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에 있는 한 학교 교장선생님의 성차별성 발언에 대해 시민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
권혁이
최근 우리 사회가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자아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온갖 차별을 철폐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또 민주와 평등 그리고 인권 부문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향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성희롱 사건이나 성차별 사안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룩하기 위해서 정부와 사회구성원들의 부단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함을 방증하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 1.2명 안팎의 세계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며 이것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100년 후 한국의 인구는 2500∼30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감소하는 인구 탓에 여러가지 사회문화적 문제들은 유럽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으며, 노동력의 감소와 이로 인한 국가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가의 장기적인 출산장려정책이 필요하지만,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정책과 이를 둘러싼 문화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학교 현장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는데 하지만 현실에선 출산과 육아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관행과 심지어는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은근히 불이익을 주는 학교장들의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출산과 육아는 미래 구성원과 사회적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문제로 국가 존립의 문제이며, 우리 미래의 문제이기에 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모성보호 정책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장된 휴직이며, 미래 구성원의 재생산을 위한 사회적 책무를 개인이 떠안아 수행하는 것으로 보고 근속기간에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 교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적지 않은 부담을 받게 된다. 실제로 여성교원들은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하여 성과급 지급이나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기도 하여 학교현장에서의 양성평등 역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난 7월 부천시청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모학교 교장선생님은 부천 교육이 낙후된 원인중의 하나로 여교사의 비율이 높은 점을 지적하며 발제하였다. 그 교장선생님은 발제문에서 "여교사의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하여 높고, 가임연령의 교사가 많아 상대적으로 기간제 비율이 높은 것"이 부천 교육이 낙후된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하였다.
현재 교육계에 여교사의 비율이 높은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며 따라서 이것이 특별히 부천 교육을 낙후시키는 원인이라 볼 수 없다. 더구나 여성교원의 비율이 높아서 교육이 낙후된다는 통계나 연구결과도 있을리가 없으며, 마찬가지로 기간제교사의 비율이 높아서 교육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발제문에서 본인도 인정하고 있듯이 대단히 주관적인 판단이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훌륭하고 열정적인 기간제선생님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연계성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정부와 교육청에서 제도적으로 해결할 일이지 가임 연령 운운하며 여성교원의 이름을 들먹일 문제는 아닌 것이다.
현재 부천의 전철역들 앞에서는 이런 발언에 대해 해당 교장선생님이 사과하고 책임지라는 시민대상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 학교 앞에서 같은 내용의 피케팅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교장선생님은 피케팅을 한 교육관련 단체 회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이다.
시민정책토론회와 같은 공적인 장소에서 성차별 발언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교장선생님이 자신의 학교에서 여성 교원들을 어떻게 대우할지 무척이나 걱정된다. 학교현장에서 학생과 교사들에게 양성평등 의식을 고취시킬 의무가 있는 학교장이 오히려 여성을 비하하고 성차별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교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비단 한 분의 교장선생님만의 문제는 아닌것 같다. 교육청에서 학교장들에 대한 양성평등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권혁이 기자는 부천에 있는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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