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료가 고작 만원 조금 넘는 이외수

이외수 선생의 <절대강자> 속에는 해학이 있다

등록 2011.12.27 18:38수정 2011.12.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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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벽에 망우리 공동묘지 산책을 자주 나간다. 대부분의 묘지가 반평 남짓에 자그마한 비석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의 묘도 두 평을 넘지 않는다. 가물에 콩 나듯 상석과 비석이 제법 갖추어진 묘를 본다. 그래본들 오십 보 백보요, 내 발 아래 누워 있기는 마찬가지다. 죽어서 고대광실이 뭔 소용이랴만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완전한 자유는 '죽음'이라고 의식의 자유로움을 극단적으로 표현했던 어느 철학가의 말이 오늘의 화두로 떠올랐다.


의식의 자유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소설가 이외수 선생이다. 엊그저께 그의 신간 <절대강자>가 내 손에 들어왔다. 우선 예전에 나왔던 산문집처럼 몹쓸 향수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나는 퀴퀴한 종이냄새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간혹 요즈음의 이외수 선생을 두고 혹자는 이렇게도 말한다. "소설가가 아니라 연예인 갈다"고.

아무래도 광고에 자주 나오니 하는 말인가 보다. 그러나 소설가면 어떻고 연예인이면 어떤가? 그의 글과 소설을 읽고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으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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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춘천 고슴고치 섬에서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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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팬들과 함께 . ⓒ 조상연


"의식이 자유롭지 않으면 생활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마음이 여유롭지 않으면 생활도 여유롭지 않습니다."
- <바보바보> 188쪽

위 두 줄 글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누구나가 알고는 있되 잊고 사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을 뿐이다. 그런데 나는 선생의 별말도 아닌 두 줄 글을 가지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방향을 다시금 설정하기도 한다. 깨닫고 실천에 옮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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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선생 모월당에서 ⓒ 조상연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하여 어찌 등 뒤에 있는 그대를 껴안을 수 없으랴 내 한 몸 돌아서면 충분한 것을." -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136쪽

나는 이 짤막한 글에서 관용을 배웠고 덕이 무엇인가를 배웠으며 내 주위의 사람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꼭 마주보고 앉아서 배워야 선생이 아니다. 이렇게 주위를 둘러보면 선생은 도처에 있다. 남들은 대학에 매년 천만 원 이상의 돈을 갖다 바치며 선생님을 돈으로 사지만 나는 만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책 속에 쓰여 있는 몇 줄 글을 선생님으로 모시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글을 선생님으로 모시면서 글을 쓰신 분에게 어찌 존경의 염이 없겠는가?

이것이 바로 배운다는 것이며 내가 이외수 선생과 여타 문학가들을 선생님이라 깍듯이 대하는 뜻이기도 하다. 수많은 돈을 주고 사는 대학의 선생은 돈 버는 방법만을 가르쳐 주지만 고전과 문학은 나에게 인생을, 사물을 올바로 볼 수 있는 혜안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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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상연


특히 이외수 선생의 산문 속에는 해학이 있다. 해학(諧謔)이란 무엇인가? 해학 속에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동정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익살이 있다. 그리고 해학은 인생을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질퍽하고 모진 세상을 무조건 냉소적으로 보기보다는 관조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풍자(諷刺) 역시 같은 웃음을 유발하지만 해학에서 보여지는 웃음과는 다르다. 해학의 웃음 속에는 상대방을 껴안으려는 연민의 정이 있지만, 풍자의 웃음 속에는 상대에 대한 빈정거림, 조소와 비꼬기, 냉소, 그리고 공격성을 띤 웃음밖에 없다. 웃음의 질이 틀린 것이다. 나는 이외수 선생의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나의 지친 일상에 그의 글이 피로회복제 한 병에 비타만 한 알 정도의 역할이면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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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선생과 함께. . ⓒ 조상연


"취향도 취향 나름. 아저씨, 녹차에 설탕을 타 마시는 아저씨의 창의적 취향 정도는 존중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유별난 취향은 존중 받기를 원하면서 타인의 일반적 취향은 존중해 주시지 않는지요.

우리는 지구에서 하나의 달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감성의 차이 때문에, 당신이 보고 있는 달과 내가 보고 있는 달이, 같은 달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절대강자> 170쪽의 글이다.
#이외수 #절대강자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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