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의족 신고 달리면 일반인보다 더 유리하다고?

'의족 스프린터'를 둘러싼 역차별 논란의 한 가운데 선 피스토리우스

11.08.02 16:27최종업데이트11.08.02 16:28
원고료로 응원

의족을 신고 달리는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 IAAF


두 다리가 없는 육상 선수가 일반 선수들보다 더 빠르다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는 지난달 20일 이탈리아 리냐노 사비아도로에서 열린 국제육상대회 남자 400m 경기에서 45초07을 기록했다. 자신의 종전 최고기록을 0.54초나 앞당긴 놀라운 기록이었다.

이로써 피스토리우스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A기준기록(45초25)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피스토리우스가 오는 27일 열리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과 2012 런던올림픽에 일반 선수들과 나란히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것을 뜻한다.

피스토리우스의 기록은 2008 베이징올림픽 5위, 2009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 4위에 해당할 정도로 뛰어나다. 만약 상승세를 이어가 기록 단축에 성공한다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입상권에 드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야말로 육상 역사를 뒤흔드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장애를 이겨낸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되어야할 피스토리우스가 오히려 일반 선수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그가 의족을 신고 달리는 것 일반 선수들에 비해 더욱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피스토리우스는 '플렉스 풋 치타'라는 의족을 사용한다. 일반 선수들은 피스토리우스가 비록 출발 자세는 남들보다 불리하지만 사람의 다리보다 무게가 가볍고 탄성이 강한 의족 덕분에 막판 스퍼트가 훨씬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2008 베이징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패럴림픽) 출전을 함께 신청했지만 IAAF는 다른 선수들의 항의를 받고 올림픽 출전을 이를 불허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고, CAS는 '의족이 기록 향상에 유리하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피스토리우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듬해 의학전문지 '응용 생리학 저널(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이 탄소섬유재질로 만들어진 이 의족을 신고 400m 경기에 나설 경우 10초 정도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고 분석한 논문을 게재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피스토리우스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나는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먹고 잘 때도 항상 육상만 생각한다"며 "이것이 내가 주목을 받는 이유"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피스토리우스, 의족 신은 '만능 스포츠맨'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출신인 피스토리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 뼈가 없었다. 결국 생후 11개월 만에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고 의족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피스토리우스는 개의치 않았다. 럭비, 테니스, 레슬링 등을 즐기는 타고난 스포츠맨이었고 2004부터 본격적으로 육상을 시작한 그는 장애인 육상 100m, 200m, 400m 세계신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피스토리우스는 장애인 올림픽에 만족하지 않았다. 최고의 무대에서 일반 선수들과 대등하게 겨루는 것을 꿈꿨고, 곧 열리는 대구 세계선수권에서 그 꿈이 현실화되는 것을 앞두고 있다. 런던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세바스천 코 위원장은 "피스토리우스가 런던올림픽에서도 환영받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피스토리우스의 일반 대회 출전을 옹호하는 의견도 많다. 영국 육상 선수 마틴 루니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피스토리우스가 달리기 위해서는 의족이 꼭 필요하다"며 "그는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우리는 그와 다른 방식으로 상황에 맞서기 때문에 서로 균형이 맞는 것 같다(balances out)"고 피스토리우스의 편에 섰다.

장애인 농구선수 출신인 에이드리안 아데피탄은 "시상대에서 두 다리가 없는 사람이 서있는 것을 상상해 보라"며 "어떠한 세상이 열릴지,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피스토리우스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의족을 신는 것은 피스토리우스의 선택이 아니었다. 두 다리가 멀쩡한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불편함을 겪어야 했고, 200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에서는 의족 때문에 테러리스트로 오해를 받아 경찰에 연행되어 수갑을 차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의족이 분명 과학적인 도움을 준다면 스포츠의 공정성에 위배될 수 있다. 대구 세계육상권 개막이 다가오며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는 가운데, 과연 피스토리우스가 육상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의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