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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헬프>, 진정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11.10.29 14:09최종업데이트11.10.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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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 드림윅스 픽쳐스

오바마가 흑인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인종차별을 당연시 하는 법률은 폐지되고, 인종차별을 할 경우 문제로 삼고 그에 응당한 벌을 주겠다는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면 분명 유색인종의 사회적 지위는 틀림없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백인과 흑인을 대하는 태도는 큰 변화가 없다. 백인이 길을 물어 볼 경우 부족한 영어 실력이더라도 바디 랭귀지까지 동원해 가면서 열심히 가르쳐 주지만, 얼굴색이 검은 사람이 길을 물어보면 무조건 피하는 사람들이 많다. 꼭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흑인에 대한 편견은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11월 3일에 개봉될 영화 <헬프>는 인종차별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영화 포스터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대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준다. 왼쪽의 귓속말을 하는 흑인 가정부 두 명과 오른쪽의 도도하게 자신의 손톱을 보고 있는 백인 여성 사이에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곱슬머리의 백인 여자가 있다. 이 여자는 중립을 지키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운데의 여자는 주변의 친구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스키터. 주위 친구들은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너무 이른 나이에 아기를 낳고 남편과 함께 새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스키터는 그런 것에는 영 관심이 없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스키터는 왜 20년 넘게 자신의 집에서 일한 가정부가 어느 날 갑자기 편지 한 통 없이 일을 그만두었는지 궁금해 한다. 처음에는 살림 소재 칼럼을 쓰기 위해 흑인 가정부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혁신적인' 소재가 필요하다는 뉴욕의 편집자의 말을 듣고 단순한 살림이 아닌 삶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백인이라는 이유로 스키터에게 날을 세우던 흑인들은 그녀의 변함없는 모습으로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인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눈앞에서 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만 했던 흑인 아주머니. 하루 종일 일하고도 아주 적은 돈으로 살아가야 하는 흑인 가정부.

그렇다고 합법적으로 린치를 가하는 삶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어릴 때 자신의 친부모가 아닌 흑인 가정부를 어머니 삼아 자라고 어른이 된 후에는 그들을 짓밟는 백인들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친어머니에게 사랑을 받지 못해, 항상 "넌 친절하고 넌 똑똑하고 넌 중요한 사람이란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해주는 가정부를 엄마라고 부르며 따르는 아기가 압박을 견디지 못해 집을 나가는 그녀에게 가지 말라고 울면서 소리치는 마지막 장면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책을 발간하는데 도움을 준 흑인 가정부들에게 스키터가 감사하고 있다. ⓒ 드림윅스 픽쳐스


캐스린 스토킷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헬프>의 러닝타임은 146분으로 다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길다. 긴 러닝타임과 무거운 주제임에도 중간 중간 웃을 수 있는 장면과 감동을 일으키는 장면의 적절한 조화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전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이 입증하듯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는 인종차별이 흑인과 백인 모두에게 아픔을 주는 정책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용기 있는 중립이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이야기 한다. 중립이란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강한 자와 약한 자가 대립하였을 때, 약한 자에게 힘을 실어주어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진정한 중립이다. 세상을 더 알고 싶고, 진정한 용기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면 영화 <헬프>가 제격일 듯싶다.

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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