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가족 천개의 표정> 표지 사진
너머북스
조선시대에도 제사가 부부 사이를 갈라놓을 만큼 곤욕스러운 집안 행사였을까요? 아닙니다. 예전에는 제사권을 차지하기 위해 송사까지 벌였을 만큼 제사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습니다.
출가외인이니 뭐니 하는 사람들에겐 놀랄 만한 이야기 일지 모르지만 조선조 초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친정제사를 지내는 일이 적지 않았음을 볼 수 있습니다.
17세기까지도 조선에서 딸이 친정 부모의 제사를 지내는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이 시기까지 조선은 남귀여가혼의 영향 속에 살았다. 혼인해서 남자가 여자 집에 오래 거주하는 형태였기에, 딸과 사위가 제사에서 일정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중략- 이런 상황이라면 조선 시대 여자들의 제사에 대한 느낌은 오늘날 여성들의 그것과 크게 달랐을 것이다. 친정어머니 제사를 지내면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을 것 같다. 현재 여자들이 명절 제사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몸이 고단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주인이다'라는 생각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자 집안 제사를 위해 일만한다는 생각이 여자들을 힘들게 한다. 그런데 내가 내 집 제사를 지낸다면 얘기는 다르다. 또 제사가 온전히 어느 한 집 차지가 아니라는 것도 부담감을 적게 한다. 17세기 이전 조선의 여성들은 제사를 그다지 피곤하게 느끼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가족 천개의 표정 72쪽-
제사를 지낼 때 술을 세 번 올리는 삼헌이라는 게 있습니다. 처음 올리는 것을 초헌, 두 번째 올리는 것을 아헌,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올리는 술을 종헌이라고 합니다. 술을 올리는 사람들을 헌관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가정에서 헌관들은 주로 남자입니다.
하지만 전통제례와 관련한 책들을 보면 두 번째로 잔을 올리는 아헌관은 제주의 아내인 주부로 되어 있습니다. 얼치기 양반집이라면 어찌 감히 아녀자가 제상에 술잔을 올리느냐며 펄쩍 뛸지 모르지만 이것이 전통 예법입니다.
주부가 아헌관이 돼 술잔을 올리는 것은 책에만 나오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술잔만 올리는 게 아니라 친정집 제사를 주관하기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나를 낳아준 부모의 제사를 지내는 일이니 의무적으로 지내야 하는 시댁 제사와는 의미도 마음가짐도 달랐을 겁니다.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는 명절증후군 해소법으로 친정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생의 정년은 50, 애기 기생 머리 올리는 값은 집 한 채 값 해서는 안 될 사랑을 하는 양반,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선 간통, 마누라의 바가지에 시달리는 양반의 고뇌, 앳된 기생의 머리를 올려주는 이야기 등 실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천 개의 표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가 남성 위주로 편재된 후 여자들은 사랑에 목을 매왔다. 남자들이 권력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데 반해 여자들은 사랑을 통해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질투란 사랑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여자들의 생존 전략이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질투만이 아니라 부덕도 사랑을 확보하려는 노력이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조선에서는 대개 투기보다는 부덕으로 사랑을 유지하는 게 더 일반적이었을 테니까. -조선의 가족 천개의 표정 86쪽-기생의 정년은 50이었음도 읽을 수 있고, 기생이 된 앳된 처녀를 처음으로 차지하게 되는 값이 집 한 채 값 정도였음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일기장에 담긴 은밀한 사연과 실록에 담긴 내용을 읽다보면 어느새 천 개의 표정에 빠져듭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사연, 가슴이 절절 끓게 하는 사연,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는 사연,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사연 등 조선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은 어떤 사연을 갖고 살았을까 궁금하세요? <조선의 가족 천개의 표정>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조선의 가족 천개의 표정>|지은이 이순구 | 펴낸곳 너머부스 | 2011.11.18 | 15,000원
조선의 가족, 천 개의 표정 - 이순구의 역사 에세이
이순구 지음,
너머북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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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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