗댄 미국적인 전형적 설정도 영화의 긍정성을 다소 흐리는 것이 사실이다.

<엘라의 계곡>은 단적으로 말하면, 올리버 스톤 감독의 <7월4일생>(1989)에서 휠체어에 앉아 반전을 부르짖으며 조국 미국의 부도덕을 꾸짖던 베트남전 참전군인 론 코빅(톰 크루즈 분)의 격정에는 못미치지만, 이라크에서 목숨을 걸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미육군 폭발물처리반이 있다며 그들의 당당한 모습으로 영화를 마무리해, 2010년 아카데미가 6개의 트로피를 안겨준 캐슬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보다는 건강한 미국영화라 할 수 있겠다. 마이크의 엄마이자 행크의 아내로 나오는 조앤 디어필드 역의 배우 수전 서랜든과 토미 리 존스,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 또한 탄탄하다.

<엘라의 계곡>의 처음과 끝에 거듭 나오는 성조기를 고쳐 매다는 장면에 폴 해기스의 진심이 묻어난다. 영화의 끝장면에서는 처음과 반대로 행크가 바로 걸린 성조기를 내려 위아래를 거꾸로 걸어 매단다. 깃발은 뒤집힌 채 펄럭거린다.

처음과 끝에 깃발을 내려 다시 거는 장면을 배치한 폴 해기스, 영화의 엔딩에 감독의 의도가 녹아있다. ⓒ 사무엘 미디어, 블랙페어 브릿지 필름


"깃발이 뒤집혀서 날리는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아니오."
"국제조난신호요."
"설마요."
"정말이오.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으니 우릴 좀 구해주세요..."

<엘라의 계곡>은 황폐화되어 가는 자신의 조국 미국의 구조를 바라며 폴 해기스가 띄우는 간절한 조난신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자주민보(www.jajuminbo.net)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엘라의 계곡 폴 해기스 이라크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