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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이게 통일부가 1억7천만원 퍼부은 '기적의 제작협찬'?

통일부 제작지원 받은 SBS <기적의 오디션> 공익광고·패러디 공개

11.10.03 10:18최종업데이트11.10.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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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SBS 연기자 서바이벌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에 1억 7천여만 원을 후원했다. 지난 6월 22일 통일부의 이종주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SBS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기적의 오디션>의 공식 후원을 통해 경연과정에서 통일의 꿈, 필요성, 통일 대비 등 관련 주제가 자연스럽게 포함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SBS


연기자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후원 기업 배너 가운데 왜 정부부처인 통일부가 등장할까?

SBS <기적의 오디션>은 통일부로부터 1억 7천여만 원의 제작지원을 받은 프로그램으로 9월 30일 방송에서 통일 관련 공익광고를 내보냈다. 이날 TOP 6의 참가자들은 CF 연기와 코믹 패러디를 주제로 경연을 펼쳤고, 참가자 가운데 주희중이 통일 광고의 모델이 됐다.

'희망 사진가'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이 공익광고는 '통일=꿈'이라는 공식에 맞게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카메라에 담는 설정으로 그려졌다. 사진작가로 분한 주희중의 연기 포인트는 젊은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통일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6명의 서바이벌 생존자 중 신뢰감 있는 이미지의 주희중에게 공익광고 촬영의 기회를 준 것으로 보였다.

"젊은 세대에게 통일 어필한다는 취지"

주희중은 <기적의 오디션>에서 통일을 홍보하는 공익광고를 'CF 연기' 미션에 맞춰 촬영했다. 이 광고는 11월 1일부터 케이블 채널에서 공식으로 방송된다. ⓒ SBS


TV 프로그램의 제작지원은 통일부의 2011년 연간홍보대행사업의 일환이다. 통일부는 지난 6월 정례 브리핑에서 "<기적의 오디션>의 공식 후원을 통해 경연과정에서 통일의 꿈, 필요성, 통일 대비 등 관련 주제가 자연스럽게 포함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참가자들이 통일과 관련된 연기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국민, 특히 젊은 세대들이 통일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본다는 것이 이번 사업의 취지"라며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참가자들과 통일관련 콘서트 개최, 통일광고 제작 등 다양한 후속 홍보 활동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일부 대변인실 관계자에 따르면, <기적의 오디션>은 젊은 층에게 통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공모한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입찰됐다. 이 관계자는 "통일부는 프로그램 내에 통일과 관련된 내용을 녹일 수 있는지를 중요한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통일 주제로 한 광고와 패러디는 메시지 실종

하지만 이날 방송된 공익광고는 통일부의 의도처럼 '통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에 다소 부족해보였다. "누구나 꿈은 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영상은 주희중이 카메라로 사람들을 찍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통일의 꿈은 이미 시작됐습니다"라는 마지막 말이 없었다면 통일을 이야기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광고였다.

9월 30일 방송에서 <기적의 오디션>은 CF와 코믹 패러디를 미션으로 삼았다. 주희중은 자신이 모델로 등장한 통일부 홍보 영상에 이어 통일을 주제로 한 코믹 패러디를 생방송 무대에서 선보였다. ⓒ SBS

게다가 영화 <간 큰 가족>의 한 장면을 통일이라는 주제에 맞게 패러디한 연기 역시 공익을 목적으로 한다기에 메시지가 불분명했다. 주희중과 다른 참가자 이경규는 두 형제가 술자리에서 간암 말기인 아버지를 위해 가짜 통일을 도모하는 장면을 연기했다.

주희중의 술 취한 연기는 돋보였지만, 정작 주제는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 '통일은 못말려'라는 가짜 통일의 시나리오를 두고 "통일이 빨래냐, 말리게. 차라리 드라이클리닝을 해라"라고 하는 말장난과 "가짜 통일을 만드는데 돈이 얼마가 드냐"는 별로 중요치 않은 문제만 부각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심사위원들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대체적으로 주희중의 연기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CF와 패러디 연기의 스크립트가 문제였다. 김갑수는 "광고가 이해가 잘 안 간다"며 "통일의 주제에는 못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형인은 "카메라 CF인지 좀 헷갈렸다"며 "본인은 이미지 변화를 잘 줬지만 패러디는 스크립트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이범수 역시 "패러디 대사는 누가 적어줬는지 재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슈퍼스타K2> '통일송'의 효과 기대?

통일부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사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1월, 통일부는 온라인배포동영상을 통한 홍보 방안을 기획했다.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으로 새로운 통일송을 만들어 퍼뜨리기로 한 것.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채택된 아이디어는 Mnet의 인기 서바이벌 오디션 <슈퍼스타K2>가 부르는 통일송이었다. 통일부와 Mnet은 허각 김지수 앤드류넬슨 이보람 장재인 등 출연자 5명이 부른 '통일송'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이 사업은 제작비가 지원되지 않았다.

올해 초 통일송 뮤직비디오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조회수 7만 건을 넘어섰다. 통일부 측은 "정부부처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활용해 정책을 홍보한 것은 통일부가 처음이었고, 호평을 받았다"고 통일송에 대해 설명했다. 자연히 <기적의 오디션>에 제작비가 지원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통일송의 효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목표한대로, <슈퍼스타K2> 출연진의 인기에 힘입은 밝고 경쾌한 리듬의 통일송은 젊은이들에게 거부감 없이 친숙하게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렸어 함께하는 그 순간을..(중략) 다함께 준비해요 행복한 통일"이라는 가사가 무색하게, 당시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정부에서는 수시로 대북 강경대응의 뜻을 피력하는 가운데 울리는 통일송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뮤지션을 꿈꾸는 가수 지망생들에게 부처 홍보의 목적으로 통일송을 부르게 한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설사 앞으로 통일을 주제로 한 방송분이 더 남았다 해도 <기적의 오디션>은 의문스러운 선택이다. 그나마 <슈퍼스타 K2>는 케이블 TV 역사상 최고 시청률인 18%대를 기록했던 프로그램이다. 특히 통일부가 그토록 공략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기적의 오디션>의 시청률은 4~5%대를 전전하다가 30일 방송에서 3.4%(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로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홍보'를 하기에 지나치게 적은 시청자를 선택하고 만 것이다. 과연 <기적의 오디션>은 얼마나 많은 젊은 세대에게 통일을 어필할 수 있었을까. 지나치게 낮은 시청률, 메시지가 불충분한 공익광고와 패러디를 만들어 낸 제작비로 세금 1억 7천만 원은 너무 비싸다.

기적의 오디션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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