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충남 논산의 건양대학교에 근무하던 전자정보학과 조아무개(40) 교수가 학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유족들은 사인에 대해 학교 측의 원칙 없는 학과 구조조정에 따른 스트레스와 자존심 손상에 따른 것이라고 학교 측의 공식사과를 요구해왔다.
숨진 조 교수의 부인 왕아무개(35)씨는 "지난 2월 당시 대학 기획조정처장이 남편에게 교양학부로 옮겨 컴퓨터 관련 강의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통보'했고 이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측이 구조조정을 통해 교수 수를 줄이기 위해 공대 소속인 조 교수를 교양학부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이를 통보했다는 얘기다.
반면 학교 측 관계자는 "당시 인사결과를 통보한 게 아니라 의견을 묻고 나누는 논의과정이었다"며 "따라서 사인과는 관련이 없다"고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조씨가 숨지기 전 기획조정처장에게 보낸 이메일 편지 글은 그가 겪은 고민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전자공학과교수로 몸담았던 지난 6년간의 행적과 현재 상황, 향후 계획 등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교양학부로 옮겨가기보다는 의료공대에서 학과장으로 헌신하고 싶다는 의사를 간곡하게 밝히고 있다.
"(중략)현재 저는 공학인증을 위한 학과의 PD교수를 맡아 성실히 수행 하고 있으며 지난 2년간 NEXT 사업책임자를 맡아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올해에도 4차년도 사업을 수혜 받게 되었으며,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NEXT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중략)저의 안일한 태도와 생각으로 학과장을 맡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교수님께서 많은 지도를 하여 주시면 기꺼이 학과장을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새로 개편되는 의료공대에서 학과장의 기회를 저에게 주신다면 열과 성을 다해 학과장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중략) 시간이 괜찮은 점심이나 혹은 저녁을 같이 하면서 좀 더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가능한 식사 시간을 당일 혹은 그 이전에라도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헌신을 다짐한 글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획조정처장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얼마 후 조 교수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교내 건물에서 투신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6개월 가까이가 흐른 지난 25일 '전국교수노동조합 대전충남지부'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대전충남지부'가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해당 교수의 사망은 당시 소속되었던 전자정보공학과에서 교양학부로 이동하라는 학교 측의 부당한 요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데도 학교 측은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오히려 진상규명을 위한 유족의 활동에 대해 '법적 조치'를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 측은 슬픔을 위로하기는커녕 무성의한 답변과 무시, 접견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며 "또 해당 교수가 '우울증세를 앓아왔다'는 사실과 다른 얘기를 언론에 전하고도 그 책임을 동료 교수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실추된 고인의 명예 회복과 그간 유족 측에 입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사과, 그리고 관련 자료의 공개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양대 관계자는 "인사절차에 따라 당사자를 만나 논의한 일을 '부당한 인사통보'였고 이로 인해 숨졌다는 유가족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인사 규정 등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관련 서류는 대외비로 돼 있어 수사 협조 등을 제외하고는 규정상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숨진 조 교수의 부인 왕씨는 "학교 측이 교수라는 꿈을 위해 한 길을 달려온 남편에게 이유 없이 자신의 전공을 포기한 채 교양학부에 근무하라고 한 것은 자존감을 느낄 수 없게 될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근심으로 엄청난 고통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학교 측은 수개월 동안 '기다려 달라'고 시간을 끌다 이제는 '법원의 소송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남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