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단성폭행 가해자 솜방망이 처분... "사실상 무죄"

대전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성폭행 가해자 16명 '보호처분'... 시민단체 강력 반발

등록 2011.12.27 18:46수정 2011.12.2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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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공판이 열린 대전가정지원 304호 법정. ⓒ 오마이뉴스 장재완


선고를 마치고 나오는 한 가해자와 보호자. ⓒ 오마이뉴스 장재완


16명의 고교생이 지적장애를 가진 여중생을 한 달 동안 집단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면죄부' 처분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대전지방법원 가정지원 소년1단독 재판부는 27일 오후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소년부에 송치된 16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가해자들 전원에게 보호처분 1호와 2호, 4호를 내렸다.

소년법에서 정하고 있는 보호처분 1호는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6개월, 1회 연장 가능)'을 말하며, 2호는 '수강명령(40시간)', 4호는 '보호관찰관의 단기 보호관찰(1년)'이다. 따라서 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집에서 생활하며 성폭력 방지프로그램 40시간을 수강하면 된다. 보호관찰 1년은 1달에 한 번씩 보호관찰소에 나가 면담을 하면 된다.

이 같은 법원의 솜방망이 처분에 대해 여성·장애인단체들은 법원이 사실상 '무죄'를 선고한 것과 다름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선고공판에 앞서 대전가정지원 앞에서 엄중처벌을 촉구하면 침묵시위를 벌였던 '대전 지적장애여성 집단성폭행 엄정수사 처벌 촉구 공동대책위원회'는 선고 직후 성명을 내 "법원이 집단성폭력사건에 대해 사실상 무죄판결을 내렸다"며 "우리는 법과 사회정의를 무너뜨린 유전무죄 판결에 대해 분노한다"고 밝혔다.

"보호처분 1호... 무죄 준 것이나 다름없다"

'대전 지적장애여성 집단성폭행 엄정수사 처벌 촉구 공동대책위원회'가 선고에 앞서 대전가정지원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들은 성명에서 "이미 소년법정으로 갈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되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우리 법원이 사회정의에 반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또 그만큼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호처분 1호는 보호자에게 감호를 위탁한다는 것인데, 그냥 집에 보낸다는 말을 그럴듯하게 표현한 것뿐"이라며 "이는 이번 사건에 대해 무죄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가해자 전원이 같은 판결을 받은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 사건을 주도하였으면서도 아무런 반성 없이 끝까지 무죄를 주장한 자와 강압에 못 이겨 가담하고, 그에 대한 죄책감을 표현하고 있는 자를 똑같이 판단한다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난다, 최소한 사건을 주도한 가해자들은 형사법원으로 재송치하거나 소년법정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처벌을 했어야만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법원은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 것인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힘없는 장애인을 괴롭히거나 성폭행을 가해도 부모의 재력과 능력만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우리 청소년들이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끝으로 "이런 의미에서 이번 법원의 판결은 사회정의를 무너뜨린 판결이며 유전무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는 절망의 판결"이라며 "사법사상 최악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5월 발생한 이번 사건은 대전지역 4개 고교에 재학 중이던 16명의 고교생들이 채팅을 통해 만난 지적장애를 가진 여중생을 성폭행한 후 친구를 소개시켜주는 방식으로 약 한 달에 걸쳐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정에서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이 사건을 이후 경찰의 불구속 수사,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형사법원의 소년원 송치, 가해자들의 수능시험을 위한 선고 연기 등 '가해자 봐주기'가 계속되면서 시민단체는 물론, 국정감사에서조차 집중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집단성폭행 #장애여성집단성폭행 #대전가정지원 #대전지법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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