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틀에 갇히면 아무 것도 안 된다"

첫발 뗀 '박근혜 비대위' 산넘어 산... 정책 쇄신·공천 물갈이 등 과제 산적

등록 2011.12.27 20:41수정 2011.12.2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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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4월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최연소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된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71세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26세의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한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할아버지와 손자 뻘인 두 사람은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한나라당의 변화'에 대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이준석 대표는 "한나라당 비대위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트위터 아르바이트하러 가는 거냐고 물어보던데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당당하게 제 생각을 말하고 열정을 가지고 대학생 등록금 문제 등에 관련된 정책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도중 '4대강 현장을 가보자'는 도발적(?) 제안도 내놨다.

김종인 전 수석은 "한나라당은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정당"이라며 "한나라당이 정상적으로 변해야 국민들이 안정이라는 바탕 위에서 삶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합류로 활짝 웃은 박근혜... "최상의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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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4월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된 황우영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주광덕 의원, 김세연 의원,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이양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 유성호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는 이 두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언론에게는 좋은 '그림'이 됐다. 26세 청년 비상대책위원과 관록의 노정객을 발탁하는 파격을 시도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이끌어내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한나라당 비대위 앞에는 정책은 물론 인적 쇄신을 통해 약속한 대로 '재창당을 뛰어 넘는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비대위의 성공 기준이 내년 4·11 총선 성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선 주자로서 박근혜 위원장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첫 번째 관문이었던 비대위원 인선은 잡음은 있었지만 '선방'했다는 평가다. 20대에서 70대를 아우르는 세대 통합형 인선과 당 내외 인사의 조화, 개혁적 보수 인사의 발탁을 통해 비대위에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면모의 인사들이 포함됐다.


특히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의 합류는 박 위원장에게 큰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수석은 박정희 정권 시절 의료보험 도입의 산파 역할을 하는 등 복지와 분배를 중시하는 데다 대표적 재벌개혁론자로 꼽혀 정책 측면에서 'MB노믹스'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꾀하는 데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다.

MB와 차별화 주문한 김종인... 정책 쇄신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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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4월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김 전 수석은 이날 첫회의에서 박근혜 위원장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틀에 갇히면 아무것도 안 된다, 벗어나야 한다"며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김 전 수석 인선에 대해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국가운영 안목이 깊고 원칙에 강한 김종인 전 수석의 참여는 최상의 카드"라며 "김 전 수석이 헤쳐나가는 '창조적 파괴'에 기대를 가지고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동과 장애 문제 등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온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 IT중소기업 문제를 다룰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등도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다양한 정책 쇄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특히 비정규직과 중소상인 문제를 잘 챙겨달라"고 비대위원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주광덕, 김세연 의원 등 당 혁신을 외쳐왔던 쇄신파 의원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당 쇄신 문제를 둘러싼 박근혜 위원장과의 갈등으로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진 후 박 위원장과 협력하는 모양새가 부담이긴 하지만 그만큼 강한 쇄신을 외쳤던 이들이 이제는 어떤 실천에 나설지도 관심 거리다.

김세연 의원은 "탈당한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다시 합류할 수 있는 정당으로 한나라당이 다시 태어나는 데 작은 역할이나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를 건 과감히 잘라야"... 공천 물갈이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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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4월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외부인사 6명, 내부인사 5명으로 구성된 비대위를 출범한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정책 쇄신의 경우 이미 당내에 감세 등 수출 대기업과 부자 중심의 이명박 정부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인적 쇄신이다. 새로운 인물 영입과 공천 '물갈이'는 총선 승리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인적 쇄신을 위해 총선 공천 기준과 방식을 결정하고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문제는 당내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갈등과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객관적 기준과 시스템을 통해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MB 심판' 바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물갈이를 이뤄내느냐가 비대위 활동의 성패는 물론 총선 성적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전 수석은 "잘라버릴 것은 과감하게 잘라야 한다, 국민들의 기준에 맞지 않는 인사들은 모두 내보내야 한다"고 대대적 물갈이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전 수석은 총선 공천심사위원장 후보 1순위로 꼽힌다. 비대위는 늦어도 1월 말까지는 구체적인 공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간 많지 않은 박근혜 비대위, 순항할까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물론 한나라당 인사들의 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 파문이 현재 진행형인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는 것도 박 위원장에게는 부담이다.

박 위원장 스스로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후 조문 반대 뜻을 밝히는 등 조문 정국에서 강경한 보수로서의 위치 선정을 하면서 정책에서의 중도 전환이 빛을 발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지난 26일 비대위원 인선 결과 발표를 놓고 대변인 내정자마저 박 위원장과의 소통에 실패해 혼선이 일어나는 등 고질적인 불통 구조가 얼마나 해소될지도 관건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3개월 남짓, 남은 시간이 많지 않는 게 중론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김종인 #이준석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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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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