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양복에 넥타이를 맨 말쑥한 차림으로 사무실에 나타나자 인호가 깜짝 놀랐다. 사실 날 포기하고 있었다고 했다. 3일 정도 교육을 받으면 대부분 다단계(피라미드)에 푹 빠지거나 아니면 긍정적인 생각이라도 갖고 떠난다고 한다. 하지만 난 3일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포기 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난 짧지만 화려했던 피라미드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우선 300만 원 짜리 자석요를 한 채 사야 했다. 일단 한 채를 사야 영업권이 생겼다. 자취방에 갖다놓았지만 아까워서 도저히 내가 덮을 수는 없었다. 궁리 끝에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게 갖다 드렸다. 내막을 모르는 부모님은 아들이 취직해서 번 돈으로 비싼 건강 이불을 사왔다며 동네방네 자랑을 했다. 그 다음엔 차가 필요 했다. 그것도 아주 번쩍 거리는 차가. 사람 장사를 하려면 자신을 우선 그럴듯하게 꾸며야 한다는 게 피라미드 세계의 불문율이었다. 방법이 있었다. 중고 시장에는 덜덜 거리지만 겉은 멀쩡한 아주 싼 고급 승용차가 즐비 했다. 그해 가을쯤 내 모습은 강남에서 오렌지족을 해도 될 정도로 반들반들 거렸다. 지갑은 항상 두둑 했다. 두둑한 지갑을 포섭 하려는 사람에게 표시나지 않게 보여 주는 것도 기술이었다. 일부러 바닥에 떨어뜨린 다음 주우면서 슬쩍 보여주는 방법도 있고 식당이나 술집에서 계산을 하면서 은근히 보여주는 방법도 있었다. 가끔은 비싼 식당에 가서 밥을 사는 것도 중요한 포섭 작전이다. 최대한 있어 보이기 위해 고급 식당 주인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가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단골집부터 잡아 놓아야 했다. 교육 마지막 날 강사가 우리를 데리고 갔던 그런 고급 식당을. 어느 정도 터득하고 나서 생각 해 보니 그동안 나를 교육시킨 강사들이 내게 써 먹었던 방법이었다. 이때서야 3일간의 교육 기간 중에 일어났던 일이 모두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고도의 심리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00만 원 짜리 자석요를 판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단 4채를 팔아야 에이전트가 돼서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난 두 달이 다 지나도록 한 채도 팔지 못했다. 우선 시골에 계신 어머니 명의를 빌린 다음 내 주머니돈을 털어서 한 채를 구입했다. 그 다음엔 형을 꼬드겨서 한 채를 사게 했다. 형은 전자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지금 시작하면 '황금어장'에 그물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하자 별다른 의심 없이 자석요를 샀다. 형은 굳이 권하지 않았는데도 휴일날 찾아와서 교육을 받았다. 그 후,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다단계 사업을 시작하려 했다. 일단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확실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그 다음 구매자는 어린 시절 옆집에 살던 배꼽 친구 상구였다. 홀어머니 밑에서 고생고생 하면서 자랐고 당시엔 그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집이 가난해서 중학교만 마치고 서울로 상경, 판금 기술을 배워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일찍 결혼해서 두 살 배기 딸을 두고 있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함께 만나자고 했다. 이미 난 다단계 사업(피라미드) 강사로 나서도 될 만큼 완벽한 이론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자석요를 개발한 야마구치 다께요시란 사람 족보부터 자석요를 개발하게 된 이유까지 완벽하게 외우고 있었다. 또 다단계 사업이 황금어장 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재미있게 설명 할 수 있었다. 내 설명을 다 듣고 난 어머니는 "내 아들 상구는 믿지 못하지만 상범이 널 믿고 돈을 준다" 며 그 자리에서 3백만 원 이라는 큰 돈을 선뜻 내밀었다. 상구는 그 후, 회사에 휴가를 내고 3일간 교육을 받았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에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본격적으로 다단계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부업으로 하라고 충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막무가내였다. 깨끗한 양복을 며칠 입어본 상구는 기름때 범벅인 판금공장으로 되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소설 덧붙이는 글 소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하얀여우 추천1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이민선 (doule10) 내방 구독하기 궁금한 게 많아 '기자' 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의혹 지적하자, 공무원에 "다 나와"... 회의장 이탈한 하은호 군포시장 구독하기 연재 연재소설 '하얀 여우' 다음글9화"그만, 여기선 더이상...우리 자리 옮겨" 현재글8화"내 아들은 못 믿지만 상구 널 믿는다" 이전글7화그녀의 몸이 뱀처럼 내 몸을 감았다 풀 때마다... 추천 연재 신나는 인생 2막 이야기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김형남의 갑을,병정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이병한 선임기자의 이슈와 사람 검찰조사 받다 특종 건진 기자 "이건 조직범죄, 내가 다 찍었다"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고립되는 이스라엘... 이란의 치밀한 '약속대련'에 당했다 SNS 인기콘텐츠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윤석열 격노는 미화됐다" '방송사 중징계 남발' 제동 건 법원... 방통위 '소송 폭탄' 불가피 '박정희 동상 반대' 전국 시민단체 뭉쳤다... "홍준표 대권 놀음 멈춰야"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10년간 우리 멋졌다" 서울시내 메운 '세월호 시민들' 눈물과 미소 '울산의 강남'에서 패했지만... 전은수의 씩씩한 한 마디 "기후위기, 인공지능" 이상민 장관이 10주기 세월호 추모식서 한 말 AD AD AD 인기기사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내 아들은 못 믿지만 상구 널 믿는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10화화려한 조명...그녀는 더욱 화려해 지고 9화"그만, 여기선 더이상...우리 자리 옮겨" 8화"내 아들은 못 믿지만 상구 널 믿는다" 7화그녀의 몸이 뱀처럼 내 몸을 감았다 풀 때마다... 6화'억' 소리 나는 통장...살살 녹는 음식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사는이야기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