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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기자의 하루 4편 영화보기...'가족코미디' 민심 확인

키워드는 역시 '가족'과 '코미디' ... <가문의 수난> 1위, 예술영화 <북촌방향> 선전

11.09.13 09:55최종업데이트11.09.1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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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을 겨냥해 7일 개봉한 영화들. <가문의 수난> <챔프> <파퍼씨네 펭귄들> <통증>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순) ⓒ 태원미디어,쇼박스,CJ,폭스코리아.롯데


미쳤구나 싶었다. 추석 연휴에 용감히 홀로 멀티플렉스를 찾다니. 게다가 하루에 영화 네 편 관람에 도전한다는 건 더더욱. 대신 잃은 건 자존심이요, 얻은 게 있다면 추석 극장가 민심 동향이랄까.

전통적으로 추석 시즌의 관객층은 둘로 셋으로 나뉜다. 차례나 집안 일을 마치고 부모님, 아이들과 함께 극장 구경에 나선 가족 관객층, 연휴를 맞아 '룰루랄라' 데이트에 나선 커플족, 여기도 저기도 끼지 못하고 '본격적으로' 놀기 전 극장을 찾은 동성 친구들.

'풍성한 한가위'란 표현에 딱 어울리는 연휴 첫 날 추석 멀티플렉스에서 잘 나가는 영화들의 관객 성향을 살펴봤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가족과 커플의 승리, 그리고 기획 코미디의 여전한 인기, 틈바구니 예술영화의 생존법 정도 되겠다.

일본 출신 연기자 유민이 특별 출연한 영화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 포스터. ⓒ 태원엔터테인먼트

추석 키워드는 역시
'가족' 그리고 '코미디'

어찌 보면,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의 흥행은 예견된 바다. 전편 <가문의 영광>이 508만,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이 563만 등 세 편 합계 1500만을 동원했으니, 그 프랜차이즈의 대중성은 무시 못 할 파급력을 지니지 않았겠나.

평단의 혹평이나 낮은 평점은 중요치 않다. 애니메이션이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부모들의 선택 폭을 넓혀준다면, 올 추석 시즌 영화 중 부모님과 함께 할 코미디가 없었다는 점이 <가문의 수난>의 최대 강점이다. 더욱이 김수미를 비롯해 신현준, 탁재훈, 현영, 정준하는 모두 여타 홍보가 필요 없을 만큼 TV를 통해 '국민' 모두가 얼굴을 아는 배우들 아닌가.

11일까지 누적 관객 86만(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한 1위 <가문의 수난>보다 할리우드산 코미디 <파퍼씨네 펭귄들>의 흥행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짐 캐리가 주연으로 나섰지만 인지도 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 코미디 영화가 한국영화 개봉작들을 제치고 <가문의 수난> <최종병기 활>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짐 캐리의 코미디 연기 외에도 펭귄들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자태, 가족에 소홀했던 이기적인 가장이 개과천선한다는 착한 이야기가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단위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셈이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명절엔 역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되도록 편안하게 웃음까지 줄 수 있는 가족영화가 으뜸이다. 눈물을 앞세운 <챔프>의 몰락이나 200만을 돌파한 국산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장기흥행도 엇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29일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열린 영화<통증>의 시사및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정려원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영화 <통증> 은 9월 7일 개봉했다. ⓒ 민원기


'커플족'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멜로영화 

100여개 극장에서 8일 개봉해 나흘 간 8만8천 명. 할리우드 공포영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5>의 성적이다. 아무리 국내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공포영화 속편이라도 여름에서 한 참 철지난 추석 개봉이라니.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다수가 커플이었다는 점. 공포영화의 관객층 중 꽤나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커플족'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풍경이랄까. 그런데 올 추석 극장가엔 이 커플들에게 딱 들어맞는 멜로의 힘이 약했던 것으로도 풀이된다. 작년 추석 200만을 동원했던 <내사랑 내곁에> 수준의 멜로 영화는 없을 듯 보인다.

그 중 기대작이 곽경택 감독, 강풀 원안의 <통증>이었다. 곽경택 감독이 2007년 추석 남성멜로 <사랑>으로 재미를 본 바 있지만, <통증>은 초반 흥행은커녕 뒷심을 고대하기에도 역부족으로 보인다. 7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수가 25만 명이다.

여주인공 정려원의 흥행작이 한 편도 없었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을까? 배우들의 매력이 절반을 차지하는 멜로영화에서 무통증 환자인 남순 역의 권상우나 혈우병 환자 동현을 연기한 정려원이 무난한 연기로 합격점을 받은 것에 비한다면 꽤나 아쉬운 결과다. 

'남성영화'로 친숙한 곽경택 감독이 꽤나 말랑말랑한 화면을 선보이며 감수성의 변화를 선보인 것이 낯설어서일까? <그대를 사랑합니다>로 깨진 줄 알았던 '강풀 원작 영화'의 흥행저조 징크스도 되돌아왔다.

반면 송강호의 첫 멜로연기와 신세경의 이름값에도 충무로 기대작이었던 <푸른 소금>은 박스오피스 10위로 전락했다. 1일 개봉한 <푸른 소금>의 11일까지 누적 관객은 54만 명. 곽경택 감독이 <푸른 소금>의 결과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2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홍상수 감독의 12번째 영화 <북촌방향>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홍상수 감독(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김보경,송선미,김상중,홍상수 감독. ⓒ 민원기


그리고, 홍상수의 실험은 계속된다.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관 운영 확대에 대한 신호탄일까? 전국 25개 상영관에서 출발한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이 11일 1만 관객을 돌파했다. 누적관객수는 1만 3천 명. 기존 서울의 예술영화관을 기본으로, 한 멀티플렉스 체인의 경기 외 지방 예술영화 상영관에서 종일 상영하고 있는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풀이된다.

몇 년 전부터 '충무로 예술영화' 대표 감독 홍상수 감독은 저예산 '독립영화'로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작은 규모지만 톱스타들의 색다른 연기를 볼 수 있는 그의 영화들은 저예산이 오히려 감독 고유의 예술 세계를 지켜내는 방패막이 작용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관객들의 지지도 이어져 작년 여름 개봉한 <하하하>가 5만을 돌파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1만을 돌파한 <북촌방향>의 대장정은 이제 부터다. 장기상영이 용이한 기존 예술영화관을 넘어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 상영관에서 얼마나 극장을 오래 잡아줄 지가 관건인 셈이다. 더불어 씨네큐브의 <그을린 사랑>과 같이 장기상영 중인 외화들도 꾸준히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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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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