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에 검찰 관련 흥미로운 뉴스가 두 개 있었다.
첫 번째는 이른바 '벤츠 검사'다.
검찰청에서 근무하던 검사 하나가 지난 18일 사표를 제출했고 법무부는 사표를 수리했다. 그런데 내막을 알고 보니 해당 검사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를 받아 쓰고, 샤넬 가방도 받은 의혹을 받고 있었다. 보도가 나가고 나서 한상대 검찰총장이 나서서 "벤츠 검사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일이 커졌다.
검사가 스폰서를 두고 고급승용차를 받아 쓰고, 돈이나 선물을 받는 건 이제까지 지겹도록 봐 온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검찰의 행태에 비춰 봤을 때 검찰총장까지 나서서 호들갑을 떨 만큼 새로운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른바 '스폰서 검사' 혹은 '그랜저 검사' 때도 여론이 들끓긴 했지만 제대로 된 처벌 없이 유야무야 되었다.
두 번째는 현직 검사의 사표다.
검사가 사표 내는 것이 뭐 큰 뉴스일까 싶지만 그가 밝힌 사표의 이유가 뉴스 가치를 지녔다. 대구지검의 백혜련 검사는 검찰 내부전산망에 '이제는 떠나렵니다'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이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며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년간 검찰이 보여준 정권에 대한 굴종적 행태에 지긋지긋해 하던 민심이 검사 스스로 고해성사하고 사임하는 모습에서 신선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거기에 비슷한 시기에 뉴스화 된 '벤츠 검사'와 대비 되면서 뉴스가치로도 충분히 있어 다수 언론에 크게 보도 되었다.
그런데 이 두 검사의 소식을 전하는 언론의 태도를 보자니 한숨이 먼저 나온다. 각 언론사별로 기사 제목을 어떻게 뽑았는지 먼저 보자.
'벤츠 女검사' 변호사 통해 인사청탁 의혹 - <연합뉴스>
'벤츠 여검사'가 내연관계 변호사에게 보낸 문자 보니- <조선일보>
檢 '벤츠 女검사' 알고도 4개월간 조사 안해 – <동아일보>
변호사와 내통하고 사표 낸 여검사 – <중앙일보>
변호사와 부적절한 관계 '벤츠 여검사' 수사나서 – <한겨레신문>
내연 변호사에 "샤넬 백 사달라" 여검사 수사 착수 - <한국일보>
이번엔 '벤츠 女검사, 의혹에 사표 - <경향신문>
대부분의 신문이 '벤츠 여검사' 혹은 '여검사'를 제목으로 뽑았다. 전체 검사 중에서 여자 검사는 이미 20%를 넘었고, 2008년 이후에는 신임 검사 임용자 중 여자의 비율이 남자를 앞서고 있다.
그런데 남자 검사가 연루되었던 '스폰서 검사'건이나 '그랜저 검사'건에서는 그냥 '검사'이던 제목을 여자 검사가 연루되기만 하면 굳이 '여검사'로 바꿔 써야 하는 이유는 뭔가? 아직도 기자들은 세상이 남자 중심으로만 돌아간다고 믿는 것인가?
'검사가 부끄럽다'며 사표를 낸 백혜련 검사와 관련된 기사 제목에도 역시 '여검사'가 찍혀 있다. 여기에는 진보도 보수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검사가 부끄럽다" 사표낸 女검사 – <조선일보>
"검찰, 정치 중립 못 지켜" 현직 여검사 전격 사표 – <경향신문>
현직 여검사 사직서 "검사라는 사실 부끄러워" - <한겨레>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이 여자 검사는 무조건 '여검사'이고 남자 검사는 그냥 '검사'다. 비근한 예로, FTA 관련 비판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최은배 판사와 관련된 기사 제목 두 개만 보자.
"FTA추진 대통령, 뼛속까지 親美" 현직 부장판사 페이스북 글 논란 – <조선일보>
'FTA 비판' 부장판사 "페북 글 갖고 사설? 그만큼 다급" – <한겨레신문>
당연하다는 듯 그냥 '부장판사'다.
'벤츠 검사' 관련하여 제목이나 기사 내용에 '여검사'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경향신문>은 "'벤츠 검사' 덮기 의혹"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아래와 같이 해당 검사를 표기했다.
"28일 검찰 측 얘기를 종합하면 수도권의 검찰청에 근무하던 ㄱ검사(36·여)는 지난 18일 사표를 제출했다."
제목은 '벤츠 여검사'에서 '벤츠 검사'로 중성화 시켰고, 기사 내용에서 'ㄱ검사(36·여)'로 표기해서 성별을 나타냈다. 물론 다른 기사에도 남녀 성에 상관없이 같은 방법으로 표시한다는 전재 하에 이 같은 방법이 가장 무난할 것이다.
제목에 굳이 '여'자를 붙이는 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혹은 관례적으로 그렇게 해 왔다는 핑계는 대지 말자. 선정적으로 제목을 뽑아 보다 많은 조회수를 유도하려는 얕은 수 라는 걸 알지만, 제대로 된 언론이 취해야 할 태도는 아니다. 언론이 바뀌어야 독자들도 바뀐다. 기사로 제목으로 드러나는 여성차별의식, 이제 버릴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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