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이학영은 내가 존경하는 사람"

이학영 후보 출판기념 북콘서트... 함세웅 신부 "정치개혁 해달라"

등록 2011.12.28 14:39수정 2011.12.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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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MCA 강당에서 열린 이학영 후보의 북 콘서트. ⓒ 조호진


이학영 민주통합당 당권 도전자가 서울에서 북 콘서트를 열었다. 정치 신인의 쑥스러움과 어색함 그리고, 정치개혁에 대한 소박함이 드러난 조촐한 자리였다.

이학영(59) 후보는 27일 오후 7시 서울YMCA 강당에서 시평(時評)과 자선시를 묶은 책 <세계가 만약 하나의 집안이라면>(심미안) 출판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종교인, 시민운동가, 문학인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콘서트에는 예비경선을 통과한 한명숙, 문성근, 김부겸, 박용진 후보 등이 참석했다.

이학영 후보는 정치인의 때가 묻기에는 아직 이른 시인이었다. 이 후보는 시인으로 돌아가 평등·평화·밥에 대한 소박한 희망을 담은 시 <세계가 만약 하나의 집안이라면>을 낭송했다.

세계가 하나의 집안이라면
난 하늘같은 솥을 하나 걸겠어
한쪽 발은 히말라야 봉우리에 걸치고
다른 한쪽 발은 안데스 산줄기에 걸치고
그 커다란 솥단지에
산봉우리처럼 가득 하얀 쌀을 들이붓고
온 세상의 아이들더러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오라고 해서
따뜻한 불을 지펴 밥을 지으며
옛날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애들아
만약 우리들의 아버지가 하나라면
이 밥을 지어서
누구는 주고 누구는 굶주리게 하겠니?
누구는 따뜻한 방에 재우고
누구는 길바닥이나 들판에서 추위에 떨게 하겠니?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하얀 쌀밥으로 배를 채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어느덧 쌔근쌔근 잠이 들 테지
하나의 집, 하나의 아버지를 꿈꾸며
내일도 어김없이 주어질
따뜻한 쌀밥을 꿈꾸며
안심하고 깊은 잠에 떨어질 테지

지리산 생명평화운동의 동지이자 동료인 이원규(별명 낙장불입) 시인은 <돌아보면 언제나 그가 있다>라는 제목의 시낭송을 통해 이학영 후보의 출사표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표명했다.

이 시인은 "생명평화 탁발순례와 오체투지를 하면서 걷다보면 언제 왔는지 뒤에서 환하게 웃는 사람이 이학영 시인이었다"면서 "시인에서 운동가, 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는 우리 시대의 형님"이라면서 정치개혁의 임무를 조속히 완수하고 지리산 피아골로 돌아올 것을 당부했다.

"정치권력의 벽, 그 벽을 뛰어넘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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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시 낭송에 앞서 참여정부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 한명숙 후보(가운데) ⓒ 조호진


구태 정치인들의 시 낭송? 상상만 해도 거북하다. 그런데 이날 북콘서트에선 이학영, 한명숙, 문성근 후보의 연대시 낭송이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세 후보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를 나누어서 낭송했는데 이들 후보들은 정치개혁에 대한 절박함, 소박함, 담대함을 시를 통해 절절하게 읊었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한명숙 후보는 이학영 후보와 관련된 참여정부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한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꼭 함께 일하고 싶어했던 분이 이학영 후보였다. 그런데 보수언론의 공격으로 기회가 오지 않았다"면서 "함께하고 싶었던 분과 함께 정치개혁의 일선에서 손을 잡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문성근 후보는 "지도부 경선에 뽑히게 되면 진보통합당과의 정당연합을 제안하고 꼭 이룰 것"이라면서 "한 후보께서도 이런 뜻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이학영 후보는 인사말에서 "민주정부가 수립되면 굉장한 변화를 기대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면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굉장한 세상이 아니라 친구들과 소주도 마시고, 가족과 영화 보고, 아이들과 여행 다니고, 숲속을 걷기도 하고, 이웃들과 오손도손 정을 나누며 사는 그런 소박한 세상"이라면서 자신이 꿈꾸는 세상의 모습을 밝혔다.

이 후보는 또한 "시민운동으론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아무리 싸워도 해결되지 않는 벽이 있는데 그게 정치권력의 벽"이라면서 "탐욕스런 그 정치권력이 우리들의 삶을 옭아매고 있는데 그 목줄을 풀어헤치고 시민 모두가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학영을 지도부에 당선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 부탁하는 목소리와 손짓이 쑥스럽고 어색했다.

박원순 "아름다운 세상 같이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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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이학영, 문성근 후보가 나란히 앉아서 촛불집회 당시 이명박 정부의 폭행으로 크게 다친 이학영 당시 YMCA연맹 사무총장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있다. ⓒ 조호진


이날 참석한 종교계 및 시민운동 인사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는 "정치권에 보내기엔 아까운 사람"이라는 것. 동시에 이들은 "기왕에 뛰어들었으니 변함없는 모습으로 시민의 정치혁명, 정치개혁을 완수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상근 목사는 "정치는 긴 호흡의 마라톤이다. 앞으로 10년~20년을 내다보고 달려 가라"면서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달리는지 절대 잊지 말고 달려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함세웅 신부는 이 후보와 1979년 8월 말에 영등포교도소에 함께 있던 '감방 동기'라고 밝혔다. 당시 이 후보는 하나님과 공산주의에 대해, 민주주의와 불의, 불평등에 대한 고민을 편지로 써서 자신에게 주었다고 말했다. 함 신부가 먼저 출소하면서 감옥에서 가지고 나온 청년 이학영의 편지는 이효재 교수를 통해 일본YMCA 등 시민단체에 전달됐다고 일화를 밝혔다.

함 신부는 "온화함 속의 단호한 결단력을 지닌 이학영 후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면서 "그의 정치권 진출을 말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잘했다고 하고 싶다. 정치권에 나갔으니 썩은 정치와 보수언론 조중동을 타파하는데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정치개혁에 대한 연대의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 동업자인 이학영 후보는 바른 정신과 실천력을 가진,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라면서 "온 사람이 변해도 그의 양심과 정의, 실천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학영 후보와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연대의 뜻을 강조했다.

신철영(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이학영 후원회장은 "풍족한 정치를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겠지만 너무 구차한 모습으로 정치를 하지 않도록 이학영 후보 후원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학영 #민주통합당 #당권도전자 #시민운동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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