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택이가 누꼬? 갸가 누구냔 말이다"

[연재소설 대권무림 22] 에피소드 2. 대권의 길에 펼쳐진 정도(正道)와 사도(邪道)

등록 2011.07.15 18:06수정 2011.07.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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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림의 본질은 대권 쟁취이지만 진행 방법은 다 다르다

 

무(武)라는 글자를 파자해보면 창 무(戊)자와 그칠 지(止)자로 나뉜다. 즉 '무'라는 글자는 '전쟁을 해서 이긴다'는 뜻이 아니라 '전투 없이 지켜서 이긴다'는 뜻이다. 무림 강호들의 필독서인 <손자병법>을 저술한 손무에게는 손빈이라는 그를 능가하는 손자가 있었다.

 

방연과의 일화로 유명한 손빈은 <손빈병법>을 남겨 후대에는 이 두 저서가 <손자병법>이라는 무림계 필독서로 통합되어 오늘에 전한다. 이 병법에서 손빈은 '전쟁은 기본적으로 속이는 것이니 사술이 능한 장수가 유리하고, 적장의 심중을 잘 파악하여 그의 마음을 분열시키면 이긴다'라고 자신이 방연을 죽일 수 있었던 책략대로 전한다.

 

대권무림의 길에도 차이는 없다. 근본적으로 정치란 사술이고, 나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의 시선들, 사람들, 정치 무림계의 사범들은 모두 강호의 고수들이므로 분열시켜 이겨내야 할 대상들인 것이다.

 

다른 도방들이 경계의 끈을 느슨히 할 때에 성을 단단하게 쌓고 공력을 키워놓는 유비무환이 없고서는 '무림태왕위'로서의 등극은 언감생심이다. 안위(安危)는 수시로 바뀌는 것이므로 오늘 도모한 안녕이 내일에는 자신의 태급(太急)을 위협하는 독소공법으로 자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삼한일통(三韓一統) 단군왕검천황자는 이렇게 설법하며 무림을 전도하셨다.

 

"무, 즉 없다는 말은 내 마음 속의 얼과 같은 말이다. 얼은 영원 무결한 것이니 형태가 소멸해도 남는 것이요, 형태가 존재해도 있는 것이다. 얼은 곧 신(神), 기(氣), 정(精) 삼위를 만나 정기(鼎氣)로 보하니, 여기로부터 내공이 쌓이고 이 내공의 출식 아래에서 비로소 수행의 원력이 쌓이는 것이다. 수행이란 도력을 익혀 만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진정한 심위의 기운을 채워 밝고 의로운 한(韓)의 위용을 세우는 일이다.

 

용호의 기운을 먹고 사는 천지인의 기운이 모두 너희의 몸의 중심과 마음에 있으니 깨달은 자가 태왕위에 오르면 바르게 배우고 익힌 수행공덕으로 한(韓)나라에 은혜로운 자가 될 것이며, 깨닫지 못하는 자가 무림의 대권을 차지하면 한울님 나라에 큰 화근이 될 것이다."

 

무림의 대권을 향한 맹주들의 혈투전이 가속화되는 즈음, 태왕위를 머리에 착용하고자 하는 맹주들이 익히고 갈 공력 중 하나가 무림 성현들의 천의무봉(天衣無縫)이다. 이른바 4대 천황이라 불리는 성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으니, 박해, 고난, 가난, 시험으로 상징되는 참된 무도의 길을 향한 가시밭길 여정이다.

 

옛 유대존자국의 선량한 랍비무사로 족속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다가 저 유명한 빌라도 가문의 본디오에게 바라바를 대신하여 십자형에 처해졌던 그리스도 예수천자가 계셨다. 욕망에 눈멀고, 능력의 고귀함에 이성을 잃은 늙고 흉악한 랍비들이 저지른 어리석기 짝이 없는 무뇌발(無腦發)적 행동은 인류의 죄를 대속한 그의 로고스적 행동에 의하여 그의 사후 백 년 만에 이성의 원리인 로고스를 넘어 신적인 경지로의 승화를 가능케 했다.

 

인도 곤지골 작은 제후국의 왕자로 결혼하여 자식까지 둔 미래의 왕위 계승자였던 고타마 싯달타는 보리수 아래에서 쌓은 육 년의 수행으로 불심불타 붓다태위에 이르렀는데 소신으로 몸에서 나온 사리는 아직도 전 세계 신자들의 업보를 감싸고도 남는다.

 

육 세기에 메카에게 불현듯이 나타난 40이 넘은 오절안식 무함마드는 현세와 내세를 동일시하는 종교무림세계에 첫발을 들이밀고 이슬람이라 칭하였고, 그 후 이슬람은 메카와 메디나의 아라비아는 물론 지금은 세계 종교 무림의 초장축이다.

 

또한 진채(陣菜)에서의 14일간의 곤액을 겪으면서도 천도를 위한 유가적 이상주의를 춘추전국, 어리석은 강호에 뿌리고자 애썼던 문도천하 공구군자령이 그들이다. 이 지구 초록촌 탄생 이후 최대성인태왕들인 4대 천왕들의 탄생과정과 도력의 현시적 추구는 일찍이 기술했던 대로 태왕위를 지향하는 대한민주무림대국의 맹주들이 본받을 점이 부지기수로 많아 '좋은데, 백성들에게 정말 좋은데 뭐라고 말할 방뻡'이 없다.

 

절치부심(切齒腐心)하고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야 큰일을 이룬다. 대한민주무림대국의 탄생 이래 역대 태왕들 모두 당연히 그 위계를 지켜 온 무도인들이다. 그러나 절차하고 탁마하여 태왕위를 이루는 데는 성공했으나, '수단(修丹)으로 기화한 공력을 전수할 때의 통정공법(通政功法)과 퇴진한 이후의 하단(下丹)으로의 쇠진한 기를 보충하는 하막단련(下幕團練)'의 비기는 몰랐다.

 

하여, 승만박사공-장면천주봉-정희철통산업태왕-살권존자 두환백담유배공-원조비비기 태우물렁파랑-통일지상천하 대중파란만장공-봉하농정 무현명패투척공 등 역대 태왕들께서도 통정공법 기간과 하막단련 기간에 무림에 세계와 동떨어진 백성의 삶을 살피고 가꾸는 데 그리 물집이 터지고 기절할 정도의 공력을 전수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스위트룸의 장식이나 미술품, 그리고 사용하는 그릇 등은 모두 명품들이다. 그래서 다른 방에 비해 방값이 비싸다. 영화 <초민망한 능력자들>을 보면 염소를 쳐다만 보고도 자빠뜨리고, 구름을 없애고, 총알을 피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는 등의 염력을 사용하던 부대가 실재했다고 전한다. 우리 주위에는 외계인이 같이 살고, 매트릭스의 조종을 받으며, 초능력자들이 일반인들 틈에 섞여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데 머글(일반인)들만 모른다는 식의 영화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창조적 상상력의 원형들만은 아니다. 바로 무림의회에 진입하는 299명의 선택된 사범들이 그곳까지 진입한 대련으로 얻게 되는 신분의 변화가 엄청나듯이, 대권이 자리에 앉게 되는 무림 최고수 태왕의 신분이 곧 스위트룸이요, 초능력의 실체인 것이다.

 

쿠바에는 전통의 춤 룸바가 있다. 몸 동작만으로 흑인들의 영가를 표현해주는 슬프고도 감미로운 송가와 같은 리듬이다. 미국의 흑인들에게는 자이브가 환영을 만들어내어 그들의 어두운 기억을 삼켜주었으며, 브라질의 민속무용 삼바는 오늘날 매년 2월이면 전 세계인을 리오 데 자네이로라는 고을로 부른다. 문과 무를 표현하는 위풍당당, 무림투사 같은 중국의 사자춤은 이천 년의 영화를 협객의 어깨 위에 담았고, 탭댄스에는 인간의 발로 형상화할 수 있는 질서 있는 기교의 소리가 마치 태권도의 발차기처럼 아름답다.

 

현대 젊은이들은 브레이크댄스(비보이, 몸 근육의 이완과 절제), 팝핑댄스(몸 근육 관절 튕기기), 힙합댄스(스텝기술, 손기술), 락킹댄스(흔들기, 스텝 관절기술 이용)등 몸과 근육, 그리고 관절이 허용하는 모든 동작을 표현한다.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통의 무도는 현대적인 춤 동작 속에 자연스럽게 용해되어 다른 이름으로 탄생, 전통과 새로움이 조화를 이루는 절대 무공의 신비를 펼친다.

 

한나라도방의 새로운 최고도방들과 청와궁 명박태왕과의 점심 따먹기에서 언조엄친아 경필동안공자가 도발했다. 그러자 청와궁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어 동안공자의 말을 그냥 덮어버리기로 한다. 예전 정치무림에는 확실한 질서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도방에는 그 엄격한 계파의 질서는 사요나라, 빠이빠이 된 지 오래인 것 같다.

 

"아, 태왕. 무림의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할 형조의 판서를 청와궁에 있던 승지에게 맡기시면 무림의 머글들이 와글와글, 아주 곤난하죠? 바꿔요."

 

꽤 오래된 얘기다. 정치 무림계에 주군이 명백하고 다른 도방들은 주군의 영향 아래 달콤한 포도주를 하사받으며 행복할 때, 태왕 하는 게 평생소원이던 정치무림계의 원조 보스 거제멸치꽝 영삼골통검자가 있었다. 배고픈 재야 무림, 그러나 공의 부친께서는 경남진방 거제섬골에서 '멸치공권'으로 남해안 바다의 좁쌀만 한 어류들의 배를 희뜩 자빠뜨리는 재주로 인해 비교적(?) 유복했던 터였다.

 

하여 유복을 밑천으로 또한 원조 보스다운 배짱으로 '쩐공풀림권'과 '대도무문권'을 적당히 사용, 따르는 사범들이 정연한 무도의 경이적인 지식체계와 '이승과 통일지상천하공과 황천길은 동격'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대중파란만장공의 계파들인 동교동파와 나란히 상도동파를 결성하여 도방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때의 일이니까.

 

어릴 때, 무도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후 영원한 소원이 무림계의 절대자 즉 태왕이었던 영삼골통검자는, 1971년 그 유명한 '40대 기수론권'으로 원로 무림에 독화살을 날리고도 대중검객에게 빼앗겼고, 민주 무림의 탄생 뒤 얻은 절체절명의 기회에서 통일지상천하와의 단일화 실패로 그 좋은 기회도 날려버린 대권 도전이 너무 아쉬웠다.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최대도방으로 합치는 거. 쉽지 않은 설득이었으나 감히 맹주보스의 말 하나면 썩은 감자나 쉰밥도 '감사히 먹겠습니다 으적으적'이던 시절 울며 겨자 먹기이거나 권력 맛보기로 따라 가던 시절 안 따라가고 바보 몇 사람이 남았는데, 그들이 기택태광전자방(이기택)과 정길갈매기령(김정길), 그리고 무현봉하태왕이었다.

 

그때, 무슨 생각이셨는지 공력 깊은 통일지상천하 대중파란만장공이 "합치세, 기택동상. 난 동상과 무현, 정길이 좋아. 협객의 기운이 팍팍 흘러. 흡(吸)하지 않을테니까. 같이 동반하여 우리 무공 성장하세" 하며 통일민주방 만든기라. 이러자 공동대표가 된 후원금지 기택태광전자방이 기에 도력을 붙여 기세 좋게 대갈일성 했겠다.

 

"나, 태광전자방이야. 재야 최우수 도방의 통일지상천하와 같은 공동대표. 에이 썩은 정치무림계의 욕망 사범 종자들 다 나와. 민주자유방(일명 민자방:당시 집권도방) 니들 다 나와. 쒸, 붙어볼까? 응, 함 해볼래?"

 

최대도방으로 이사 가서 대표최고 맹주가 된 영삼골통검자에게 딸랑 도방들 냉큼 일렀겠다. 그러자 우리의 골통검자께서는 다 듣자마자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 기택태광전자방. 그게 누꼬. 기택이가 누꼬. 갸가 누구냔 말이다. 난 모르는 앤데. 어디? 부산 애라꼬. 얼래. 갸가 벌써 나하고 엉겨?"

 

불과 십수 년 전만해도 우리의 무림 정치판에는 우뚝 보스와 딸랑 줄줄이 사탕이 당연하였다. 그만큼 도방들은 절대 맹주의 눈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도력을 더 이상 쌓지 않고 무도 수련을 중지하거나, 내공에 쌓인 무공을 일부러 감추는데 급급했다. 왜냐고? 맹주보다 나은 무공은 곧 정치 무림계의 퇴출을 의미했으니까.

 

지겹다는 소리가 이제는 마치 윙윙거리는 파리 소리만큼이나 당연하고, 한 달을 넘기는 우기로 인해 전 국토의 황폐화와 농정(農情)의 한숨소리만 그득한 7월의 중순. 21세기 한반도의 무림 정치판에는 계파도방의 해체라는 구시대적 무림행태가 재현되고 있었으나, 정치 무림의 현주소는 십수 년 전의 풍향계와는 사뭇 달랐다.

2011.07.15 18:06ⓒ 2011 OhmyNews
#김영삼 #이기택 #김대중 #노무현 #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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