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파괴 백화점, 롯데백화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일방계약해지 공작을 중단하고 직영하라."
"단 9일만에 10년을 근무한 노동자의 목을 자르는 초스피드 MB(이명박)식 노동조합 파괴 롯데는 창원을 떠나라."
"연간 영업이익 1조 돌파하면서 1년 10억 원도 안되는 인금이 아까워 노동자를 쫓아내는 롯데는 각성하라."
27일 오전,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백화점창원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상구) 조합원들이 추운 날씨 속에 거리로 나서 롯데백화점 창원점 옆 도로 건너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백화점비정규직지회는 27일 오전 롯데백화점 창원점 도로 건너편에서 "9일만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쫓는 롯데백화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백화점의 시설관리 위탁업체인 '제이엠피'에 소속된 노동자이자 롯데백화점창원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35명은 지난 22일 '제이엠피'로부터 '근로계약종료' 통보를 받았다. 당초 롯데백화점 창원점과 제이엠피는 올해 말까지 계약을 맺었으나, 제이엠피 측이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난 26일 계약을 포기했고, 백화점은 새 위탁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지회는 이번 '근로계약종료'를 노조 파괴 의도로 보고 있다. 이상구 노조 지회장은 "언젠가부터 민주노총을 탈퇴하지 않으면 해고 당한다는 말이 나돌았고, 연말에 크게 터질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지금까지 여러 번 교체된 롯데백화점의 위탁업체들('엠서비스' '도화개발' '애드큐' '제일휴먼' '세루' '제이엠피' '거림이엔지' 등)을 같은 사람이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업체 이름을 바꿔다며 노조 파괴 활동을 벌여왔다"고 주장했다.
이상구 노조 지회장은 "위탁업체의 주소가 같은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전화도 같이 쓰는 모양"이라며 "전화를 해보면 받는 사람이 다른 업체 이름을 대기도 했다, 업체 이름을 바꿔 고용승계를 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노조 탄압을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제이엠피 최원호 사장은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햇볕도 없고 공기도 없는 곳에서 일해왔는데..."
▲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백화점비정규직지회는 27일 오전 롯데백화점 창원점 도로 건너편에서 "9일만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쫓는 롯데백화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백화점비정규직지회는 27일 오전 롯데백화점 창원점 도로 건너편에서 "9일만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쫓는 롯데백화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이상구 지회장이 회견문을 낭독하는 모습. ⓒ 윤성효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강인석 민주노총일반노조 정책국장은 "지난해 10월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면서 "창원점에서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대전점과 비슷하다, 롯데는 전국 100여개 매장(백화점·마트)을 두고 있는데 창원점만 유일하게 민주노총 소속인데, 노조 파괴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 지회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는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해고했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의 시설관리를 맡았던 업체는 '엠서비스'였는데, 지난해 말 두달 가량 노사 갈등을 겪다가 노조가 와해되고 핵심간부들이 해고됐다.
롯데백화점창원비정규직지회는 이날 회견문을 통해 "롯데백화점 창원점 측에서는 연말에 좋은 선물을 주겠다고 하더니 돌이켜 보니 이게 선물이었다"면서 "지난 7월 복수노조 시행 뒤 2명을 유혹하여 어용노조를 만들고, 민주노총 탈퇴하고 한국노총으로 가면 살려주겠다는 협박과 회유를 일삼았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제이엠피는 지난 26일 본사와 계약을 포기하고 새 업체가 계약했다고 밝혔다, 그 포기는 포기가 아니라 노조 파괴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재명 민주노총 일반노동조합 위원장은 "추운 날씨에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쫓겼다, 롯데백화점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하 5층에서 햇볕도 없고 공기도 탁한 곳에서 길게는 10년간 일해 왔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자른다니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통합진보당 이종엽·석영철 경남도의원과 여월태·정영주·강영희·김석규․노창섭·문순규 창원시의원, 진보신당 '창원을' 국회의원선거 김창근 예비후보 등이 참석했다.
용역경비원과 몸싸움 벌이기도...부점장 "최대한 노력"
▲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백화점비정규직지회는 27일 오전 롯데백화점 창원점 도로 건너편에서 "9일만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쫓는 롯데백화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점장을 만나기 위해 이상구 지회장이 백화점 6층에 있는 사무실 문을 열었으나 잠궈 있어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 ⓒ 윤성효
▲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백화점비정규직지회는 27일 오전 롯데백화점 창원점 도로 건너편에서 "9일만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쫓는 롯데백화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점장 조합원들이 면담을 요구 백화점 건물 6층 사무실 앞에 모여 든 가운데, 용역경비원들이 와서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 윤성효
기자회견을 마친 도·시의원과 조합원들은 롯데백화점 창원점 점장 면담을 시도했다. 이들은 매장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6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백화점 측은 문을 잠가 놓았다. 곧이어 용역경비원들이 와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의 중재로 지하 2층 시설팀 사무실에서 면담이 이루어졌다. 이종엽 경남도의원과 강영희·노창섭·김석규 창원시의원, 강인석 정책국장, 이상구 지회장은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백화점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당초 점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이선신 부점장이 나타났다. 이상구 지회장은 "조금 전 기자회견 때보니 점장이 나와 있던데, 왜 점장이 오지 않느냐, 조금 전 점장 비서실에 전화를 해보니 회의중이라고 하더라"고 따졌다. 그러자 이선신 부점장은 "점장은 어제 서울에 출장 갔다"고 대답했다.
노창섭 의원은 "문제가 커지면 여러 형태로 문제제기할 수밖에 없다, 시의회에서도 그냥 있을 수 없다"면서 "빠른 시일 안에 백화점 책임자가 면담을 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민주노총일반노동조합 롯데백화점비정규직지회는 27일 오전 롯데백화점 창원점 도로 건너편에서 "9일만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쫓는 롯데백화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은 통합진보당 소속 경남도의원과 창원시의원이 노조 지회 간부와 함께 사무실에 들어가 롯데백화점 창원점 이선신 부점장(오른쪽)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윤성효
이종엽 의원은 "원청은 하청에 떠넘기면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대기업이 상생의 방법을 찾아야 하고, 사회기여에서 제일 중요한 게 노동자 고용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선신 부점장은 "최대한 책임을 지고 고용승계가 되도록 하겠다"거나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날 면담 이후 이선신 부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창원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은 "계약해지 통보는 한 달 전에 해야 하는데, 제이엠피가 지난 22일 했다면 불법이기에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했다"면서 "실제 계약을 포기했는지 여부부터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10년을 함께 일해 온 '가족'을 차디찬 길거리로 내쫓는 일말의 양심도 없는 파렴치한 롯데백화점은 하청업체의 일이라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뻔한 변명으로 발뺌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해고에 대해 노동부 창원지청 근로감독관조차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하청업체에서 순순히 롯데백화점과의 계약을 포기했다고 하는데, 더 이상 '꼼수' 부리지 말고 부당한 해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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