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종편 "내가 하면 비판, 네티즌이 하면 겁박"

수구본색 드러낸 '김정일 사망 보도'... 계속되는 '박근혜 띄우기'

등록 2011.12.27 20:58수정 2011.12.2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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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조중동방송의 메인뉴스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보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조중동방송은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이 처음 알려진 19일 메인뉴스를 특집으로 편성해 김 위원장의 사망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이후에도 뉴스의 상당부분을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후계체제와 북한의 향후 정치 지형 등을 전망하는데 할애했다.

 

그러나 대북강경론을 고집하며 남북관계를 파탄 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와 향후 남북관계의 방향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중동방송은 반북이데올로기에 근거한 무책임한 의혹 제기에 앞장서고, 대북정보력 부재 등 이명박 정권의 문제는 감싸고 나서 문제를 드러냈다.

 

또한 김 위원장 사망으로 인한 뉴스특보 체제는 조중동방송의 부실함을 더욱 가중시켰다. 어깨걸이 제목 빼먹기, 자막 사고 등 조중동방송의 부실보도 행태가 더 두드러졌다.

 

한편 조중동방송은 김 위원장 사망 보도 와중에도 '박근혜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조선종편은 박 위원장의 '계파 초월 행태'를 부각하고 '북한 급변사태 대응을 잘 할 후보'로 박 위원장이 안철수 교수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중앙종편은 박 위원장의 '위기대응능력'을 부각했고, 동아종편은 박 위원장의 외부영입 인사 명단을 '단독 확보'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조중동방송 3사는 김 위원장 사망 보도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이념편향적 보도행태를 보였다.

 

조선종편은 신문과 마찬가지로 '나꼼수' 비판에 앞장섰다. '나꼼수'로 활약해 온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대법원 유죄 판결 보도에서 대법원 판결을 적극 옹호하며 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네티즌 등을 '사법부 흔들기'로 몰았다. 그러면서 자신은 진보성향 판사의 SNS 글을 문제 삼아 비난하는 이중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중앙종편은 삼척․영덕 원전후보지 결정 보도에서 편파적 보도태도를 보였다. 형식적으로는 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을 나열했지만, 경제적 이유로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 입장과 전력수요 증가 등 원전건설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정부 입장을 강조해 사실상 원전건설 찬성에 힘을 실었다.

 

동아종편은 김 위원장 사망 보도에서 노골적인 반북이데올로기를 드러냈다. <김정은 했다더니...>(23일)는 정부 당국자들이 천안함, 연평도 사건의 책임자 명단에서 김정은을 빼려고 든다면서 "정부는 출범 당시의 대북정책 목표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대북강경론을 종용했다.

 

■ [김정일 사망보도] MB정부 대북 정보력 부재 … 조선․중앙 'MB정권 감싸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정부가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북 정보력 부재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조중동방송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보력 부재를 제대로 따지고 비판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선종편은 대북정보력이 무너진 가장 큰 책임을 김대중․노무현 정부 탓인양 돌렸고, 중앙종편은 '미국도 일본도 몰랐다'며 이명박 정부를 옹호했다. 동아종편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 [김정일 사망보도] 조중동방송 '의혹 증폭'에 앞장 서 

 

원세훈 국정원장이 김 위원장의 사망 시각과 장소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보력 부재라는 비판을 모면하려고 남북관계를 위험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공개했다'는 맹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중동방송은 원 원장의 발언을 적극 받아 보도하며 의혹 증폭에 앞장섰다. 조선종편은 20일 첫 꼭지로 관련 내용을 '특종'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고, 중앙종편은 TV아사히의 의혹제기를 적극 다뤘다. 동아종편도 '공관에서 사망했다', '자연사이거나 살해당했을 것'이라는 등의 특정 인사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전했다.

 

■ [김정일 사망보도] 편향된 취재원, 뉴스 가치 의심되는 보도 남발  

 

더 나아가 조중동방송은 탈북자 단체들의 북한 현지 주민과의 전화통화 내용, 대북강경론자인 해외 전문가 등을 취재원으로 '흠집내기'식 보도를 내놨다. 또 조선종편은 역술가의 주장, '4월 4일이 공휴일인 이유' 등 뉴스 가치가 의심되는 보도를 남발해 저널리즘의 기준과 가치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냈다.

 

특히 조선종편은 추측․유도질문으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21일에는 식량 배분 모니터링을 위에 북한에 들어갔다가 현지에서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을 듣고 귀국한 북한 민간단체협의회 박현석 위원장이 스튜디오에 나와서 이하정 앵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앵커는 '평양 시민들의 반응이 연출된 장면 아니냐', '북한 주민들이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두려움에 휩싸였을 것 같다'는 등 다분히 흠집내기식 질문을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울지 않고 눈이 퉁퉁 부을 수가 있고 충혈될 수가 있겠냐"면서 "진정으로 애도하고 있는 슬픔의 눈이었다", "북한의 주민들의 반응은 저희들이 파악하기 어렵"지만 "그런 분위기는 감지하지 못했다"고 답변해 이 앵커를 머쓱하게 했다.

 

■ 조선종편의 이율배반 '정봉주 판결' 보도

 

지난 22일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 정봉주 민주당 전 의원이 BBK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정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이 전해지자 야권과 네티즌들은 '정치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대선 때 BBK 관련 의혹을 제기한 다른 의원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고, BBK 사건의 진실이 아직까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나꼼수'로 이명박 정권 비판에 앞장서며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정 전 의원의 입을 막기 위해 '정치판결'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조중동방송은 BBK 사건이 무엇인지, 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비판과 반발이 제기되고 있는지 등을 일절 다루지 않았다. 특히 조선종편은 대법원 판결을 적극 옹호하는 한편 이를 비판하는 네티즌은 '사법부 압박'이라며 비난하는데 앞장섰다. 

 

조선종편은 대법원 판결 이전부터 이 문제를 적극 다뤘다. 대법원 선고를 하루 앞둔 21일<선고 앞두고 '무죄 여론몰이'>에서 조선종편은 "정치권과 당사자가 무죄라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재판부 압박이 도를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론몰이를 통해 1심과 2심 판결을 뒤집으라는 노골적인 재판 압박"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내리면 정치재판이라고 낙인찍겠다는 것으로 들려 불쾌하다"는 대법원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조선종편의 보도는 같은 날 조선일보의 주장과 판박이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한 판사들을 끊임없이 비난하고 공격하는데 앞장서 왔다. 그런 조선일보가 "재판부 압박" 운운하고 나서자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도 조선종편은 이런 조선일보의 주장을 그대로 쫓아가며 '나꼼수 비난'에 적극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23일에는 대법원 유죄 판결에 대한 들끓는 비난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대법원 판결 흔드는 판사>는 정 전 의원 유죄 판결에 대한 비판 글을 SNS에 올린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를 공격했다. 보도는 창원지법 이모 부장판사가 트위터에 "안타까움, 실망, 배신감 등으로 정 전의원 지지자들이 잠을 못 잤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며 "사실상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판사가 얼마 전에는 라면 광고를 패러디해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한 사진을 게재한 적이 있었다고 들춰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을 서슴없이 비판하고 판결문이 아니라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말하는 판사들의 행동에 사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선종편은 야권과 네티즌의 대법원 비판은 '여론몰이'에 '재판 압박'이라고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조금만 안맞는 판사에 대해서는 사적 영역인 SNS에 올린 글을 일일이 뒤져 폭로하고 공격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였다.

 

같은 날 <TV 기자수첩/정봉주와 '표현의 자유'>에서도 조선종편은 대법원 판결을 적극 옹호했다. 보도는 정 전 의원에 대한 유죄판결이 "이명박 대통령이 BBK를 소유했다"고 주장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김경준과 공모해 주가조작과 횡령을 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 이 와중에도 '박근혜 띄우기'

 

조중동방송은 메인뉴스의 대부분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으로 채우는 와중에도 '박근혜 띄우기'에 적극 나섰다. 조중동방송은 '박근혜 비대위 체제' 출범을 주요하게 전하며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계파를 초월한 행보를 보인다거나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위기관리'에 나섰다고 능력을 부각하거나 외부 인사 대거 영입에 나섰다며 쇄신에 앞장선다는 점을 부각했다.

 

가장 앞장선 건 조선종편이었다. 23일 <계파 초월 '화합 행보'>에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당내 화합을 최우선 목표로 계파 간 화합에 나섰고 "안보 정국에서 안정감 있는 행보로 자신의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22일 <'김정일 사망'과 대선은?>에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불거진 안보 이슈는 내년 대선 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철수, 박근혜 두 대선주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보도는 '내년 대선 지지 후보'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지지율이 28.4%로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의 28.1%를 앞서지만, '북한 급변사태에 가장 대응을 잘할 후보'라는 질문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은 29.9%로 소폭 상승한 반면, 안 교수는 13.2%로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며 "북한 이슈가 부각되면 안 교수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김정은 체제가 안정됐다'고 평가하는데도 굳이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해 여론조사를 벌인 것부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도를 의심케 한다.

 

중앙종편은 박 비대위원장의 '위기관리능력'을 부각했다. 21일 <박근혜 '외교․안보 챙기기'>는 박 비대위원장이 외교부 장관과 성 김 주한미국 대사 등을 잇따라 만났다며 "당내 사안을 처리하는 건 한 박자 늦추더라도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안보 문제를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박 전 대표의 행보가 "다음 정권을 책임질 수 있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위기관리능력을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라고 전했다.

 

동아종편은 20일 <단독/150명 영입 추진>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가 영입할 대상 20여명의 명단을 확보했다며 이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보도는 "한나라당이 '재창당을 뛰어넘는 차원의 쇄신'을 위해 대대적인 외부인재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는 재계와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아온 20여 명의 명단이 포함돼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전력대란'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물러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나 '퍼주기 굴욕협상' 한미FTA 협상을 담당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도 포함되어 있어 동아의 평가를 무색케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조중동방송 공동모니터단의 12월 19일-25일까지 조중동방송 메인뉴스에 대한 보고서 요약본입니다. 기사 원문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2011.12.27 20:58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조중동방송 공동모니터단의 12월 19일-25일까지 조중동방송 메인뉴스에 대한 보고서 요약본입니다. 기사 원문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조중동방송 #종편 #김정일 #박근혜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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