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앞에서 대학생 연합 학술동아리'자본주의 연구회'와 교수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자본주의연구회 이적규정 조작음모 분쇄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우성
2011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이 부끄럽고 서글프다. 책을 읽는 것이 범죄가 되는 나라, IT강국에서 인터넷으로 검색어만 집어넣으면 그 정보가 주르륵 뜨는데 그 정보가 국가기밀이라고 간첩의 낙인을 찍는 나라, 생후 19개월 된 딸에게서 특별한 사정도 없이 어머니를 뺏어가는 나라. 이것뿐이 아니다. 2011년 국가보안법 황당사례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소위 '왕재산 사건'은 그 사안의 마디마디, 굽이굽이마다 황당한 사례가 빼곡하다. 국정원은 5명 내지 10명이 인천의 방송국과 공공기관을 접수할 수 있다든지, 5명이 진보정당 통합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든지 하는 고전적인 초식 외에 이를 넘어서는 초절정 초식을 선보였다.
단식중인 피의자에게 피자 냄새를 풍기면서 진술을 강요한 것은 정말이지 국정원의 수준을 그간 과소평가했다는 반성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여기에다 툭하면 터지는 탈북자 간첩사건은 국정원이 탈북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소식과 함께 무언가 향기롭지 않은 냄새를 진하게 풍긴다.
이런 일들은 도대체 왜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상식있는 건전한 시민이라면 부끄럽고 서글퍼할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까닭이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칼을 휘두르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 때문이다. 2007년 39건의 국가보안법 입건자 수는 2008년 40건, 2009년 70건을 기록하더니 2010년에는 151건을 기록했다.
역대 검찰총장 중 취임사에서 '종북좌파 척결'을 외친 사람은 지금 검찰총장을 하는 사람이 처음이란다. 이러니 공산당선언도 이적표현물이요, 인터넷에 검색되는 정보도 국가기밀이 되는 거다. 그러고도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국격과 공정사회를 말씀하신다. 이 분이 국어(미국어가 아니라 한국어!)시간에 심하게 존 것이 아닌가 싶다.
#4그럼 이명박 정부는 무엇 때문에 이런 창피한 일들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 마구 벌이는 것일까? 그건 이 정부가 북한에 대하여 보이고 있는 행태들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국가보안법이 북한을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반국가단체로 상정하고 운용되는 법인 것이야 누구나 안다. 북한과 평화공존 하고자 한다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적용을 억제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그랬다.
그런데 이 정부는 임기초반부터 북한을 거의 거렁뱅이, 깡패 취급했다. 식량지원 끊겠다고 협박하면 굴종하리라는 기대가 오판으로 판명나자 이제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면서 대북무시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을 자극하는 일만은 잊지 않았다. 그러다가 천안함, 연평도 사건으로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파산을 선고받았다. 그 와중에 천안함 사건에 관하여 사과를 구걸하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대결 적대시 정책은 필연적으로 국가보안법의 남용을 초래하게 되어 있었다. 매년 사건 수의 폭발적 증가세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임기초반의 국가보안법 양상은 그 적용에 조심이라도 한 흔적이 보이는데, 2011년에는 아예 안면몰수, 후안무치이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공산당 선언도 이적표현물, 자본론도 이적표현물, 인터넷 검색 정보도 국가기밀이라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이제 단순한 민족통일의 과제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마저도 위협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5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이성적 측면이 요구하는 본연의 욕구다. 한편, 사람이 피붙이에 대해 갖는 애틋해 하고 사랑해 하는 감정은 인간의 감성적 측면에서의 본능적 욕구다. 국격을 갖춘 제대로 된 국가라면, 인간이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그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 또한 부모와 자식을 갈라 놓는 일은 국격을 운운할 것도 없이 대단히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때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문명국가가 별건가?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는 국가가 문명국가 아닌가?
우리 헌법 제10조가 명언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말은 쉽게 말해 국가는 국민에게 사람대접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2011년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국가보안법도 그 원인 중의 하나다.
자! 어쩔 것인가? 국가보안법과의 이 괴롭고 힘든 동거를 계속하면서 민주주의 훼손과 남북 간의 대결적 모습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볼 것인가? 답은 자명하다. 국가보안법이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에 역행하는 악법임에 공감한다면 이제 폐지의 한길에서 만나는 일만 남았다. 그 한길에서 만나 다음과 같이 외쳐보자. NO! 국가보안법, STOP! 국가보안법!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이광철 변호사는 법무법인 창신 소속 변호사이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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