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놀랄 때가 많다. 교정시설, 아니 정신감정 및 치료를 위한 보호소에서도 이루어지지 않는 여성수감자 브래지어 탈의를 경찰서 유치장 내에서 실행한 것이다. 사안은 이렇다.
지난 2008년 8월 15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경찰은 집회를 해산하기 위해 물대포를 난사하고 집회에 참여한 많은 사람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 연행했다.
유치장 안에서도 인권은 지켜져야
이때 연행되어 수감된 사람들 중에는 여성이 다수 있었다. 이중 일부 여성들은 유치장에 수감되면서 브래지어가 자해나 자살에 사용될 수 있는 위험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탈의를 강요받았고 경찰의 강압적인 지시에 따라 브래지어를 벗어 사물함에 보관하였다. 경찰은 유치장 내 설치된 탈의실 밖에 서서 여성유치인에게 브래지어를 벗을 것을 구두로 지시하여 유치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들 여성이 브래지어를 벗은 상태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하였다.
한편, 일부 경찰서에서는 한 여성유치인이 브래지어 탈의에 항의하자 유치장 내에서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더 나아가 브래지어를 새로 갈아입을 수 있도록 유치장에 새 브래지어를 반입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반면 경찰에 항의할 엄두를 내지 못한 여성유치인에게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한여름에 얇은 겉옷만을 입고 여러 차례 남자 수사관 앞에서 조사를 받게 하였다.
이 당시 경찰에게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은 여성들 중 4명이 오랜 고민을 하다가 최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이 여성들은 경찰이 최근 여름 반값 등록금 집회에서 연행된 여성을 상대로 또다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치욕적인 사건을 공론화하기로 결심하였다.
경찰에 연행되는 순간 시작되는 인신의 구속은 불가피하게 인권을 제한한다. 그런데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7조는 경찰서에 설치된 유치장에도 준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법 제4조는 "이 법을 집행하는 때에는 수용자의 인권은 최대한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아니 굳이 법 규정을 들이대지 않아도 이 사회는 수용자의 존엄이 본질적으로 훼손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구치소 등 교정시설과 보호감호소 및 치료감호소 내에서 실제 여성수감자에게 자살∙자해방지 목적으로 브래지어를 탈의시킨 경우도 없었다고 한다. 이는 수감자의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브래지어 착용 여부는 여성수감자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로 보아 여성 수용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국내 구치소 등 교정시설과 보호감호소 및 치료감호소 내에서 여성수감자가 브래지어를 이용하여 자살∙자해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그런데 경찰은 경한 범죄로 일시 구금된 여성들을 상대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하여 브래지어를 벗긴 상태로 유치장에 수감함해 여성의 인권을 유린했다. 여성유치인이 남녀가 혼재하는 유치장 안에서 공개적으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고 어쩔 수 없이 브래지어를 벗은 경험은 성적수치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한없이 위축시킨다. 온몸이 발가벗겨진 느낌으로 어깨와 허리를 펼 수 없고 조사를 받는 수사관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브래지어 탈의 강요 사건이 있었던 그해 가을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 여성들의 인권침해주장에 대해 "경찰청장에게 여성유치인에게 브래지어 탈의 요구 시 그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여성유치인이 브래지어를 탈의한 후 성적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보완조치를 강구하라"고 결정하여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 강요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경찰은 또다시 올해 여름에 발생한 시국사건 여성연행자들에게 같은 인권침해를 반복했다. 부디 이번 국가배상소송에서 경찰의 여성유치인에 대한 브래지어 강제 탈의조치 위법성이 인정되어 위태로운 이땅의 인권이 구원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허윤정 님은 변호사이자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입니다. 이기사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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