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놈만 패!" 이런 교사가 상을 받습니다

[2011 올해의 뉴스게릴라③] 특종상 단골 교육전문기자, 윤근혁 기자

등록 2011.12.29 08:20수정 2011.12.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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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1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강인규 김용국 윤근혁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2년 2월 17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 그리고 부상으로 아이패드를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2 2월22일상'과 '2011 특별상', '2011 올해의 기사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 드립니다. [편집자말]

'특종' 전문 윤근혁 기자 ⓒ 양성윤

그를 인터뷰하기로 한 지난 19일은 엄청 추웠다. 워낙에 바쁘기로 유명해서 약속 잡기도 어려워 사정하다시피 하여 겨우 약속을 잡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 그날은 서울시 의회에서 학생인권 조례를 처리하는 날이어서 약속한 시간이 되었는데도 나오지를 않는다.

"막 표결을 앞두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 지가 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나타났다. 그나마 학생인권조례가 원안대로 가결되었다는 소식을 기사로 마무리하고 왔다기에 찬 바람 맞으며 거리에 서 있었던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서울 신문로에 있는 서울교육청 근처의 허름한 식당에서 저녁 겸 안주 겸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골 수상자인데 이번이 몇 번째냐"는 첫 질문에 "너무 많이 받아서 셀 수가 없다"고 했다가 거만해 보인다는 핀잔을 듣자마자 곧바로 수정에 들어갔다. "처음 수상을 한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정확하게 기억할 수가 없다, 상을 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횟수를 세어보지도 않았다"라고 수정해달라고 생떼를 쓴다.

생긴 것만큼 우직한 '불곰' 기자

그는 자신을 '불곰', 그것도 '까칠한 불곰'이라고 소개한다. 우습게도 줄이면 "까불"이다. 약간 미련해 보이기도 하지만 뭔가 한 방이 있는 듯한 인상의 불곰이 자신의 이미지와 맞아서 이 닉네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래서 <오마이뉴스> 아이디도 'bulgom(불곰)'이란다.

교대 졸업하고 초등교사 하다가 교육기자 하고, 교육기자 하다가 초등교사 일을 하고…. 현재 그는 학교를 휴직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관지인 <교육희망> 파견기자로만 근무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오마이뉴스>에서만 '특종상' 15회, '올해의 뉴스게릴라' 2회를 비롯, '2008 특별상', '명예의숲 으뜸상', '2월22일상', '특별상', '이달의 뉴스게릴라' 등을 고루 수상했다.


"상을 이렇게 자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상 받을 자격은 있다고 생각한다.(하하) 눈에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써야 한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 기자가 되자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또 넉살이다. 상을 받게 된 것은 전화로, 페이스북으로 쓸 거리를 알려준 독자들 덕분이라는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는다.

오연호 대표를 존경해서 <오마이뉴스>에 들어왔고, 창간 한 달 뒤 쓴 첫 글로 원고료 1만 원을 받은 것으로 인연을 맺었다. 글을 쓰면 실어주는 시민기자 시스템이 좋아 기사를 쓰다 보니 반응도 바로 나오고, 원고료도 주고 해서 써온 것이 1000개를 넘어섰다. 그는 이 정도로 다작(多作) 기자이고, 으뜸과 오름 기사를 가장 많이 쓴 기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기사에는 '단독', '발굴'이라는 머리말을 달고 있는 것이 많다. 이른바 '특종' 전문기자이다. 그런데 이런 머리말을 편집부에서 붙이는 줄 알았더니 본인이 직접 붙인 거란다.

특종을 많이 하는 비결은 '헝그리 정신'이다. 교육기자 일을 20년 정도 막 열심히 하다 보니 교사, 학부모 등이 제보를 해 오는데, 이것이 특종의 원천들이란다. 많은 제보자를 가진 자기는 '부자 기자'인데, 몸동작이 느려 제때 기사화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오히려 독자들에게 죄송함을 표하는 겸손함까지 갖추었다. 이것도 넉살?

그는 교사인가, 기자인가? 애매~ 하네

특종 전문기자는 밥 먹다가도 전화질. 오늘쪽이 윤근혁 기자다. 이날이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 날인데 막 마감하고 내려왔는데도 연신 전화를 받고, 걸고 하고 있다. ⓒ 김행수


그는 어떤 선생님일까? 처음 발령을 받은 것이 1999년 3월이었는데, 아이들이 제일 먼저 붙여준 별명이 '뚱땡이'였다. 한 달 만에 '텔레토비'로, 또 얼마 못 가서 '보라돌이'로 바뀌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근육맨'이 되었는데, 겉보기에 근육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근육이 많아서라기보다 '배둘레'가 있는데다 이름이 '근혁'이니까 붙여진 거란다.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별명, 그것도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의 닉네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들이 친하다는 증거다. 그는 "학생들한테 친구 같은 교사이고 싶다. 서로 편하게 놀 수 있는 친구. 하지만 서로 의리도 있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줄 수 있는 친구"라고 말하는 교사상이 그의 별명에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다.

중2 때 KBS 박성범 앵커를 보고 기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그가 기자가 아니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단다. 우스꽝스럽게도 기자가 '폼 난다'는 생각에, 기자와 앵커도 구분 못하고 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지금은 박성범 앵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라서 그런 거냐는 물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묻지 않았다.

그에게 교육과 언론은 모두 중요하다.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 그리고 무척 힘이 세다는 점에서 교육과 언론은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교육언론일꾼'이란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두 분야의 경험이 서로 침투해서 다른 하나의 일을 할 때 커다란 밑바탕이 되고 있단다.

10년 뒤 '교육 점쟁이'를 꿈꾸는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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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 시상식'에서 '2008 특별상'을 받은 윤근혁 기자(왼쪽)가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대표 교육전문기자다. 교육기자로 볼 때 우리 교육계에는 이른바 '조질 만한 건'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란다. 좋은 예로 혁신학교 같은, 박수 받는 새로운 학교 모델과 진보 교육감과 같은 새로운 교육감 유형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만든 자율형사립고는 '쪽박 자사고'가 됐다는 것 역시 우리 교육에 희망이 있다는 증거란다.

어린 시절부터 기자를 꿈꾸었고, 현재는 교사이자 교육전문기자인 자신의 10년 뒤 모습에 대해 "늙으면 교육평론가가 되기 위해 젊은 지금은 교육평론을 거의 쓰지 않는다. 10년 뒤 교육현상을 해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유명한 '교육 점쟁이'가 되고 싶다"고 밝힌다.

현 교육전문기자가 미래 교육 점쟁이로서 처음으로 천기를 누설했다. 기자의 감각으로, 그것도 대한민국 대표 교육전문기자의 감각으로 볼 때 "곽 교육감은 여러 정황상 1, 2월에 교육청 복귀가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객관적 전망인지, 개인적 기대인지" 헷갈린다.

지금까지 받은 원고료와 상금 등은 모두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한다. '올해의 뉴스게릴라' 상은 부상으로 상금과 함께 상품을 주는데, 그 상품이 아이패드(iPad)란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지만, 팔아서 용돈으로 만들어 쓸 계획이란다.

"기사는 누구나 쓸 수 있다. 잘 쓰려고 하지 말자. 그냥 쓰다보면 는다. 잘못한 일 이상으로 억울해지는 사람 없도록 조절해가며 비판하라. 사실이 말하게 하라. 한 놈만 잡고 조져라. 객관성 있는 기사는 없지만 공정하려고 노력하라."

그의 기자관이자 언론관이란다. 모두 공감이 가지만 특히 "한 놈만 잡고 조져라"가 귀에 쏙 들어온다. 교육계에서 그의 펜에 잡혀 인생 망치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 교육은 좋아질 거라는 점에서 그에게 걸린 사람은 참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얄궂지만 다음엔 누가 그의 타깃이 될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것은 나뿐일까?

<대표기사 보기>
- "때리고, 속옷까지 내리고...죽고 싶었다"
- "곽노현과 후보사퇴 돈거래 약속 없었다, 대가성 일관되게 부인했는데 언론이 왜곡"
- 240만원짜리 '귀족수학여행', 학부모 울먹
#올해의뉴스게릴라 #윤근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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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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