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는 '아낌 없이 주는 나무'

사진이 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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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아(gracenuri)등록 2011.12.01 09:34
12월은 특별한 달이다. 12월이 지나면 또 다른 한 해가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지막 남은 한 달이 채 가기 전에 잊고 지내던 지인들과 연락하기도 하고, 카드를 보내기도 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짬을 내기도 한다.

미국에서 12월은 아주 특별한 달이다. 서양 문명을 떠받치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날이 이 달에 있기 때문이다.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 기념하는 추수감사절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니 끝나기도 전부터 사람들은 다가올 크리스마스 준비에 여념이 없다. 성큼 추워진 날씨가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거리마다, 사무실마다, 집집마다 형형색색으로 장식된 아름드리 나무들이 이 계절을 환하게 밝혀주기 때문인가 보다.

12월로 가는 길목에서 나는 두 그루의 조금 다른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았다. 하나는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또 하나는 한국어 강의 차 들르는 어느 미국 회사에서.

멀리서 보면 그냥 크리스마스 트리인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어려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한 목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미국 회사에서는 직원들로 하여금 트리 옆에 비치된 종이에 기부자 이름과 선물하고 싶은 아이 이름을 적도록 했는데, 그렇게 해서 기증 받은 물건들이 그 회사를 방문할 때마다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었다.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선물 내용이 적힌 별 하나를 따 갈 수 있게 하고 그 대신 물품을 기증하게 하고 있었다. 몇 주 만에 학교를 다시 방문해 보니 제법 많은 별들이 사라진 듯 보였다. 장식용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낌 없이 주는 나무'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일 년 중 가장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는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때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선물 사재기에 정신이 팔리는 것도 이 때다. '블랙 프라이데이'라 불리는 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크리스마스가 끝날 때까지 근 한 달 동안 미국의 가게들은 일 년 동안 소화해야 할 물량의 거의 절반을 팔아 치운다.

사람들이 지갑을 작정하고 열어대는 이 계절에 '아낌 없이 주는 나무'가 좀더 많아지면 좋겠다. 내 나라 한국에서도 '아낌 없이 주는 나무'가 자라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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