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의 이상한 급여... 남의 일일까?

아무리 아껴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등록 2011.11.28 14:54수정 2011.11.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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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대 중반에 겪은 IMF 사태를 남의 일처럼 여겼다. 내가 몸담았던 꽤 탄탄했던 회사가 부도났고, 급여가 밀리고, 일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몇 달 후 법정관리가 들어가면서 급여가 지급되기 시작했고, 일도 조금씩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그 당시에 가슴을 치며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으로 1/3에 가까운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뒀지만, 젊었던 나는 그 사람들이 절박하게 가슴에 와 닿지 않았나보다.


지금 나는 왜 옛날 고리짝 얘기를 하는 것일까? 고해성사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과거를 되새기게 된다. 나는 그때 제일 먼저 감원 대상이 됐던 경비 아저씨를 기억에서 꺼내올린다. 통근버스에서 내리는 우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이름을 불러주고, 직원들의 가정사까지 살피던 그분들 말이다. 오랫동안 근무하시던 그분들이 어느 날 사라졌다. 그 자리는 계약을 맺은 용역회사 직원들로 교체됐다.

그리고 머지않아 식당 아주머니도, 영양사도, 조리사도 사라졌다. 그들도 용역업체 직원들로 교체됐고, 현실을 받아들인 몇 분은 용역회사와 계약하고 일터에 남게 됐다. 나는 뭐가 어찌 됐는지 잘 몰랐다.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니 뼈를 깎는 아픔을 이야기하며 모른 척 했나 보다.

금 모으기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금을 팔았지만 '시세가 많이 올랐으니 나라도 살고 나도 좋은 것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 힘든 시절은 누군가에게는 뼈저리게 힘든 세월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냥 역사의 한 페이지 정도로 여겨진 채 흘러갔다.

그로부터 15년 후, 난 40대 중년에 가까운 주부가 됐고, 내가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할 때가 되니 정규직이 사라졌다. 은행직원도 경리직원도 대형마트도, 퇴직금을 주고 상여금도 주고 아이들 학자금까지 보태주는 그런 직장은 찾을 수가 없다.

'꿈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현실이었다. 나도 IMF 시절 식당 아주머니가 했던 선택을 따라야 했다. 그렇게 나도 계약직이 돼 한 번의 계약 만기를 겪으며, 경영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난 고졸에서 대졸이 됐고 컴퓨터도 배우고 기술도 배웠다. 이런 노력들이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그 와중에 경비 아저씨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처우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교대 근무를 하는 경비 아저씨가 있다고 치자. 그들은 하루 12시간 일하게 된다. 최저임금을 적용했을 때, 하루에 5만1840원(4320원×12시간)을 벌어야 한다. 한 달 내내 꼬박 일하면 155만5200원이다. 물론 시간외 수당이라든지 주말 특근 수당 같은 것은 제외해 놓고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의 임금은 100만 원, 어떤 분들은 80만 원이 채 안 된다고 한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휴게 시간 때문이란다. 이른바 '대기'라고 해야 하나…. 자리를 비우기 어렵지만 일은 하지 않는다고 해서 휴게 시간 급여가 사라진 것이라고 한다. 난 그분들에게 "가서 따지세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다. 해고될까 봐 최저임금도 포기하신 분들께 총대를 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경비원이라는 직종은 연로한 아저씨들의 마지막 직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만 있자니 답답하다. 이런 모습이 머지않아 내 미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답답하다. 그리고 이런 부조리들이 당연하게 묵인될까 봐 답답하다. 먹는 것을 줄이고, 입는 것을 줄이고, 병원비도 아끼고, 교통비를 아껴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난 그저 경비 아저씨께 '수고 하신다'는 눈인사 밖에 못한다. 나 역시 관리비를 더 내라는 고지서가 한편으로 두렵기 때문이다. 문득 아버지가 생각난다. 경비원으로 사는 우리 아버지의 손이라도 한 번 꼭 잡아드려야 할 것 같다.
#경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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