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동생이지만... '쪼금' 부담스럽습니다

[2011 올해의 뉴스게릴라②] '개념판사 3인방' 단독 인터뷰한 김용국 기자

등록 2011.12.29 08:16수정 2011.12.30 10:5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2011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강인규 김용국 윤근혁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2년 2월 17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 그리고 부상으로 아이패드를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2 2월22일상'과 '2011 특별상', '2011 올해의 기사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 드립니다. [편집자말]
a

김용국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권우성


지난 11월 한나라당의 한미FTA 강행 처리는 조용하던 사법부를 흔들었다.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FTA 비준안 국회 통과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정치편향'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와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다시 거들고 나섰다. 판사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주장, 한미FTA는 사법주권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선언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 '개념판사 3인방'을 차례대로 단독 심층 인터뷰하는 큰 특종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나왔다. 자칭 타칭 '법조 전문 시민기자'인 김용국 기자가 일을 냈다. 다른 언론사들이 판사들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게시글을 인용하여 피상적으로 취재를 하고 있을 때 그는 과감히 '정면 돌파'를 택했다. 판사들을 직접 만난 것이다.

결국 그는 이정렬, 최은배, 서기호 판사를 모두 단독 인터뷰한 유일한 기자가 되었다. 다른 언론에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 인터뷰 기사들은 여러 매체에서 인용보도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최은배 부장판사 인터뷰 : "나 같은 판사는 입 다물라? ...침묵이 비정상"
서기호 판사 인터뷰 : <조선>에 역공 날린 개념판사 "이젠 쫄지 않는다!"
이정렬 부장판사 인터뷰 : "<조선>이 나가란다고 나갈 사람으로 보이나"

기사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지난달 29일 인터뷰한 최 판사(@choieunbae)의 트위터 팔로어는 금세 3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팔로어 수가 2천여 명에 불과하던 서 판사(@gihos1)의 트위터에는 기사가 나간 직후 그야말로 폭풍이 몰아쳤다. 24시간 만에 2만 명을 넘어서 버렸다. 그는 서 판사의 인터뷰 기사 말미에 "팔로어가 2만 명이 넘으면 또 다른 개념판사와의 인터뷰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정렬 부장판사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성사되었다.

그는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올해의 뉴스게릴라'가 되었다. 수상소감으로 "법조 전문 시민기자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는 그는 올해 마지막으로 기사를 쓴다는 각오로 한 해를 보냈단다. 올해 그가 쓴 기사는 52개인데 모두 톱기사로 메인을 장식했고, 조회 수만 5백만 건에 육박한다.

"독자들의 욕망을 적당히 충족시키는, 포털 사이트에서나 환영받는 기사는 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기사 말고도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기사는 얼마든지 쓸 수 있잖아요. 저는 대중들이 법을 쉽고 만만하게 여길 수 있는 글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법원 공무원이라 판사 인터뷰 쉬워? 천만에!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위)와 서기호 북부지법 판사(아래) 인터뷰를 마치고 ⓒ 김용국


그의 좌우명대로 글쓰기로 '세상을 향한 발톱자국'을 아로새기길 기대한다. 다음은 지난 17일부터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3일 동안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에서 주는 상 중에서 잉걸기사 1천 개로 받는 '명예의숲 오름상'을 제외하곤 모두 받은 것으로 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는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소감은?
"당연한 결과 아니겠는가? 조금 배가 아프고 재수가 없어도 할 수 없다.(웃음) 이제야 법조 전문 시민기자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 연초에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은 기분이다. 그동안 너무 힘들고 외로웠다.(흑흑흑)

올해는 무척 바빴다. 본업(법원공무원)을 빼고는 취미활동이나 운동, 술자리도 거의 삼가고 글쓰는 일에만 몰두했다. 상반기엔 책(<생활법률 해법사전>)을 한 권 냈고, 여기저기 연재와 기고를 했다. 하지만 주된 공간은 역시 <오마이뉴스>였다. 나이 40을 넘어서니 체력이 달리기 시작해서,(웃음) 기사쓰기로 열정을 바치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한 해를 보냈다."

- '개념판사 3인방'을 단독 인터뷰한 유일한 기자가 되었다. 그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던 특별한 계기나 노하우가 있었나?
"최은배 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보고 <조선> 등 보수언론이 '편향판사'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법원 안팎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언론에도 정작 당사자의 얘기는 제대로 실리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인터뷰를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 판사를 어렵게 설득하여 얘기를 끌어냈는데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 기사가 나간 뒤 판사들로부터 법원 내 여론이 좋아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서기호 판사도 메일 등을 주고받다가 정식으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직접 만나보니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웃음)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니 보수언론의 부당한 공격에 꺾이지 않겠다는 각오는 대단했다. 인터뷰가 나간 뒤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오마이뉴스>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또 한 번 체험했다.

사실 이정렬 판사는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다. 이번이 두 번째 인터뷰다. 그는 어느 언론에서보다 솔직한 얘기를 털어놨다. 세 분 모두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하며 인터뷰에 응해 준 것에 감사한다."

- 법원공무원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다른 매체나 다른 기자들보다) 인터뷰를 따내기가 수월했던 것은 아닌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 논리대로라면 검찰 수사관은 검사 인터뷰가 쉬워야 하고, 청와대 직원은 대통령 인터뷰가 쉬워야 한다. 그런 인터뷰 본 적 있나?(웃음) 오히려 내가 법원직원이기 때문에 법원 내부사정을 기사화 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마음의 부담도 크다. 특히, (삐끗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으니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한다."

"시민기자, 대충 써도 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이정렬 부장판사와 인터뷰 중인 김용국 기자 ⓒ 권우성


- 올해 쓴 기사 중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면?
"<그는 왜 이명박 대통령 암살범으로 몰렸나>(2011. 10. 19.)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한 도박중독자를 대통령까지 암살하려 한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카지노 폐해를 고발하는 방법이 조금 과하기는 했으나 대통령살인 예비죄로 몰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재판과정과 판결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는데 실제 재판에서도 무죄가 나왔다.

<태극기 밟은 한명숙 '국기모독'? 법은 이렇다>(2011. 6. 19.) 기사도 기억에 남는다. 보수단체들이 한명숙 전 총리를 국기모독죄로 고발했는데 검찰이 사건을 정식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는데 무엇이 문제인지를 다루는 언론은 없었다. 그래서 법과 판례를 통해 죄가 되기 어렵다는 점을 조목조목 따져봤다."

- 1년간 직장 일과 도서출간, 강연, 기고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했다. 기사는 언제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다. 특별히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면?
"내가 온전히 기사를 쓸 수 있었던 시간은 저녁 6시부터 새벽까지다. 그래서 이틀에 한 번은 새벽까지 글을 썼다. 날을 샌 적도 몇 차례 있었다. 물론 출근은 정상적으로 했다.(웃음) 시민기자라고 해서 직업기자들에게 무시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기사를 대충 쓴 적은 한 번도 없다.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도와준 두 사람을 소개하고 싶다. 내 기사에 대놓고 잔소리를 늘어놓고, 항상 '디테일'을 강조해준 자칭 '무료자문변호사' 구민회, 늦은 밤 기사 때문에 하소연해도 묵묵히 받아준 법원 동료 서영국에게 고맙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일단 연재('아는 만큼 보이는 법')를 100회까지 채우겠다. 내년에는 더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책을 쓸 계획이다. 낮엔 일터인 법원에서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고 저녁엔 글과 책으로 소통하고 싶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법의 대중화'라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본다. 앞으론 형식을 파괴하는 기사,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소재와 방식으로 글쓰기를 해보련다. 직업기자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심층 기사, 심층 인터뷰도 해보고 싶다 10년, 20년이 지나도 법원에서 쫓겨나지 않고(웃음), 시민기자로서도 변함없이 활약하는 게 바람이다."

기록으로 보는 김용국 기자의 2011년
▲ 작성 기사 수 : 52개(전부 '으뜸' 이상 톱기사)
▲ 기사 조회 수 : 약 5백만 건(기사 1건당 평균 10만 건 정도, 포털 조회 수 제외)
▲ 최다 조회 기사 : "미안하다, 강호동...너무 과했다" (조회 수 92만)
▲ 수상내역
- 2005년 6월 이달의 새 뉴스게릴라
- 2005년 12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 2007년 2월22일상
- 2009년 5월 특별상
- 2009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 2010년 10월 명예의숲 으뜸상(톱기사 100개)
- 2011년 1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그는 현재 3번째 책을 집필 중이다. 이혼과 상속 등 가정문제와 관련된 법률 책이다. 그는 "<생활법률상식사전>과 <생활법률해법사전>도 많이들 사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왜냐고?

"<오마이뉴스> 원고료는 생각보다 적으니까.(웃음) 기자는 자부심과 보람으로 먹고살지만, 돈이 있으면 더 잘 먹고산다.(웃음) 이제는 이 '바닥'에 발을 들인 이상 글쓰기로 돈을 벌어서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동료 시민기자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시민기자는 아마추어 기자가 아니다. 대충 써도 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단지 우리는 직업이 따로 있을 뿐이다. 기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건 시민기자만의 장점이다. 누구나 자기 분야에선 전문가다. 전문성으로 승부를 건다면 누구나 직업기자를 넘어서는 내공을 쌓을 수 있다고 본다."

* 덧붙이는 글 : 고백하건대, 김용국 기자는 내 동생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다. 하지만 적어도 <오마이뉴스>에선 그가 나의 선배다. 나는 그에게서 글쓰기와 시민기자의 자세를 배우고 있다. 팔불출 같지만 이런 동생이 자랑스럽다.
#김용국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9,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존 언론들이 다루지 않는 독자적인 시각에서 누구나 공감하고 웃을수 있게 재미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사, 저에게 맡겨주세요~^^ '10만인클럽'으로 오마이뉴스를 응원해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