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멧돼지에 대한 생태적 해결책 모색의 필요성

[주장] 환경을 고려한 근본적인 대책 나와야 한다

등록 2011.11.29 14:06수정 2011.12.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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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멧돼지가 도심에 등장해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주택에 난입해 큰 피해를 줬다는 소식은 이제 우리에게 별다른 놀라움을 주지 못할 만큼 흔한 기삿거리가 됐다. 당장 지난 26, 27일만 살펴보더라도 야생 멧돼지가 출현해 시민을 위협하는 일이 대구와 울산에서 벌어졌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우 보기 드문 일이었던 멧돼지의 출몰은 2009년에 31회를 기록하면서 조금 늘어나는가 싶더니 급기야 2010년에는 384차례를 기록했다. 멧돼지 출현 빈도의 증가는 멧돼지의 등장이 이제는 간과할 수 없는 사회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야생 멧돼지의 습격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이에 따르는 사회의 피해가 너무나도 심각하다. 야생 멧돼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공격적인 습성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멧돼지의 습격에 따른 경제적 피해 역시 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멧돼지 출몰에 의한 피해는 농작물 피해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야생 멧돼지가 도심 한복판에 나타나 민가를 습격하거나 편의점, 주유소 등에 등장해 사람을 해하고, 재산을 파괴하고 있다. 또 철도나 고속도로 등에 나타나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등 피해가 다양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야생 멧돼지의 등장 때문에 생기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금까지 야생 멧돼지의 피해가 유독 컸던 충청도와 전라도는 기동포획단을 운영하는 것과 함께, 지역 내 야산에 포획틀을 설치하는 등의 조처를 했다.

뿐만 아니라 폐현수막, 폐타이어 등으로 농경지를 둘러싸거나 경광등을 켜놓는 등 소극적이었던 농민들의 대응도 달라졌다. 올무를 설치하거나 독약을 묻힌 먹이를 준비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책은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또 다른 환경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랜 기간동안 야생 멧돼지 퇴치를 위한 여러가지 방안이 논의됐지만, 야생 멧돼지의 출현은 역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히려 지리산에 방사됐던 반달 가슴곰의 26%가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설치한 포획틀과 독약이 묻은 먹이 때문에 폐사했다.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야생 멧돼지의 포획은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훗날 한국산 멧돼지의 멸종을 촉진할 수도 있다. 미국은 철도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물소 포획을 했지만,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삶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오늘날에는 물소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미국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면서도 야생 멧돼지에 의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생태계의 보전을 고려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논의돼야 할 문제는 멧돼지의 먹이와 관련된 문제다.

최근 야생 멧돼지가 자주 도심에 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먹이의 부족 때문이다. 멧돼지는 도토리 등의 열매나 밭작물 등을 주식으로 한다. 그렇다면 정부 차원에서 야산에 유실수를 심고, 먹이로 삼을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다량 살포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등산객들의 산열매 채집을 제한한다면, 멧돼지를 야산에 안정적으로 살게 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다.


둘째로 골프장, 스키장 등 삼림 훼손 정도가 큰 시설들의 건립을 현재보다 더욱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교외 야산에 소위 돈이 되는 시설인 스키장과 골프장이 무분별하게 건설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시설들의 건설은 멧돼지들의 서식지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건설 소음을 일으켜 멧돼지들을 산에서 내려오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지금보다도 더욱 엄격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골프장이나 스키장을 건립을 제한한다면, 야생 멧돼지의 출현 빈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할지라도 생태계를 보존한다는 측면에서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장기적인 대책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멧돼지 피해 방지 대책들도 고안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직접 피해를 입는 농가에 멧돼지의 습격을 막을 수 있는 펜스 등을 설치해줘야 한다. 더불어 시민들에게 멧돼지가 나타났을 때의 행동강령을 숙지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강릉시 남대천 하구에서 포착된 희귀종 한국산 삵 사진을 보다가, 생김새가 고양이와 닮았으면서도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마음에 어머니께 보여 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어쩌다가 삵이 흔히 볼 수 없는 동물이 됐냐"고 반문하셨다.

나는 미래에 태어날 우리 아이들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또 그들이 한국산 멧돼지를 그림책에서만 볼 수 있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 눈앞에 보이는 작은 피해를 해결하는 데 급급해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연구해야 한다. 정부가 우리의 삶과 생태계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멧돼지 #생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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