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흥미로운 후반전

[2011 K-리그 17라운드] 성남 천마 2-2 인천 유나이티드 FC

11.07.11 11:25최종업데이트11.07.11 11:25
원고료로 응원
@IMG@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지난 한 달 동안(6월 11일~7월 10일) 다섯 경기 모두를 내리 비겼다. 이 결과와 기록지만 놓고 보면 분명히 조롱받을 일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땀과 열정이 진하게 묻어있는 후반전의 그라운드를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허정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비가 내리는 10일 저녁 7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1 K-리그 17라운드 성남 천마와의 방문 경기에서 2-2로 비기는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비교적 무료했던 전반전에 비하면 후반전의 경기 흐름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

성남을 상대하는 인천 입장에서 지난 해 3월 14일 방문 경기 0-6 참패 기록과 8월 14일 안방 경기 1-4 완패 기록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보다시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입증했다. FA(축구협회)컵 토너먼트에서 0-2(6월 15일, 문학경기장)로 무너진 것을 제외하고는 1승 2무(리그 컵 대회 포함, 5득점 4실점)로 아시아 챔피언 클럽을 크게 흔들어놓았다.

자책골 장군멍군 진기록

전반전 45분 동안의 유효 슛은 양 팀 통틀어 단 한 개(29분, 인천 한교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경기의 전반전은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후반전에 진행된 경기 양상은 '각본 없는 드라마' 바로 그것이었다.

두 팀이 들고 나온 포메이션만 놓고 봐도 전반전은 신중함이 느껴졌다. 성남은 포 백 수비 라인 앞에 김성환과 전성찬이 중앙 미드필더를 맡아 허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애썼고 인천은 특유의 쓰리 백 수비 라인을 근간으로 하여 왼쪽의 장원석과 오른쪽의 전재호에게도 수비로서의 임무를 강조했다. 여기에 이재권이나 바이야로 이루어진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 지원까지 감안하면 전반전 내내 유효 슛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한 성남의 빈공이 눈에 선하다.

이 상황에서 양 팀 감독(성남 신태용, 인천 허정무)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특급 조커 한 명씩을 각각 들여보냈다. 성남에는 공간 침투 능력이 뛰어난 송호영이 홍철 대신 들어갔고 인천에는 올 시즌 신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박준태가 들어갔다. 이 선수 교체는 후반전에 공격적인 방향으로의 경기 운영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거짓말처럼 후반전 시작 휘슬이 울리고 약 30초만에 인천의 선취골이 터졌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 장원석이 낮고 빠르게 휘어들어가는 역습 찔러주기를 성남 골문으로 보냈을 때 이 공을 먼저 처리하려던 수비수 사사 오그네노브스키의 자책골이 나온 것. 인천으로서는 행운의 여신이 미소짓는 것처럼 보였다. 최근 다섯 경기만에 승점 3점이 손끝에 잡힐 듯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10분 후에 믿기 힘든 상황이 반대쪽 골문 앞에서 벌어졌다. 그것도 자책골이었다. 성남 교체 선수 송호영이 빠르게 빠져들어가며 왼쪽으로 찔러주려던 공을 인천 수비수 배효성이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새 문지기 권정혁에게 인천 유나이티드에서의 첫 실점 기록을 남겨주었다. 양 팀 주장이 자책골을 나란히 주고받는 진풍경은 세계 축구 역사 속에서도 좀처럼 찾기 힘든 기록이 아닐까?

멋진 추가골, 마지막에 웃은 '송호영'

비록 불편한 기록으로 1-1이 되었지만 경기는 보는 사람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있었다. 방문 팀 인천의 점유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

인천의 허정무 감독은 61분에 한교원을 빼고 카파제를 들여보내며 허리에서의 공 소유권에서 우위를 가져오고 있었다. 10분 전에 공격형 미드필더 조재철을 빼고 골잡이 남궁도가 들어간 성남에 비해 공 간수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의 숫자가 실제로 늘어나니 따라오는 당연한 결과였다.

전반전에 '성남(54.88%), 인천(45.98%)'로 밀렸던 점유율이 후반전에 근소한 차이라고 하지만 '성남(47.16%), 인천(52.84%)'로 역전된 것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었다. 유효 슛 숫자에서도 인천은 방문 팀에 어울리지 않게 후반전 '3-1'로 앞섰다. 체력적인 부담이 따르겠지만 공격적인 운영 방식으로의 개선은 경기 결과 수치는 물론 보는 팬들의 마음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렇게 승리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인천은 결국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82분,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드리블을 내세우며 역습을 전개하던 이재권은 빠져들어가는 카파제의 발 앞에 아름다운 찔러주기를 보내주었고 카파제는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오는 문지기 하강진을 넘겨 차 그물을 흔들었다.

이에 인천 선수들과 벤치는 최근 4경기 연속 무승부의 불편한 굴을 다 빠져나온 듯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그 기쁨이 4분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성남의 교체 선수 송호영에게 왼발 받아차기 한 방을 얻어맞아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인천은 후반전 추가 시간에 카파제가 오른쪽 끝줄 부근에서 결정적인 찔러주기를 골문 바로 앞으로 보냈을 때, 미끄러지는 박준태의 펠레 스코어 결승골을 기대했지만 그냥 굴러 반대편으로 흘러나가고 말았다. 그렇게 무승부의 운명은 5경기 연속 기록으로 늘어났다.

그나마 양 팀의 연속 무패 기록이 이어지는 점을 위안으로 삼을 일이다. 성남은 최근 안방 8경기 동안 무패(4승 4무) 기록을 이을 수 있었으며, 인천도 지난 5월 8일부터 시작된 무패 기록을 10경기(3승 7무, 리그 컵 대회 포함, FA컵 제외)로 늘렸다.

인천의 인상적인 후반전 득실점 기록들

지난 시즌 인천은 감독 교체(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 → 김봉길 코치 대행 → 허정무 감독)의 내홍을 겪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뒷심이 모자라 여러 차례 고개를 떨구는 일이 있었다.

선수단의 2/3를 바꾸는 일대 변혁의 시기를 맞이한 2011 시즌은 인천 유나이티드가 시험대 위에 올라 있는 셈이나 다름없다. 정규리그 4위까지 올랐던 성적이 최근 계속된 무승부 행진 때문에 주춤해 있지만 7위(승점 24, 5승 9무 3패, 23득점 24실점) 자리를 그나마 지키고 있다.

팬들로서는 6월 이후의 일정을 거치는 동안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5경기를 모조리 비겼기 때문에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최근 10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조금 구체적으로 살피면 어느 정도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최근 10경기 무패 기록
(2011. 5. 8 ~ 7. 10 / FA컵 기록 제외, 앞쪽이 홈 팀)
★ 5. 8 대전 1-2 인천(득점 74분, 82분 / 실점 64분)
★ 5.11 성남 1-1 인천(득점 16분 / 실점 24분) - 리그 컵
★ 5.15 인천 0-0 부산
★ 5.22 광주 0-1 인천(득점 73분)
★ 5.29 인천 2-1 수원(득점 2분, 32분 / 실점 15분)
★ 6.11 인천 1-1 전남(득점 88분 / 실점 28분)
★ 6.18 울산 1-1 인천(득점 32분 / 실점 44분)
★ 6.25 FC 서울 1-1 인천(득점 37분 / 실점 40분)
★ 7. 2 인천 2-2 광주(득점 46분, 72분 / 실점 41분, 83분)
★ 7.10 성남 2-2 인천(득점 46분, 82분 / 실점 56분, 86분)

이처럼 인천 유나이티드는 약 두 달간 정규리그 9경기와 리그 컵 1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단지 무승부가 많았을 뿐이다. 열 경기 13득점과 10실점의 기록 중 후반전에 만들어진 기록은 8득점(61.54%) 5실점(50%)에 이른다. 큰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후반전에 더욱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경기 전개의 양상도 대부분 경기에서 이 수치를 입증할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더구나 후반전 득점의 75%에 해당하는 여섯 골이 모두 70분 이후에 터졌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울산에서 데려온 박준태가 수퍼 서브로서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에 70분 이후의 실점은 2골 뿐이다.

'김재웅, 박준태, 한교원, 배효성, 이윤표, 정인환, 바이야, 카파제, 김명운, 유준수' 등에 이르기까지 선발 선수 가능 자원 중에 새 얼굴들이 훨씬 더 많다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지난 시즌에 허무하게도 무너진 경기가 많았음을 감안하면 지금의 인천 유나이티드는 눈을 씻고 다시 쳐다볼 팀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7월 마지막 주부터 8월 첫 주에 이르기까지 짧은 여름 휴식기를 앞두고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앞에 남은 경기는 두 경기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16일 저녁 7시 30분에 빅 버드에서 벌어지는 수원 블루윙즈와의 방문 경기는 가장 큰 시련이 될 지도 모른다. 지난 5월 29일 방문 경기에서 1-2로 패한 수원의 자존심이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어떤 결과를 안고 23일 저녁 7시에 안방 팬들 앞에 서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이 두 경기를 통해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후반전에 어떤 변신술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2011 K-리그 17라운드 결과, 10일 저녁 7시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 성남 천마 2-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배효성(56분,자책골), 송호영(86분,도움-남궁도) / 사사(46분,자책골), 카파제(82분,도움-이재권)]

◎ 성남 선수들
FW : 조동건
MF : 홍철(46분↔송호영) , 김성환, 조재철(51분↔남궁도), 전성찬, 에벨톤
DF : 박진포, 윤영선, 사사, 김태윤
GK : 하강진

◎ 인천 선수들
FW : 유병수, 한교원(61분↔카파제)
MF : 장원석(71분↔전준형), 이재권, 김재웅(46분↔박준태), 바이야, 전재호
DF : 이윤표, 배효성, 장경진
GK : 권정혁
축구 K-리그 허정무 자책골 무승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