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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 해피엔딩,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다"

[리뷰] 해피엔딩 <공주의 남자> 억지 엔딩 아니야?

11.10.07 09:52최종업데이트11.10.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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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주의 남자>가 끝났다. '승유와 세령은 예쁜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대요' 로 끝이 났다. 김승유는 눈을 잃었으나 마음을 되찾았고 복수를 잃었으나 세령을 얻었다. 그리고 수양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본다. 해피엔딩, 좋다. 복수를 향해 치달리는 비극적인 사랑이 반드시 등장인물들의 죽음으로 끝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승유의 해피엔딩은 너무 허무하다. 사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공주의 남자>는 선악구도가 뚜렷했다. 김종서(이순재 분)와 수양(김영철 분)의 선악관계. 신면(송종호 분)과 김승유(박시후 분)의 선악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신면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새워놓고 가문과 권력을 위해 벗들을 버리고 양심을 버리게 함으로써 집착과 집념의 캐릭터로 완성시킨 데에는 그만큼의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수양은 어떠한가. 어린 조카를 죽이고 형제들을 죽이며 권좌에 올랐고 자식마저 수단으로 이용했다. 이렇게 악인들을 부각시키는 설정은 승유의 복수에 당위성을 주고 세령의 부모를 저버리는 극단적인 행동에도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세령을 중심으로 승유에 대한 수양과 신면의 분노는 극대화 되었고, 세령과 함께하기 위해서 승유는 복수를 완결지어야만 했다.

극이 진행 되면서 쌓여가던 갈등의 깊이와 긴장의 크기를 보며 김승유와 신면과의, 김승유와 수양과의 절체절명의 숙명의 대결은 더욱 더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화에서 드디어 그 대결이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카타르시스 없는 <공주의 남자> 마지막 모습, 무엇이 문제?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의 한 장면. 김승유가 신면의 눈을 감겨주고 있다. ⓒ KBS


하지만 결론은 화해였다. 김승유를 죽이기 위해 수양은 신면의 희생도 망설이지 않았고 결국 신면은 김승의 칼이 아닌 아군들의 화살에 목숨을 잃는다. <무사 백동수>의 천과 광택의 대결에 버금 갈 정도의 칼싸움을 기대했었기에 비극적인 두 남자의 우정극에 당황하고 말았다.

김승유와 수양과의 대결에서도 김승유는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김승유의 칼 앞에서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던 수양은 말싸움에서도 단연 빛이 났다. '니가 나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 적반하장으로 김승유를 비난하는 뻔뻔함과 자신감을 내보이며 수양은 마지막까지 세령을 이용하는 비겁함을 보여줬다. 김승유는 용서를 빌라는 수양에게 침을 뱉으며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거라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그냥 그대로 물러나고 말았다. 개연성 없이 김승유는 눈을 잃었고 세령과 함께 조용히 살게 된다.

▲ KBS2 수목드라마 <공주의남자> 가정을 이루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의 김승유와 세령 ⓒ KBS


수양이 세령이 김승유를 따라 자결했다고 믿으며 잠도 못 이룬 채 괴로움 속에서 산 것 만으로도 복수를 이루었다고 애써 이해해보려 하지만, 그렇다면 실제로 수양에게 복수를 해 준 것은 김승유나 세령이 아닌 중전이 된다. 결국 김승유는 죽음 앞에서 어떠한 선택을 할 만큼의 기력이 없었고, 중전이 멀리 보내주니 그저 현실에 만족하며 살게 된 것이다. 죽은 줄 알았던 두 사람이 사실은 살아있다는 '깜짝 놀랄 반전'은 사랑보다 명예를 택했던 김승유를 모순적인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드라마 속의 모든 사람들은 결국 행복해졌다. 목숨을 걸 정도로 큰 싸움이 있었지만 빙옥관 사람들 누구도 다치지 않았고 수양마저도 마지막엔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시청자들도 마음의 평안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타르시스 없는 이런 막무가내 해피엔딩이 <공주의 남자>의 옥의 티로 기억 될 것 같은 느낌은 뭘까.

공주의남자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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