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경고 이정렬 부장판사 "윤인태 법원장님 걱정"

“앞으로 대법관, 대법원장 등 크게 되셔야 할 분인데 불이익 받지 않을까 걱정”

등록 2011.12.27 18:23수정 2011.12.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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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꼼수면'과 '가카OO 짬뽕' 패러디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과 관련해 26일 소속 창원지법원장으로부터 '서면경고'를 받은 이정렬(42,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가 트위터를 통해 자세한 정황을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특히 자신에게 서면경고한 윤인태 창원지법원장에 대해 서운함은커녕 각별한 존경을 표시하며 오히려 법원장의 앞길에 자신이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해 눈길을 끌었다.

 

이 때문인지 이 부장판사는 SNS을 통한 소통을 운전에 빗대 앞으로는 '방어운전'을 하겠다고 말했다. 운전은 하되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취지로, 존경한다는 윤인태 법원장에 대한 예우의 표시로도 해석된다.

 

앞서 창원지법은 지난 22일 법원장 등 9명이 참석한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정렬 부장판사의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윤인태 법원장은 26일 연수일정을 마치고 이날 출근한 이 부장판사를 면담하고 "앞으로 법관의 품위를 손상하는 표현이나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서면으로 경고했다. 법관징계법상 구두경고나 서면경고는 징계는 아니다.

 

이와 관련, 이정렬 부장판사는 이날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소중한 트친님들. 소식 접하셨겠지만, 오늘 법원장님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았습니다. 그것과 관련해서 트친님들의 오해가 있을까 싶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려 드리고, 그와 관련된 제 생각과 함께 부탁 말씀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라며 말문을 꺼냈다.

 

그는 "법원장님으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창원법원장님께서는 너무도 인간적이고도 따스한 말씀과 충고를 함께 주셨다"며 특히 "경고나 훈계를 받는 자리라기보다는 오히려 격려나 위로를 받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의 훈훈한 분위기였다"고 당시 법원장과의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래서 부탁 말씀 드립니다. 이런 상황과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법원장님께서 제게 서면경고를 했다는 단편적인 사실만을 가지고, 창원법원장님이나 창원법원에 대해 서운함을 가지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사실 (윤인태) 창원법원장님께서는 법원 내외에서 신망을 받고 계실 뿐 아니라, 저도 마음으로부터 깊이 존경하는 훌륭하신 분입니다. 이번 일이 생겼을 때 제가 가장 크게 걱정했던 부분은, 제 신상에 관한 것보다 오히려 창원법원장님께서 앞으로 대법관, 더 나아가 대법원장 등등 크게 되셔야 할 분인데, 저로 인해 행여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며 윤인태 법원장에 대한 존경을 표시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상황과 관련, 이정렬 부장판사는 "소중한 트친님들의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저는 아무렇지도 않다. 아시다시피,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ㆍ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고 헌법에 나와 있다"며 "서면경고는 징계처분도 아니고, 게다가 제가 있어야 할 곳은 SNS상이 아니라 법정이구요"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자신의 SNS 활동을 '운전'에 빗대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앞으로도 SNS를 통한 소통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 '방어운전'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난폭운전을 하는 차량 근처에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법률적으로는 아무 잘못이 없을 수는 있다. 그 차량이 난폭운전을 넘어서 제가 운전하는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고자 한다면 더 하겠지요. 하지만, 난폭운전을 하는 차량을 보았으면 방어운전을 해야 하는데, 교통법규의 존재를 과신해서 방어운전을 하지 않아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 때문에 본업을 수행하는데 차질을 빚는다면 자신에게도 손해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나 우리 사회의 입장에서 보아도 나라나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박탈됨으로써 우리나라와 사회에 누를 끼치게 되겠지요. 그 점에서 제게도 잘못이 있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난폭운전 차량이 무서워 운전을 그만둔다면 그 또한 옳지 않겠지요? 앞으로도 운전은 계속 하렵니다. 하지만, 꼭 방어운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방어운전을 하더라도 다른 차량의 흐름에 방해가 되면 안 되겠지요? 그것도 민폐니까... 제 주위에서 운전을 하고 계신 트친님들께서 꼭 경적을 눌러 제게 알려 주셔요. 제가 제대로 방어운전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혹 제가 도도한 차량의 물결에 방해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죠..."라고 부탁하며 앞으로도 SNS를 통한 소통을 계속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 부장판사는 끝으로 부인과 나눈 재미있는 대화도 소개했다.

 

그는 "제 처가 저보고 '스스로를 아껴서 법원의 조국(교수님)이 되어라'는 말을 했다"며 "능력으로 보나, 인물로 보나, 그 어떤 기준을 들이대어도 제가 조국 교수님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알고, 오히려 제가 조국 교수님과 비교가 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조국 교수님처럼 다른 분들에게 든든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저는 원래 손석희 교수님을 좋아하는데, 제 처가 조국 교수님을 꼭 찍어서 이야기하더군요. 두 분 다 훌륭하신 분이니까 큰 차이는 없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1.12.27 18:23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정렬 #창원지방법원 #SNS #윤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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