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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는 중독성 있는 게임, 왜냐하면..."

[2018 평창은 나의무대5] 청소년 대표 김태경을 만나다

11.07.25 16:43최종업데이트11.07.2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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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스케이팅 김태경 ⓒ 곽진성


2008년 겨울,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프로그램 '미스사이공'을 보며 피겨 스케이터의 꿈을 키운 한 소녀가 있다. 보랏빛 피겨여왕의 감동적인 연기를 본 소녀는 언젠가 자신도 그런 멋진 작품을 연기하고 싶다는 꿈을 가슴에 품고 전진했다. 피겨 스케이팅을 '중독성 있는 게임'이라 믿으며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고 있는 스케이터. 2011년 대한민국 피겨 청소년 대표가 되어 꿈을 펼치는 김태경(13) 선수를 만났다.

"피겨는 나의 중독성 있는 게임"

지난 13일 오후 11시 30분, 한국 체육대학 빙상장. 피겨 스케이터 김태경 선수가 은반 위를 빠르게 유영하고 있었다. 잠시후 김 선수는 스케이팅의 속도감을 유지한 채 하늘 높이 도약했다. 그리고 2회전 반의 정확한 회전 수와 긴 비거리를 이루며 깔끔한 착지를 이뤄냈다.

점프 연습을 마친 김 선수는 만족스러운 듯 활짝 웃어보였다. 자신이 시도한 '더블 악셀' 점프의 성공에 즐거운 표정이었다.

"옛날엔 더블 악셀 점프가 무서워 눈을 감고 뛴 적도 있어요. 그런 점프를 처음에 성공을 했을 땐 어리둥절했죠, 사실 지금도 더블 악셀은 롤러코스터보다 무서워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 이겨내고 있어요.(김태경)" 

많은 국내 선수들이, 랜딩에 애를 먹는 공포의(?) 더블 악셀 점프. 13살의 스케이터 김태경이 기대되는 이유는 이 더블 악셀 점프를 뛰는 '속도'에 있다. 시합에서 점프 가산점을 얻기 위해선 비거리, 높이 등,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되는데, 국내에선 더블 악셀 점프에서 가산점을 받는 스케이터가 흔치 않다. 그러나 김태경은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한 점프로 시합에서 GOE를 받아낸다.

은반 위의 김태경 선수 ⓒ 곽진성


이런 고난도 점프에서 가산점을 받는다는 사실은 분명 어린 피겨스케이터의 가능성 면에 있어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날 연습에서, 김태경은 빠른 스케이팅으로 더블 악셀의 공포와 맞섰다. 그리고 당당히 도전해 훌륭한 착지를 해냈다. 지켜보던 신혜숙 코치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태경이의 더블 악셀 점프는 대회에 나가면 국내에서 드물게 GOE(가산점)을 받을 정도로 좋습니다. 속도를 죽이지 않거든요.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기술적인 면에서 잠재력이 있습니다."

13일 자정, 연습을 마치고 온 김태경 선수가 밝은 모습으로 스케이트의 끈을 풀었다. 힘든 연습에도 활짝 웃는 김 선수에게 지친 기색은 엿보이지 않았다. 즐겁게 훈련하는 비결을 물으니, 자신에게 피겨 스케이팅은 중독성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피겨는 중독성 있는 게임이에요. 이유는 하기 싫어도, 이상하게 계속 하게 되니까요."

힘들어도 피겨가 좋아! 청소년 대표 날개를 달다!

매일 오후 8시부터 9시30분까지 이어지는 힘든 지상훈련, 김태경 선수는 절친 신은정(13), 차준환(10) 선수 함께 벅찬 훈련을 즐겁게 이겨내고 있다. 김 선수의 얼굴에 땀이 맺혔지만, 표정은 밝았다. 어려움을 즐기고 있는 듯, 시종 유쾌한 모습으로 훈련에 임했다.

지상 훈련을 받고 있는 김태경(왼쪽), 신은정 ⓒ 곽진성


힘든 연습을 '게임'처럼 즐기는 열정.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해 올해 김태경 선수에겐 반가운 일이 하나 있었다. 피겨 청소년 대표팀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어린 선수에게 '대표'라는 그 이름은 특별한 자부심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청소년 대표가 돼서 좋았어요. 제 꿈은, 잘하든, 못하든 2018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것인데, 꿈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올림픽을 꿈꾸는 열세 살의 피겨소녀, 그래서 오로지 피겨 밖에 모를 것 같지만 의외로 관심 분야가 많았다. 김태경 선수는  취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요리와 TV 에니메이션 '짱구' 시청"이라는 독특한 답변을 했다. 연습 하기에도 바쁜 피겨 스케이터가 요리라니,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 찰나, 김태경 선수가 부연 설명을 해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요리 학원에 다녔거든요. 요리를 하는 이유요? 이왕 배우려면 제대로 하고 싶어서요.(웃음) 오므라이스, 된장찌개, 잡채 같은 요리를 만들곤 하는데, 바쁜 엄마에게 틈틈이 해드리고 있어요. 음, 그리고 요리만큼 좋아하는 게 또 있어요, 만화 '짱구' 보는 것을 좋아해요. (짱구) 내용이 다 다르니까 질리지도 않고, 그냥 보면 즐거워요."   

올해 김태경 선수의 목표는 높지 않다. 8월 3~4일 열리는 주니어 선발전에서 10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유를 물으니 1살 위, 국가대표 5인방이 버티고 있고, 그 위에도 잘하는 언니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장세에 있기에 욕심을 내도 될 법하지만, 김태경 선수는 밝게 웃으며 겸손한 답변을 한다. 아직 배우는 과정이니, 즐겁게 피겨스케이팅을 타겠다고 말한다.

빙판 위에서 김태경 선수가 활짝 웃고 있다 ⓒ 곽진성


"저 보세요… 태경이가 다 좋은데 욕심이 많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 기분 좋게 웃고, 즐겁게 훈련하는 모습도 좋지만 목표를 잡고 조금 욕심을 부렸으면 좋겠네요." - 김태경 선수 어머니

그런 김태경 선수를 보며, 김 선수의 어머니는 욕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다. 어머니의 말도 분명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오랜 글귀가 생각난 것은 왜일까? 피겨와 즐거운 삶을, 즐기는 김태경의 열정이 유난히 돋보이는 인터뷰였다.

피겨 김태경 스케이팅 더블 악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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