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둥이만 아프게 하는 너, 매력 없다!

[두 바퀴에 싣고 온 이야기보따리 110] 구미보에서 상주보까지 새로 난 낙동강 자전거길

등록 2011.12.07 18:13수정 2011.12.0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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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자전거 길 우리가 자주 다니던 길목에 낙동강 자전거 길이 새로 깔렸어요. 자전거 타는 이들한테는 매우 소중하고 반가운 소식인데, 그 길을 손수 달려보니... 글쎄요. ⓒ 손현희


"우와! 여기 어느새 자전거 길을 다 놨네?"
"오호, 그러게 오늘 이 길로 가보자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우리 눈으로 확인해야지."
"꽤 잘 만들었다. 진짜 우리 내년 여름휴가 때는 구미서부터 낙동강 따라 자전거 길 타고 한 번 가봐야겠다."
"맞다. 내년쯤엔 어지간하면 길이 다 놔지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진짜 며칠 날 잡아서 한 번 가보면 좋겠다."
"좋다, 내년 여름휴가는 4대강 자전거 길 탐방이다. 하하하!!!"

드디어 자전거 길이 새로 났다. 달려보자!


주말(11월 26~27일)에 모처럼 이틀 동안 쉴 수 있는 날이라서 경북 상주시 시골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보려고 길을 떠났어요. 보통 때는 선산 무을을 지나서 상주로 들어가는 길로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도개면을 거쳐 상주 낙동면으로 지나가는 코스를 잡았답니다. 숭선대교를 지나 해평면에 들어서는데, 지난날 한창 공사 중이었던 길이 말끔하게 새로 깔려있었어요. 바로 낙동강을 따라 난 자전거 길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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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자전거 길 새로 깔아놓은 자전거 길이 아스팔트로 되어있네요. 지금이야 잘 모르겠지만, 한여름 땡볕에 이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면, 하이고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네요.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어찌 다 받아낼까? ⓒ 손현희


몇 해 동안 터만 닦아놓고 늘 자갈길인 채로 있던 곳이 새롭게 바뀐 걸 보니, 무척 기분이 좋더군요. [낙동강 자전거도로]를 알리는 알림판이 서 있고, 그 길을 따라 아스팔트가 쫙 깔려있었어요. 빛깔을 보니, 길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이네요. 자전거 길이 새로 난 건 좋았는데 하필이면 아스팔트로 깔았는지는 좀 이해가 안 되었지만, 위험한 찻길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자전거 길이니 반갑고 고맙기까지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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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자전거 도로 구미시 해평면 도리사 들머리에 이렇듯 [낙동강 자전거 도로]를 알리는 알림판이 서 있어요. 드문드문 길과 길이 이어지는 곳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알림판을 세웠더군요. ⓒ 손현희

낙동강 안쪽에는 아직도 드문드문 공사를 하고 있는 굴착기나 덤프트럭이 많이 보이기는 했지만, 이젠 그동안 말 많고 탈 많았던 4대강 공사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듯합니다. 강을 따라 곧게 뻗어있는 자전거 길을 달리다보니, 우리처럼 자전거를 타고 나온 이들도 더러 눈에 띕니다.

지난날 같으면, 온종일 달려도 잘 볼 수 없는 풍경이었지요. 몇 사람한테 길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해평면 일선교까지는 공사가 다 되었다고 하네요. 이 사람들은 벌써 이곳에 자전거 길이 새로 난 것을 알고 몇 차례 타 본 이들이더군요.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라면, 찻길이 아닌 자전거만 따로 갈 수 있는 이런 길이 무척 반가울 테니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와보고 싶은 곳이었을 거예요.

"어라! 쭉 뻗은 아스팔트 자전거 길, 이거 보통일이 아니네?"


"아이고 궁디야! 이거 원 평지만 냅다 달리려니까 힘드네."
"어, 자기도 그래? 나도 그런데."
"아까 처음에는 좋았는데, 암만 달려도 끝없이 곧게 뻗은 길만 달리려니까 영 죽겠네. 자전거 길이 이래서 어디 낙동강 칠백리 갈 수 있겠나?"
"하하하! 왜? 자기 아까 내년 여름휴가 때 자전거 길 한 번 달려보자매?"
"아이고 그거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차라면 몰라도 자전거는 이런 길 매력 없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진 길만 보고 가야하고, 어째 길을 이리도 곧게만 놨냐? 그래도 자전거 길은 웬만큼은 구불구불 하기도 하고 오르락내리락 해야지, 당최 쭉 곧은길만 가려니까 죽어라고 밟아야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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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풍경을 보며 달리는 자전거 지난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이런 풍경을 쉽게 만납니다. 한적한 길과 어우러진 시골마을 풍경을 보면서 달리면 매우 기분이 좋지요. ⓒ 손현희


그랬어요. 자전거 길은 찻길과 달라서 오로지 사람이 밟는 대로 굴러가는 것인데, 쭉 뻗은 길이 여간 힘든 게 아니네요. 그것도 눈에 보이는 풍경이라고는 낙동강만 보고 달려야하니 영 심심하고 재미없네요. 게다가 지금이야 겨울이니까 덜하지만, 한여름 땡볕에 이 길을 달리라고 하면, 참으로 힘들 것 같았어요.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견디며 죽어라고 페달만 밟아야 하니 고생이 눈앞에 훤히 보이는 듯합니다. 곧은 길,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한 10km 남짓 쭉 가자니 엉덩이도 아프고 재미도 없고 견디기가 힘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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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보 얼마 앞서 아직 공사도 덜 끝난 구미보에서 축하행사를 한다고 거창하고 떠들석하게 하더니,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요. 그런데 오늘 이곳을 지나가며 보니,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더군요. 게다가 구미보 뿐 아니라 상주보, 함안창녕보까지 물이 샌다는 기사도 올라왔던데... 그야말로 말 많고 탈 많은 보 현장입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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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보 꼭대기 구미보 꼭대기에는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저 높은 꼭대기에서 몇 사람이 올라가서 한창 일을 하고 있네요. 무언가 까만 덮개를 벗겨내는 듯한데... ⓒ 손현희


구미보에서 상주보까지 달려보자!

구미 숭선대교에서 해평면 일선교까지 거리가 11km 쯤 되는 길이 한결 같이 이런 길이었답니다. 일선교에서는 다시 지방 국도로 나와서 얼마쯤 가다가 또다시 이어지는 자전거 길로 들어섭니다. 저 앞, 강 한복판에 뭔가 새롭게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바로 '구미보'였어요. 얼마 앞서 공사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앞 다투어 축하행사부터 거창하게 열었다가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그 말 많았던 '구미보'가 보이네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아직도 보 꼭대기에서는 한창 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이날 나들이를 다녀온 뒤, 기사를 보고 알았는데, 구미보 뿐 아니라, 상주보, 함안창녕보까지 온통 물이 새서 난리라는 기사가 떴더군요. 나라에서 하는 큰일인데, 어찌 저렇듯 꼼꼼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어이가 없더군요.

또다시 낙동강을 따라 새로 난 자전거 길, 너무나 곧게 뻗은 길 때문에 좋았던 기분은 오간데 없고 차츰 우리나라 강줄기를 따라 만든 모든 자전거 길이 이런 길이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더군요. 구미보를 지나서 상주시 낙동면, 그러니까 낙단보까지 가는 길이 또 14km쯤 되는데, 어김없이 똑같은 길이더군요.

어느새 25km를 달려왔는데, 너무나 밋밋하고 쭉 뻗은 길, 게다가 아스팔트로 깔아서 벌써부터 한여름 걱정이 되는 자전거 길, 아직은 아무런 볼거리도 없고, 그저 시커먼 길만 보고 달려야하는 일이 여간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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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이들 지난날보다 확실히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이 여자 두 분은 해평에서부터 우리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함께 낙동강 자전거 길을 따라 왔지요. 구미보 곁을 지나가고 있네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오르막이라고는 이곳 딱 한 군데 뿐이더군요. 구미 숭선대교에서 상주 낙동까지 이어지는 25km 남짓 되는 자전거 길은 오로지 곧게 쭉 뻗어만 있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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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이들을 만나다 일선교를 지나서 지방국도로 나갔다가 다시 낙동까지 이어지는 자전거 길로 들어서니, 저 앞에 구미시 선산에서 왔다는 이들을 만납니다. 이들도 새로 깔린 자전거 길을 구경삼아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고 하네요. 어쨌거나 이 길 덕분에 자전거 타는 이들을 드문드문 만날 수 있다는 게 반갑네요. 지난날에는 우리 부부가 이 길을 수없이 다녔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풍경이랍니다. ⓒ 손현희


곧게 쭉 뻗은 잔찻길, 이건 아닌데….

지난날 같으면, 한적한 지방 국도를 따라서 정겹고 살가움이 묻어나는 시골마을을 보며 사진도 찍으면서 달리니 그 재미가 퍽이나 남달랐는데, 똑같은 길, 똑같은 풍경이 몹시 지치게 하더군요(우리가 자주 다녔던 이 둘레 길, 지방 국도에는 새로 난 길이 많아서 자전거를 타고도 무척 한가롭게 구경하며 다닐 수 있었답니다).

낙단교를 지나서 상주시로 들어와서는 다시 이어진 자전거 길을 만납니다. 바로 상주보까지 이어진 길이에요. 옛 '강창나루터'에서 시작해 난 이 길도 구미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길이더군요. 예전과 달라졌다면, 드문드문 자전거 타는 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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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상주시로 들어와서 옛 강창나루터가 있는 곳까지 오면 다시 자전거 길을 만납니다. 거기서부터 이곳 상주보까지 구미와 똑같은 자전거 길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아스팔트로 깔린 곧게 쭉 뻗은 길이지요. 이곳이 상주보라는 걸 이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네요. 벽면에다가 자전거 문양을 넣었어요. 역시 자전거의 고장, 상주입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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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이곳 상주보는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곳이랍니다. 아마도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된 듯한데, 이곳에서 경기도 여주에서 왔다는 자전거 동호인들도 만났어요. 상주는 확실히 자전거 도시가 맞나봅니다. 구미보다는 자전거 타는 이들이 훨씬 많았어요. 그러나, 이곳 역시 아직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라네요. ⓒ 손현희


우리가 오늘 손수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자전거 길을 달려보니,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답니다. 낙동강 자전거 길 공사가 모두 마무리 되면, 어떤 모습으로 또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그 먼 길을 가는 내내 이런 길이라면, 참으로 한심하단 생각이 앞섭니다.

차타는 이들이야 곧게 뻗은 길, 아스팔트로 잘 놓은 길을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전거는 영 아니랍니다. 이 길을 다녀와서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처럼 자전거를 타는 이들 가운데에 많은 이들이 이런 것들을 지적하더군요. 우리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그 거리가 하루에 거의 120km 쯤 된답니다. 그런데, 오늘 다녀본 이런 길로만 가야하면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곧게 뻗은 길이 시간을 줄일지는 몰라도 참말로 매력은 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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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난 다리 상주보 곁에는 새롭게 난 다리가 있더군요. 지난날 경천대에 갔을 땐 이 다리가 없었는데, 상주보를 만들면서 이 다리를 새로 놓았더군요. 모양이 꽤 멋스럽습니다. ⓒ 손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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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서원 상주보를 지나가는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니, 뜻밖에 큰 옛집을 만납니다. 바로 도남서원이랍니다. 그 규모가 매우 크고 전각들이 무척 많더군요. 생각도 못했는데, 옛 문화재를 만나니 무척 반갑더군요. ⓒ 손현희


강줄기를 따라 온 나라에 자전거 길을 놓겠다고 부지런히 공사를 하고 자랑삼아 내놓기도 하겠지만, 진정으로 자전거 타는 이들의 처지에서 한 번쯤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면, 길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자전거 길도 둘레 자연과 풍경을 헤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드네요.            
#4대강 자전거 길 #낙동강 자전거도로 #자전거도로 #구미보 #상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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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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