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사저' 논란,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몰락'

[핫이슈] 그 많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체 무엇을 했나

등록 2011.10.11 16:31수정 2011.10.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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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다소 자극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솔직한 제 생각이 그렇습니다. 적어도 'MB사저' 논란과 관련해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 가운데 특히 방송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역할은커녕 '대변인' 역할까지 자임하는 듯한 태도마저 보였기 때문입니다. 조중동 역시 청와대를 방어하는 듯한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방송사처럼 '노골적'이진 않습니다. MB정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어디까지 '몰락'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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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1년 10월10일 1면 ⓒ 경향신문


<시사저널> <시사IN>의 연이은 문제제기

이명박 대통령 사저와 관련한 의혹은 시사주간지 <시사저널>과 <시사IN>이 지난 주말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가 없는 주간지에서 '청와대 관련 단독보도'를 한 셈인데, 저는 이번 사안이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서 공론화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MB사저와 관련한 의혹을 주간지에 '물 먹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1년 365일 청와대를 출입하는 사람들이 청와대 출입기자들입니다. 출입기자단 가입과 관련해서도 상당히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치는 곳이 바로 그곳입니다. '정보 보안' 등을 이유로 상당히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 청와대 출입기자단이죠.

그런데 그런 '출입기자단'이 청와대를 출입하지 않는 주간지로부터 '물'을 먹었으니…. 참 면이 서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프레시안> 윤태곤 기자가 10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언급한 얘기를 곱씹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 '면'이 서지 않게 됐다. 토요일(8일) 저녁에 <시사IN>과 <시사저널>과 같은 주간지가 방송이나 신문을 제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세한 기사를 보도했다. 청와대가 9일 보도내용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확인해 줬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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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1년 10월10일 3면 ⓒ 한국일보


MB사저와 관련한 논란이 이번에 처음 제기된 의혹은 아닙니다. 이미 작년에 이 대통령 사저 경호시설용 부지매입비로 4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할 때부터 논란이 됐던 사안입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이 사안을 들여다 봤다면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백번을 양보해서 <시사저널>과 <시사IN>에 단독보도를 빼앗겼다고 하죠. 그러면 후속보도라도 잘 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행동일 겁니다. 석연찮은 의혹이 많기 때문입니다. ▲ 청와대가 경호시설 부지 매입 예산 40억 원을 전용하면서 국회에 신고하지 않은 점 ▲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34)씨의 매입자금의 구체적 출처 ▲ 사저 부지를 시세인 평당 1300만~1500만 원의 절반 수준으로 구입할 수 있었던 이유 등등 취재할 거리가 많습니다.

비교할 대상도 많죠.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사저와 관련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한 '아방궁' 발언도 있고,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와 관련해 남긴 각종 어록도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비난했던 한나라당이 지금 이명박 대통령 사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이런 것들도 충분히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가 있습니다.

한국 정치부 기자들의 '취재관행'과 방식, 이대로는 곤란하다

한마디로 청와대-국회-정치부 출입기자들이 '공동작전'을 펴면 충분히 의미 있는 기사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한국의 정치부 기자들, 이른바 조중동과 방송 3사에 소속된 자칭 '주류 언론인'들은 이런 보도를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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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1년 10월10일 2면 ⓒ 한겨레


당장 논란이 제기됐던 지난 9일 저녁 방송3사 메인뉴스를 한번 보세요. 청와대 대변인의 성명인지 기자 리포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청와대 해명기사'가 리포트로 방송됐습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이랬습니다'가 대부분입니다. 이럴 거면 굳이 기자가 리포트할 이유가 있을까 싶네요. 그냥 청와대 관계자 해명 인터뷰를 내보내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요.

'MB사저' 논란이 이어진 10일 저녁 방송 3사 메인뉴스 역시 별로 달라진 건 없습니다. 자체적으로 의혹을 조명하고 파헤치기보다는 국정감사장에서 진행된 여야간 공방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심보이고, '대충 묻어가겠다'는 마인드지요.

문제는 한국 정치부 기자들의 '대변인 보도' '해명보도' '중계보도' 행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이런 보도 비중이 점점 높아지게 된 것은 출입처 중심의 취재시스템이 근본 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와대와 국회, 정당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기자실 주변만 맴돌아서는 절대 'MB사저'와 같은 기사는 나올 수 없다는 얘기죠.

출입처 중심의 취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 정치부 기자들의 '취재관행'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한국 정치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물론 국회와 정당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그곳을 감시하는 게 주된 역할입니다. '외교'나 '친목 도모'하라고 출입하는 게 아닙니다.

많은 출입기자분들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출입처 감시를 제대로 하고 있나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명박 #이시형 #도곡동 #청와대 #MB사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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