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이 72시간 일하는 나라가 MB가 바란 나라인가

등록 2011.12.28 09:28수정 2011.12.2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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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12월 17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주당 72시간(야간교대 근무와 잔업, 휴일특근 포함)의 현장실습을 하던 전남 영광실고 자동차과 3학년인 김아무개(18)군이 중노동에 시달리다 과로로 쓰러져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7일 <오마이뉴스> '노예노동' 고교3년생 의식불명, 이유 있었다 제목 기사를 보니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만들어진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이 2년만인 2008년 4월 폐지됐다고 합니다.

 

3학년 2학기 친구들 자리는 빈자리

 

솔직히 저는 전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요즘도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노동 현장에 투입된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으로 처음 알았습니다.

 

실업계(현 전문계, 2007년 명칭 변경됨) 고등학교를 다닌 40대 이상 분들은 현장실습이라는 제도가 생소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농업계 고등학교를 다녀 현장실습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3학년 2학기만 되면 군데 군데 자리가 비었습니다. 특히 농업특기생을 양성하는 '자영농과' 친구들은 아예 집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래도 우리 학교는 농업계여서, 대부분 자기 집에서 농사를 지었으므로 '노동 착취'는 당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업 고등학교와 상업고등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은 아주 빠른 경우 1학기부터 현장에 나갔습니다. 상업 고등학교를 다닌 친구들 중 아주 공부를 잘하는 경우 학기말까지 기다립니다. 성적 좋은 아이들은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스카우트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 친구들에 대한 대우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한 학년에 몇 명일 뿐입니다.

 

대부분은 작은 회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업고등학교를 다녔던 친구들 중에는 실습을 나갔다가 기계조작이 미숙해 다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1987년 1~2월, 중학교 갓 졸업한 여학생들 잊을 수 없어

 

지금도 잊을 수 없었던 것은 1986년 대학 1학년를 마치고, 군 입대 전 두 달 동안 가방을 만드는 가내공장에서 일을 한 기억입니다. 그때 중학교를 갓 졸업한 여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노동강도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아르바이트생이라 오전 9시까지 출근해 6시면 퇴근했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들은 7시 출근에 야근을 밥먹듯이 했습니다. 요즘도 성추행 따위로 고통당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그 사장은 여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무시는 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중학교 졸업한 학생이라면 겨우 15~16살입니다. 이 아이들이 하루 12시간을 넘겨 일했습니다. 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은 하나같이 여학생이지 남학생은 없었기 때문잊니다. 1980년대 중반, 대한민국 딸들은 오빠와 남동생을 학비를 벌었습니다.

 

군대 다녀왔지만 여학생들 노동환경은 그대로

 

1992년 부산 반여동에 있는 아주 작은 교회에서 전도사로 봉사한 적이 있습니다. 교회에 '00실업'에 다니는 여학생들이 4~5명 있었습니다. 이른바 '주경야독'입니다. 7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딸들은 아직도 스물 살도 되기 전에 노동현장에 투입되어 '산업역군'이라는 이름하에 질곡과 고통 속에서 일했습니다. 그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대학'에 다닌다는 것 자체가 요즘 말로 하면 '1%'에 속한 사람이었습니다.

 

일요일 밤늦게 교회에서 회사까지 배웅해 줄 때마다 마음 한켠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릅니다.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해줄 것이 없었습니다. 따뜻한 위로와 힘내라는 말 밖에 더 이상 할 것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스무 살이 안 된 딸들을 산업현장에 내몰았습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다면서 72시간 이상을 일한 18살 먹은 김아무개군이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왜 스무 살이 안 된 우리 아이들이 노동현장에 투입되어 혹사를 당해야 합니까. 어떻게 72시간 이상을 일할 수 있습니까? 어른들도 이런 노동강도는 견딜 수 없습니다. 일 좋하고,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18살이 72시간 일하는 이런 나라를 바랐습니까.' 줄세우기도 모자라 72시간을 일하게 하는 이런 나라는 희망이 없습니다. 제발 사람답게 사는 나라 좀 만들어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12.28 09:28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문계고등학교 #현장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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