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창당대회

한지붕 세 가족 느낌이 드는 건 왜?

등록 2011.12.28 09:39수정 2011.12.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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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시위 ⓒ 변창기


"창기도 함 가볼텨?"

12월 26일 월요일 오후 5시. 일을 마치고 이영도 형님이 있는 노옥희 선대본 사무실로 갔습니다. 노옥희 선생님은 얼마전 출판기념회를 마치고, 지금은 내년 4월에 있을 19대 국회의원 출마를 공식선언해 예비후보로 뛰고 있습니다. 이영도 형님은 노옥희 선생님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습니다. 저야 정치에 관심없지만, 저를 잘 챙겨주시는 고마운 영도 형님이 계신 곳이라 자주 그곳에 가 봅니다.

사무실은 동구 현대중공업 중전기 문 근처 큰 길 3층 건물에 있습니다. 그날 무슨 일이 있는지 모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도 같이 가자고 해 함께 가게 됐습니다. 가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오늘(26일)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창당대회를 한다고 합니다. 창당대회는 북구청 강당에서 하고 대회장에 가기 전에 미포문 앞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퇴근 인사를 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보통 오후 6시에 퇴근합니다. 오후 5시가 법정근로시간 이지만 1시간 연장 근무를 기본으로 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답니다. 창당대회는 오후 7시에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퇴근 인사차 들른 시각은 오후 6시 10분 쯤 이었습니다. 그곳은 삼거리여서 큰 길을 오가는 차량과 퇴근하는 노동자들로 많이 복잡해 보였습니다. 정문엔 현대중공업 경비 2명이 서있었고 문 옆엔 한 젊은 사람이 마스크를 쓴 채 작은 수첩에 뭔가를 기록하면서 서 있었습니다. 중공업 출근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정보 수집차 서있는 듯했습니다. 길 건너에선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원들이 서서 현수막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통합진보당 심상정 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통합진보당 이정희 입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 사이로 두 부류로 나뉜 사람들이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 부류는 진보신당 소속이었던 심상정씨와 이번 울산 동구에서 19대 국회의원 출마를 공식 선언한 노옥희씨가 함께 다니며 인사를 하고 있었고, 한 부류는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던 이정희씨와 이번 울산 동구에서 19대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하고 시의원을 중도사퇴한 이은주씨가 함께 다니며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솥밥이 아니라 큰 솥 안에 두 개의 밥그릇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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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심상정 ⓒ 변창기


퇴근 인사를 마치고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창당대회가 열리는 북구청 강당으로 향했습니다. 강당에 들어서니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창당대회에는 처음 가본지라 얼떨떨했습니다. 입구 쪽엔 녹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해뒀고, 무대에는 '꿈을 현실로, 진보집권 시대로 나아가자!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창당대회'라고 쓰인 큰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는 간판을 들고 서 있는 분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 글자씩 쓰인 것을 읽어보니 '유시민은 한 알의 밀알이 되어라'는 글귀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통합진보당이란 새로운 정치조직은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일부 진보신당 당원이 모여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조성수 국회의원도 와 있고,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도 와 있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와 있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와 있나 봅니다.

민중의례를 하고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불렀습니다. 통합진보당을 만든 배경과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영상물도 보여줬습니다. 사회자는 "한지붕 세 가족이 될지 세 지붕 한가족이 될지 지켜봐 달라"며 창당대회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각 당 대표들이 앞에 나와 한마디씩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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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정희 ⓒ 변창기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통합으로서 발전하는 진보세력이 될 것입니다"라고 통합의 의미를 이야기 했습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말을 이었습니다.

"직업 정치인만 특권 누리는 그런 사회 말고 공익을 위한 일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만들었습니다. 가족이 점을 보고 왔는데 봄에 엄청 바쁘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속은 없다고 하더군요. 실속 없으면 어떻습니까? 우리 통합진보당만 잘 되면 됩니다."

유시민씨를 직접 보기는 처음입니다. 그리고 그가 단상에 올라 하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과 달리 그분은 이웃과 담소 나누듯 이야기 했습니다. 창당대회에서 네 분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는 유시민 씨가 친근감있게 다가갔습니다. 이어 나온 심상정 씨는 힘차게 입을 열었습니다.

"노동자, 농민, 서민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만들었습니다. 60년 수구 보수세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수구 보수의 심장부 월가가 진보 세력에 포위 당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용기를 가집시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희망 넘치는 사회를 만듭시다. 내년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내고 정리해고법과 비정규직법을 바꿔야 합니다. 울산이 승리해야 통합진보당이 승리합니다. 2012 승리를 위해 힘차게 달려 나갑시다."

다음으로 나온 분은 조승수씨 였습니다. 그는 "저는 저의 정치적 고향 북구를 떠나 이번에 남구 갑에서 출마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승수씨는 북구에서 청장도 지낸바 있고 국회의원도 두 차례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남구 갑에서 출마 선언을 했는지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장도 나와 대회사를 했고 진보신당 대표도 나와 축사를 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판치고 있고, 정리해고가 판치고 있습니다. 추운 날 길거리서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해야 합니다. 그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갈수 있도록 힘써주는 통합진보정당이 돼 주시기 바랍니다."

창당사가 모두 끝나고 1부 순서 마무리 됐습니다. 2부 순서로 문화공연을 했습니다. 저는 다음날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1부가 끝나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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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창당대회 참석자들 ⓒ 변창기


저는 울산 동구에 살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창당에 참여한 한 관계자를 통해 이번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창당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그분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해들으면서 축하하는 마음보다는 또다시 분당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큽니다.

"우여곡절 끝에 통합진보당이 창당되긴 했는데 이번 통합은 한지붕 세 가족이 될 것 같아. 민주노동당은 당 전체가 이번 통합당 창당에 참여했고 세력도 제일 커. 반면에 진보신당 쪽에선 일부만 빠져나와 이번 통합당 창당에 참여했고, 국민참여당도 모두 참여는 했지만 세력은 그다지 크지 않아.

유시민 공동대표도 이야기하잖아. 이야기 중에 '당신 왜 민노당으로 가?'라고 얘기했다잖아. 마음이 통합돼야 진정한 통합이지 큰 세력에 의해 당권이 장악되면 그쪽만 키워주는 격이 되고 마는 거지. 북구는 조승수 의원의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데 동구에서 주로 활동한 김창현씨에게 양보했잖아. 이번에 동구에서는 노옥희씨와 이은주씨가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하는데 당내 경합을 펼치면 서로 상대가 안 되는 거지. 노옥희 후보는 진보신당 소속이고 이은주 후보는 민주노동당 소속이니 당내 경선에서 누가 후보가 될지 불을 보듯 뻔한거 아닐까."

저는 그 관계자 이야기를 듣고 통합도 힘을 같이 해 돼야지, 힘의 결집이 다른 상태에서 통합하면 실력이 있어도 들러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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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이 울산시당 창당대회에 무대에 섰어요. ⓒ 변창기


#통합진보당 #울산시당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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