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아이들, 우리가 도울 수 있어

[서평] 아이는 행복할 권리 있어… 우리 손길 필요해, <나는 8살, 카카오밭에서 일해요>

등록 2011.09.06 18:26수정 2011.09.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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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하는 아이들, 그들이 힘들고 불행한 것은 둘째고 그들을 방치한 어른들이 책임감이 없다는 것도 큰 사회문제다.

일하는 아이들, 그들이 힘들고 불행한 것은 둘째고 그들을 방치한 어른들이 책임감이 없다는 것도 큰 사회문제다. ⓒ 서해문집

아동노동은 근대 유럽 산업혁명당시 사회문제가 될 정도였다. 19세기 초 대영제국의 자본가들은 저임금 노동을 강제할 수 있는 어린이를 선호했는데, 이들 아동노동자는 저임금 노동으로 생활비를 보충하려는 부모 노동자들에 의해 공급되었다. 당시 어린이 노동자 중에는 6~7세짜리 어린이도 있었으며, 일요일도 없이 노동시간은 하루에 무려 12시간에서 16시간이나 되었다.

처우도 매우 나빠서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밥을 주었으며, 방직기계에 들어가 기름칠을 하게 하는 등 극도로 위험한 조건에서 일을 시켰다. 영국 정부에서는 1842년 어린이와 부녀자의 광산노동을 금지했으며, 보호법의 위반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였다.


어린이와 부녀자를 보호하는 법은 다른 산업분야로도 계속 확대 적용되었으며, 의무교육제 도입을 통해 아동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약화시켰다. 근대 일본에서는 지주들의 착취로 제대로 먹고 살 수 없던 소작인들의 자식들이 제사공장(실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거나, 일본 역사소설 《오싱》의 주인공처럼 어린 나이에 쌀 1~2섬을 부모가 받고, 자식은 남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는 더부살이로 내몰렸다.

한국의 경우엔 고도성장기인 1970년대가 이 시기에 해당한다.

"5월이었는데 형광등 불이 있어도 어두침침한 2층 긴 복도를 들어서니 열기와 매캐함이 느껴졌다. 복도에는 연탄 화덕들이 즐비했다. 좁은 곳에 미싱 8대가 있고, 그 아래에 시다가 일하는 궤짝이 있었다. 허리도 펴지 못할 정도로 낮은 2층 다락에는 재단사와 시아게(옷 마무리 공정) 하는 곳과 단추 다는 기계가 있었다."

유정숙 청계피복노동조합 아카시아회 회장은 이름 대신 '6번 미싱사 보조' '6번 시다'로 불리며 살았던 1970년대의 청계천 봉제공장을 이렇게 묘사했다.

전태일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노동조건개선을 요구하는 편지에는 "종업원의 90%이상이 평균 연령 18세의 여성입니다. 기준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써 어떻게 여자에게 하루 15시간의 작업을 강요합니까? 미싱사의 노동이라면 모든 노동 중에서 제일 힘든(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노동으로 여성들은 견뎌내지 못합니다. 2만 여명 중 40%를 차지하는 시다공들은 평균연령 15세의 어린이들로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이들은 회복할 수 없는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인 것을 부인 할 수 없습니다. 전부가 다 영세민의 자녀들로써 굶주림과 어려운 현실을 이기려고 하루에 90원 내지 100원의 급료를 받으며 하루 16시간의 작업을 합니다. 사회는 이 착하고 깨끗한 동심에게 너무나 모질고 메마른 면만을 보입니다"라고 했다.


2011년은 어떨까. 우리 주변에 여전히 어린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5~17세 사이의 어린이 노동자는 2억 1800만 명이며, 이들의 대부분인 1억 2천여만 명은 아시아 사람이다. 아동 노동의 원인은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이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를 저임금으로 부려 인건비를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 실례로 미국의 대형 할인매장인 월마트에서 판매한 성탄절 기념용품은 중국 미성년자의 저임금 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미국 메텔사의 완구(토마스 기차장난감, 바비 인형 등)는 중국 중고생들을 고용해서 만든 것이다. 다국적 기업인 나이키에서는 축구공, 운동화 등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아동노동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다국적 기업들의 반인권적인 경영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어 구매거부운동을 불러왔고 해당사에서 제도를 전환하겠다는 다짐을 받기도 했다.


만연한 아동노동에 대한 실태를 전하는 일은 중요하다. 개발도상국의 하층민들에게는 양육의 개념이 다르다.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책은 이러한 '현실'을 담았다. 아동노동을 생각하는 비영리단체인 일본의 ACE라는 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자신이 보고 들은 참담한 현실을 기술한다. 저자들은 아이들과 꾸준히 관계를 가지고 그들의 과거에서 단체의 도움을 받은 현재를 비교한다.

"일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돈 조금만 도와주면 수많은 어린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한 달에 만 원이면 아이 하나가 끼니를 챙기고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 그들과 손을 잡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킨다.

축구공을 꿰매던 인도소녀 소냐,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는 니카라과의 열 살 소녀, 필리핀의 여덟 살 매춘부 피아, 가사도우미가 된 배냉의 소녀 등이 이들과 만난 아이들이다. 현재는 ACE의 도움을 받아 학교도 다니고 생계지원도 받고 있다.

이어 아동노동의 세계적 현실을 기술하고 법의 테두리로도 지키지 못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기술한다. 아동노동에 왜 맞서야 할까. 그것도 다른 나라의 일을 가지고. 아동노동은 선진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입품에 의존해 생활하는 우리는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이 일해서 만든 물건을 살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건을 고르는 행위, 사는 행위로 이미 아동노동이 행해지는 구조에 가담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중대한 책임있는 것입니다."

극악한 아동노동시장을 가지고 있는 인도의 대응노력은 국가가 제도로 사회적 악습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주의 윤리의식이다. 한 방법으로 소비자가 기업에 압력을 넣을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다. "우리는 아동노동으로 생산한 물품을 사지 않습니다"라는 보이콧 운동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국제규정과 규칙으로 아이들을 지키는 노력, 아이들이 직접 참여한 규제와 지원책을 시행하는 등의 사례는 '더불어 사는 지구'에 대한 공동의 책임감을 슬며시 강요한다.

나는 8살, 카카오밭에서 일해요 - 아동노동자라 불리는 2억 1800만 명의 아이들

미즈요리 도모코 외 지음, 이영미 옮김,
서해문집, 2009


#아동노동 #아동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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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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